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돈을 물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때인가 부터 물을 돈쓰듯 해야 할때로 변했다.

60~70년대만 해도 물을 돈주고 사먹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한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한때 지천으로 넘쳐나던 물이 산업화에 따른 물의 수요 증가와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지난 90년에 물 부족국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여기에다 사용이 가능한 물의 양도 오염으로 인해 수질이 악화돼 얼마 가지 않아 물부족으로 심한 고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이 아무리 넘쳐나도 먹을 수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물 전쟁'은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닌 바로 현재의 문제다. 전 세계에서 11억명의 인구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6억명이 기본적인 공중위생 설비조차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매년 188만명의 어린이가 더러운 물로 전염되는 설사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물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깨끗한 물 관리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시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충남도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아 불안하기 그지 없다. 모 충남도의원이 보건환경연구원 행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충남도내 광역정수장 및 마을상수도, 샘물, 약수터, 심지어 학교에서 학생들이 먹는 물도 상당수가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충남의 물관리정책이 총체적으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충남도내 광역 정수장의 경우 428건 중 2%에 해당하는 6건이 부적합하고 샘물은 167건 중 10건(6%), 마을 상수도는 437건 중 105건(24%), 약수터는 167건 중 54건(33%)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먹는물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이 뿐만이 아니라 학교 먹는물은 461건 중 161건(35%)이 부적합한 것으로 밝혀져 안일하게 대처한 충남의 물관리 정책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음료 부적합 수질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런 물을 한창 발육 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먹여 왔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수기 관리가 제대로 안돼 오수기가 된 것이다. 낙후지역이 따로 없다. 물 하나 마음 놓고 못 먹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을 선진국에 들어선다는 마당에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충남의 상수도 보급률이 전국 평균 97.9%보다 크게 못 미치는 87.8%로서 전국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다수인이 마시는 광역정수장의 먹는물이 비위생적이고, 학생들이 마시는 학교 먹는물이 무려 35%가 부적합해 도민의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니 이런 판속에서 어떻게 삶의 질 따위를 논의할 수가 있겠는가. 

획기적인 의식전환으로 식수 안전도를 확립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때다.가뜩이나 환경오염의 공포에 편할 날이 없는 현대인에게 식수 불안까지 겹치면 그 사회의 폐해는 어쩔 것인가를 우리는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식량정책, 환경대책에 완벽을 기해도 물 정책에 실패하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된다. 교육정책이 백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지만 물 정책은 우리 후손의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하루빨리 상수도 보급 및 학교 식수 실태조사에 나서 응급대책과 함께 장단기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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