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 성 만
문필서예가 림 성 만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밝은 일만 있는 것도 오히려 이상한 거죠. 때로 굴곡이 나쁘지만은 않은 겁니다. 그럼에도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지는데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런 바람 쐬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날이 저무는 것을 바라보는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마음과 숲에 어둠 내리고, 우주는 어둑어둑해지는 일을 하고 있는 거죠. 날이 저무는 때여서 신선하고 잔잔해지는 제가 사는 곳에서의 시간은 저문 때에도 좀 녹록해지는 거죠.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어둠은 사물과 생명들에게 평등하게 내립니다. 햇살이 드는 일도 마찬가지구요. 하등의 차이 없이 함께 날이 저물고, 함께 새날이 밝아옵니다. 그런데도 ‘함께 눈을 감고, ’함께 눈을 뜬다는 것을 느껴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꽃과 새와 가족과 이웃과 동네와 거리와 시장과 들판과 광장과 가을산과 하늘과 함께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합니다. 웃다가 울다가 웃기다가 울렸다가 사랑하다가 배신하다가 여린 마음으로 기억하면 삶과 연애에도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가보면, 그 끝에는 분명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는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습니다. 함께 비춰 반사되어 빛나는 거죠’ 그렇습니다. 혼자보다는 둘이서 협력하면서 걸어간다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겁니다. 가끔은 혼자서 골똘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외로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하여, ‘누가 뭐래도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듯이 인성만 갖춘다면 사람의 생각과 기억은 무한합니다. 
‘이 세상 최고의 교육기관은 어머니의 무릎이다’라는 단어를 기억하며 연로한 제 어머니의 현재 모습을 생각해보지만 잘 보필하지 못하면서 제 자식에게 무슨 호사를 바라겠습니까. 지나고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경전’이라고 생각해보는데, 지나간 것을 후회하면 뭐 하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제 가슴속에 곰곰이 새기는 것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행복하고 싶었던 그 시절이 실은 행복한 시절이었듯, 꿈을 꿀 때가 가장 아름답듯이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지나간 시절에도 얼마든지 행복은 숨어있었던 것을 우린 모르고 살아간 건데, 욕심부리지 말고 긍정적 사고로 살아간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요.
목수가 나무를 자르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건 두 번 재는 일인데, 모든 것이 그렇듯 섣부르게 행동하면 꼭 후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하는 이치인 거죠. 요즘 나라의 지도자란 분들이 소통이 부족하다 말들 하는데 그건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소통과 상처도 무의미하지 않듯 모든 것엔 음과 양이 존재하는데, 나쁜 것과 좋은 것을 명백하게 나누는 잣대는 과연 옳은 것일까요? 이런 때 ‘중용(中庸)’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봅니다.

‘다시 시작하라, 오늘이 네 삶의 첫날인 것처럼’ 살아가면서 매사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하기 싫은 일이기에 조심 또 조심하는 겁니다. 지나간 것을 반성하면서 다시 시작하듯,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거죠. 거기에 제가 아직까지는 건강하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그나마 가족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만금의 황금이 있다해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푸른 옥빛의 고고한 대나무를 바라보면 가히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휠지언정 꺽이지 않는 대나무이기에, 그래서 저는 대나무(대나무 정신)를 닮고 싶어 합니다. 자갈길이어도 옳은 길이면 갈 것이고 비단길이어도 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게 제 소신인데, ‘오늘 하루는 분명 어제보다 나을 거다’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가는 거죠.

제가 아는 지인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계절에 관계없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마 조금은 생뚱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스마트 폰을 보면서 얻는 것은 ‘정보’이고, 책을 읽으면서 얻는 것은 ‘지식’이라고 강조한다면 오만일까요. 새하얀 종이에 활자로 꾹꾹 박혀있는 지식을 그냥 흘려버린다면 이건 국가적으로도 옳지 못합니다. 
저 또한 제대로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을 새롭게 감사하며 더불어 하늘과 땅을 보고 이웃을 살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시 다짐해보면 진심으로 사랑을, 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삶을 불태워야 하겠지요. 생각해보면 ‘하루의 의미는 희망입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뜻 있게 살아가야지 그런 마음인데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거죠. 휠지언정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람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도 수학공식에 얽매일 것이 아니며/ 미적분을 풀어가듯 살아갈 것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진실을 앞에 두고/ 마음 삭혀 넘겨주면 되는 데도/ 왜 그리 우리 인생은 생각이 많은 건지/ 조금만 내려놓으면 여유 생기는데/ 끝없는 욕심이 앞서는 것은 아닐까
가을은 모은다고 말하지만 덜어내는 것/ 그것이 앞서면 마음은 더 풍요로운데/ 그렇다면 겨울은 포근한 안식인 거지/ 인생살이 무한긍정을 앞에 두고 걸어간다면/ 조금은 가벼운데도 왜 우린 집착일까/ 서러움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되는 현실 속에 관조하는 인생길 쉽지 않아도 덜어내고/ 지금이면 만족인데 더 무엇을 바라는가/ 내 마지막 여행가방은 도대체 어떻게 쌀지/ 그것이 궁금하고 기대도 해보건만/ 얕을수록 좋은 생각은 샘솟듯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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