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자(54ㆍ근흥면 정죽1리) 문화관광해설사 겸 태안밥상회장
정경자(54ㆍ근흥면 정죽1리) 문화관광해설사 겸 태안밥상회장

2010년 아는 사람 한명 없는 태안군 근흥면 정죽1리에 남편 문용숙(58)씨와 함께 귀촌해 블루베리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당찬 아줌마가 있다.

정경자(54ㆍ근흥면 정죽1리ㆍ사진) 문화관광해설사 겸 태안밥상회장의 최근이다.

지난 14일 보송보송 햇볕과 배꼽을 찌르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곳은 그녀의 일터 원북면 대기길에 위치한 갈두천마을권역 사무실이다.

올해 2월부터 꽃향기 가득하고 배움이 있어 즐거운 갈두천마을권역 사무장으로 일하게 됐다는 인사와 함께 그녀와의 유쾌한 데이트가 이뤄졌다.

정경씨는 앞서 얘기한대로 태안으로 귀촌한 서울토박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 용숙씨의 일을 정리하고 부부가 노후를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태안군 근흥면 정죽1리다. 남편고향인 김천도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시골행을 택했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경자씨가 생각하는 시골정취와 풍경이 이곳과 꼭 맞아서였다.
경자씨는 한국외대에서 불어교육학을 전공한 수재다. 대학 졸업 후에는 중등교사자격증으로 학원 강사로도 활약했다.

그랬던 그녀 인생 최대 목표는 시골에서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는 거였고 2010년이 돼서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태안에 내려오자마자 그녀가 겪은 건 적잖은 텃세와 뭇사람들의 낯선 이방인을 향한 시선이다.

배타적인 느낌이 큰 만큼 태안이란 동네는 그녀와 그녀 남편에겐 어렵고 척박한 땅이었다.
내려올 당시만 해도 ‘조용히’ 살겠다는 생각은 이미 잊은 지 오래.

게국지와 우럭젓국, 박속낙지탕 등의 태안고유 토속음식에 푹 빠진 그녀는 태안군평생학습 동아리 태안밥상을 통해 태안의 맛과 정, 그리고 사람들에게 점차 매료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무뚝뚝하게 바라봐줄 것 같은 사람들이 음식얘기하나로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며 둘도 없는 이웃사촌이 됐다.
그렇게 작은 동아리로 2011년 우수학습단체로 선정된 태안밥상은 이후 모임체를 정기적이고 공식적으로 구성하기에 이른다.

실은 태안밥상의 첫 취지는 와인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녀는 와인으로 맺어진 모임이 다국적 음식으로까지 번져 이제는 고유한 향토문화와 접목된 태안만의 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듬해 태안의 음식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문화와 예술, 역사로까지 고개를 돌린 그녀는 문화관광해설사를 합격하면서 태안군 소속 우리문화알림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현재는 그의 남편 용숙씨가 태안군블루베리연구회장으로 일하며 원래 목표했던 불루베리농장사업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남편과 함께 블루베리 화분 6개로 시작한 농장사업은 파주에서 블루베리농장을 하고 있는 남편 친구분의 도움으로 소원면 종대길에 들어선 블루베리 체험장과 가공장 등의 건립에도 온전히 힘을 싣게 했다.

현재 집주변 1농장과 함께 농장가꾸기에 한창 재미가 들린 그녀는 인생 최종목표인 체험농장을 운영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섰다.

매실나무 20그루와 각각의 소규모 농작물이 자리한 1농장, 블루베리농장과 체험장이 들어선 2농장. 지난해 말 체험장을 건립하고서는 기쁜 마음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이 소녀감성의 여자를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가공장에서는 머지않아 블루베리즙과 쿠키류를 가공하는 체험활동과 이를 만들어 판매하는 활동으로 지역 내 수익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싶다는 당찬 계획도 내놨다.

“인생 최대의 궁극적인 꿈이요? 문화관광해설사로서 태안의 문화와 생태환경을 알리면서 작은 체험농장을 운영해 산촌과 어촌, 농촌이 만나는 시너지효과를 알리는 것이랄까요. 호호호”

다소 거창해보이지만 꿈 앞으로 차츰차츰 내딛어 현실이 되게 하는 오늘의 경자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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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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