2010년 봄철 이상기온, 여름철 폭염, 태풍 '곤파스' 등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배추 한 포기에 최고 2만원 가까이 치솟아 땅이 꺼질듯한 서민들의 한숨소리에 온 나라가 난리법석됐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배추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배추 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봄에 배추를 심겠다는 농민들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제2의 배추파동이 오는 것이 아닌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7일 현재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평균 1811원으로 1년 전 4822원의 37.5%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을 작황이 좋아 농민들이 공급량을 늘리면서 시작된 배추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농민들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자 봄에 배추를 심겠다는 농민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봄배추 재배의향 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봄배추 재배의향 면적은 8493ha로 평년(1만361ha)보다 약 18% 감소했다.

특히 2월 하순부터 4월 상순까지 파종하는 노지 봄배추의 재배의향 면적(5548ha)은 평년(7122ha)보다 2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봄 배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작년 가을 배추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봄 배추 재배를 망설이면서 봄 배추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물가 정책에도 '레임덕'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노지 봄 배추 재배 면적은 지난해보다 5% 감소한 6927㏊로 추정된다. KREI는 봄 배추 전체 추정 생산량도 44만7000t으로 지난해 대비 32% 줄어든 것으로 전망했다.

봄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5월까지 봄 배추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봄 배추 경락가는 10㎏(상품)에 1만2천100원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가격 폭락에 따른 재배 면적 감소와 이상 저온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김장 배추 가격이 폭락하자 봄 배추 재배 면적이 감소해 출하량은 30% 이상 줄었다.

KREI에 따르면 5월 배추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평년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수확한 월동 배추의 저장성이 떨어져 물량이 부족한 데다 봄 배추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KREI는 노지 봄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이달 말부터 봄 배추 도매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유통업체들과 계약재배면적을 늘리는 등 배추 재배를 독려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배추는 정부가 중점 물가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품목 중 하나다. 그러나 걱정하고 있을때쯤이면 어느정도는 이미 정상으로 돌리기엔 늦었다. 다만 그 걱정의 폭을 어느 정도까지 완화하냐는 것이다.

대책은 미리미리 세워야 그 효과가 크다. 2년전 배추파동때처럼 재래시장에서 배추 몇 포기를 사기위해 새벽부터 시간이나 줄을 섰다가 가까스로 배추 3포기를 산 주부들이 로또 당첨이나 한듯 '배추 심봤다'고 환호하는 그런 상황은 다시는 오지 안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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