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서 태안의 미래를 찾다-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1. 태안군, 시장과의 상생을 이야기하다
2. 통인시장, 하양공설시장 현대를 입다
3. 일본 와카야마현의 구로시오시장과 도쿄의 나카노부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4. 전통이 꿈틀 댄다 정선 오일장과 청주 전통시장
5. 태안시장 전통과 현대의 공존 속 미래를 꿈꾸다

지난달 27일 서천특화시장 활어동.
지난달 27일 서천특화시장 활어동.

상설시장의 선진모델로 인근 서천의 특화시장(상인회장 서복석)을 추천한다. 서천특화시장(대지14496m², 연면적 7018m²)은 서천읍 충절로 42에 소재한 상설시장이다.

겉으로는 종합시장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 시장은 수산물을 특성화한 수산시장에 더 가깝다.

이곳은 지난 2004년 개설했는데, 그 전에는 서천읍의 맨 중앙에 오일장 형태로 너저분하게 운영돼왔었다. 과거 구시장터는 ‘봄의 마을’이라 명명돼 여성회관과 생산자조합, 청소년회관 등 6개 건물로 지어져 문화단지를 조성하고 있고, 서천읍의 가장자리로 옮겨진 특화시장은 올해로 꼭 개설 9년째를 맞는다.

건물은 크게 활어동이라 불리는 본동과 야채와 과일 등을 파는 일반동, 그리고 지난해 완공된 위생건조장으로 구성돼있으며 2일과 7일 장에는 본동 뒤편에 노점들이 선다.

서천특화시장 위생건조장.
서천특화시장 위생건조장.
서천특화시장 오일장 모습.
서천특화시장 오일장 모습.

서천특화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이곳이 관광형시장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장날 2만명, 평일 1만명의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애용하고 있는데 손님 대다수가 서울과 대전, 전주, 금산, 부여, 익산 등에서 온 수산물고객이다.

이들은 각종 생선과 수산물을 사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구입즉시 2층 음식점으로 가져가 그 자리에서 조리해 먹는다. 1인당 4천원(밥 1천원, 찌개 1천원 별도 추가)이면 밑반찬이 제공돼 외지 손님들에게는 이만한 관광 효자상품도 없다.

307개의 점포 중 현재 285곳이 임대 운영되고 있고 125명의 수산상인들이 1층 수산동을 메우고 있다.
2층 식당은 모두 18곳. 이들은 어느 집이 더 잘된다는 것도 없이 모두 성업 중이다.

2010년 26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연매출은 이듬해인 2011년 300억원을 돌파했다. 또 지난해 100억원이나 껑충 뛴 400억원의 매출증대를 누리며 날로 발전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음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시장을 만든다고 했을 땐 시장상인들의 반발과 불신도 컸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잘 짜여 진 교육과정에 의해 질서정연한 상도덕이 행해지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외형적으로도 크다. 2011년 장애인리프트와 수산물위생건조장이 2층 규모로 신설된데 이어 지난해에는 50kw를 생산해내는 태양광발전시설도 설비됐다. 이와 더불어 도시가스와 각종 시설수선으로 군은 3억4600만원을 썼다.

올해 수산동 계단 정비와 보도블록 교체, CCTV설치가 마무리되면 문화관광형의류시장 조성과 주차장 확장, LED등 교체와 같은 시설사업이 즐비하게 계획돼 있다.

서천군은 2016년까지 시장 외부 아케이드 설치와 화장실 정비, 공동물류(냉동)창고 신축으로 시장 정비사업을 모두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 모든 사업을 위해 127억1700만원의 예산 중 87억1600만원이 2015년 사업까지 확보돼있다.

서천군청 경제진흥과 이진희 경제정책담당은 “앞으로 특화시장은 고객 편의시설 확충과 노후시설 개선을 통한 매출증대를 이루는 데 선택과 집중을 꾀할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주차장 확장과 자가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로 고객들이 편리하고 상인들이 윤택한 특화시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상인회사무실서 만난 서복석(68ㆍ충남닭집) 상인회장과 구재칠(56ㆍ시장닭집) 수석부회장은 특화시장의 목표로 매출증대를 떠난 ‘상인들간 화합과 조화’를 꼽았다.

왼쪽부터 서천특화시장 서복석(68ㆍ충남닭집) 상인회장과 구재칠(56ㆍ시장닭집) 수석부회장.
왼쪽부터 서천특화시장 서복석(68ㆍ충남닭집) 상인회장과 구재칠(56ㆍ시장닭집) 수석부회장.

서 회장은 “인구 6만여명의 서천주민들에게 이 시장은 크다. 시장이 관광이 되는 시장으로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인간 이해와 신뢰가 쌓인 화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구 수석부회장은 “회장님과 나도 시장 내 유일하게 닭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물건이 없으면 서로 꾸어다 팔 정도로 믿음과 신뢰가 돈독하다. 동종업체가 밀집된 시장일수록 이러한 상인간 화합과 믿음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본다”며 상인들의 복지에 앞선 공동체의식을 꼬집었다.

또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상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케 해줄 태양광시설을 증설이다. 현재 50kw의 자가 전기 생산으로 1달 200백만원의 이득이 시장에 돌아오고 있다며 앞으로 70kw를 더 증설해 상인들의 관리비 부담을 던다는 현실적 계획도 내놨다.

서 회장은 “수산물이건 농산물이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들은 모두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들이다”며 “뭐니 뭐니 해도 재래시장은 전통시장이어야 하고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경제적 집약체이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문기석 태안상설시장 상인회장
문기석 태안상설시장 상인회장

불법 판치는 시장 변화와 혁신이 관건
태안상설시장

‘더클래식’의 ‘마법의 성’이라는 가요의 노랫말을 보면 마법의 정원을 지나 어둠의 동굴이 나온다. 하지만 태안에는 정원 없는 동굴만이 덩그러니 있다. 그것도 태안의 심장인 가장 중심부에.

태안상설시장(상인회장 문기석)을 일컫는 말이다. 어둡다 못해 습한 기운까지 감도는 상설시장.

설비한지 10년이 넘는 낡은 비가림막시설에 30여년이 훌쩍 넘는 건축공사로 바닥이며 건물 외벽, 비오는 날이면 하수구 물 빠짐까지 일일이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장은 상인들과 고객들의 소통의 공간이자 이방인이 그 지역의 냄새를 가장 잘 맡아 볼 수 있는 시험대다.
태안의 대표이자 얼굴인 상설시장은 어떤가. 시장 입구를 알리는 곳에는 판잣집을 이은 포장마차 가건물들이 득실대고 지역의 문화를 대변하는 시장통은 어두침침하기 짝이 없다.

낡은 건 그렇다 쳐도 손님들이 쉬었다 갈만한 의자 하나 여의치가 않다. 여기 저기 상가들이 내놓은 집기들이 손님들의 발등과 뒤섞여 혼잡함은 말로 더할 나위없다.

어디 그뿐이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고공물가에 먹을 거라 곤 계절 회가 전부. 싸게 여러 가지를 먹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그래도 군에서 운영하는 상설시장인데 넓고 쾌적한 식당하나 없다는 건 너무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시장상인들의 불친절과 업종의 비다양성에 관광객들은 고사하고 지역주민들마저 상설시장 이용을 꺼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한결같은 반응은 이렇다. 신용카드 내밀기도 미안하고 오후 6시 땡 하면 문을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어서 맞벌이족과 올빼미족들에게 상설시장은 더 이상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상설시장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변화의 바람에 가장 먼저 선 것이 바로 ‘허가문제’다.
상설시장 내 자리한 횟집 14곳을 포함 음식점은 모두 25곳. 이중 허가가 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니 애당초 시장을 지을 당시 이곳을 설계한 담당자와 허가자가 시장 건축물 대장 등재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아직도 상설시장은 불법시장이다. 바로 옆 서부시장이 상설시장을 지을 당시 잠시 거처로 쓴 것에서 유래돼 인정시장으로 허가를 득한 것에 비하면 상설시장으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건축물이 불법이라는 얘기는 쉽게 말해, 횟집이라 불리는 14곳의 수산업체들이 수산물을 판매만 해야 함에도 술과 함께 영업을 하는 것도 죄가 된다는 뜻이다. 혹 이곳에서 음식을 먹고 구토나 설사와 같은 일을 당해도 손님들이 구제받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5월 제5대 상인회장으로 취임한 문기석(50ㆍ태안읍 동문리ㆍ제일쌀상회) 상인회장도 이 같은 건축물 및 시장상인들의 허가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매주 태안을 찾는 40만명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시장이 선두에서 차별화와 특성화를 가지고 움직여야 함에도 ‘불법건축물’이라는 꼬리표가 늘 문제였다.

이를 위해 문 회장은 지자체 조례나 각종 법률에 대한 자문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

필요 시 지자체장과 담당공무원과의 협의를 통해 시장을 하루 빨리 양성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문 회장은 “1년이 멀다하고 시대는 빠르게 변화한다. 시장도 이에 발맞춰 발전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머나먼 얘기가 되고 말 것이다”며 “포장마차촌 재정비와 시장 내 비가림시설 및 리모델링 추진으로 보다 밝은 시장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은 이를 위해 시장건물 합법화와 상인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상설시장 제1기 상인대학 개설이다. 오는 8일 공공화장실 2층 상인회관에서 군수를 명예학장으로 한 시장경제진흥원, 중소기업청 주관 상인대학이 문을 연다.

친절과 배려가 우선시 된 상인교육을 바탕으로 안으로는 합법적 절차에 따른 시장 양성화와 밖으로는 먹거리촌 구성으로 인한 음식현대화와 다양화에 젊은 층 인구의 대거 유입을 꿈꾸고 있다.

또 필요하다면 선진시장들의 시장과 같이 시장에 전담 배치된 담당공무원과의 업무협조를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한계점과 대안마련에 대해서도 유기적 공조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유장상 사무국장은 “회 이외에도 순대, 커피숍, 각종 튀김 등에 이르는 다양한 먹거리 개발로 관광객과 젊은 층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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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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