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잡이 8월 21일을 9월 초순으로 연기하면 어떨까?

근흥면 신진도항은 꽃게의 수확이 시작되면 태안 명품 꽃게의 산실로 둔갑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태안 연안에서 하루 약 200톤 가까운 꽃게를 잡아 가공업체에서 그야말로 ‘명품 꽃게’로 꽃단장해 수도권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 많은 유통업체에 납품된다. 
신진도항뿐 아니라 안면읍 백사장항에서도 하루 6톤~10톤 정도의 꽃게가 잡히며, 근흥 채석포항, 소원 모항 등 태안군 42개 항·포구에서 엄청난 양의 꽃게가 어획되고 있다. 꽃게는 그야말로 태안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태안 꽃게는 태안경제에 지대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어민은 물론 수산업 종사자, 유통업계, 시장상인 등 한 해의 부(富)가 꽃게잡이 한 철에 집중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진도항 꽃게 하루 6톤 버려져

 
 

근흥면 신진도항에는 13개의 꽃게 패킹업체가 있다. 그런데 이 업체들이 꽃게선별작업을 마치면 한 업체에서만 500~600kg 가까운 파게(곪거나 상품성 없는 게)가 배출된다. 
그 이유는 꽃게가 채 성숙하기 전 본격적인 꽃게잡이가 매년 8월 21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암컷은 알을 풀고 몸이 텅 빈 상태에 가깝고, 탈피 과정 직후 몸이 견고해지지 않은 상태로 대량 어획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잡힌 꽃게의 상당수는 곪아 폐기 처리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꽃게가 패킹 과정을 통해 부패한 꽃게와 상품성 없는 꽃게가 선별되고 쓰레기로 배출되는 꽃게만 신진도항의 경우 하루 6~7톤에 이른다고 한다.
신진도항을 제외한 태안군 전체 꽃게 수확량의 상당수는 이렇게 같은 과정을 거쳐 파게 처리되는 꽃게는 수치로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태안군은 수산자원 회복과 어민 소득증대를 위해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11억 1024만 원을 들여 관내 연안해역 일원에 대하와 꽃게 등 수산종자를 방류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등 지난 4년간 40여억 원을 들여 수산종자 방류 사업을 시행해왔다. 
이런 예산을 들여 키운 꽃게를 미성숙 상태로 수확해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이 엄청난 것이다.
따라서 금어기를 서해5도와 같이 8월 말일까지 연장하거나 꽃게잡이 기준을 강화·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게로 버려지는 꽃게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더나가 금어기가 끝나고 꽃게 수확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꽃게 선별과정에서 나오는 파게 처리문제로 근흥면 모든 항구를 비롯해 신진도항에는 폐꽃게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폐꽃게 쓰레기 대란

 
 


특히 신진도항에서는 패킹작업 후 파게들이 쏟아진 22일부터 쓰레기 운반·수집 처리되지 못하고 길에 쌓여 말 그대로 폐꽃게 쓰레기 대란이 시작된 것이다.
22일부터 13개 업체에서 하루 6톤에 가까운 파게가 배출되었고, 이 엄청난 양이 뜨거운 햇빛 아래 적체되어 24일에는 신진도항 인근은 20여 톤의 파게 썩는 냄새와 파리들이 들끓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런 파게 쓰레기 대란은 관광태안의 명성과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줄 뿐 아니라 태안을 찾은 외지인의 눈에 태안은 그야말로 비위생적인 도시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해까지 13개 업체에서 나오는 파게를 주원료로 발효 엑비를 만드는 A업체가 더 이상 반입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5조와 25조에 따르면 음식물류 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자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및 적정 처리를 위하여 관할 지자체의 신고하여야 하며, 조례로 정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하고, 음식물류 폐기물을 스스로 수집·운반 또는 재활용하거나 위탁하여 수집·운반 또는 재활용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하루 평균 300kg 이상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는 업체는 시·군에서 운영하는 쓰레기 수거를 이용할 수 없고, 해당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하거나 폐기물처리업자에게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근흥면 쓰레기 수거 미화원은 파게 쓰레기 수거를 중단했고, A업체는 그동안 이루어져 오던 파게 수집을 중단했다.
이렇게 22일부터 근흥 신진도항에서 파게 쓰레기 대란이 시작되자 신진도항 인근은 파게 썩는 악취와 각종 민원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25일 취재를 나갔을 때 신진도항 주변은 파게 쓰레기를 쌓아놓은 검은 플라스틱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악취가 강물처럼 흐르며 엄청난 파리 떼들이 점령한 피난 도시처럼 보였다. 
과거 폐꽃게를 산이나 주택가 하천 등에 무단투기해 사회문제로 이슈화된 적은 있으나 파게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폐꽃게 무단투기는 처리비용의 문제로 일어난 일탈에 불과한 것이라면 이번 쓰레기 대란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과 근흥면, 태안군청의 행정력, 신진도항 어민의 민원이 뒤엉켜 몸살이 깊어진 것이다. 
파게 쓰레기 대란이 시작되고 기자가 취재에 나서자 태안군 환경산림과 J팀장은 “신진항의 경우 근흥면사무소에서 종량제봉투를 지급해 꽃게 폐기물을 담아 버리면 군 환경관리사업소에서 수거하고 있었다”면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파게 쓰레기를 우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서산·예산 지역 사업장쓰레기 전문 D업체를 꽃게 패킹업체에 소개해 파게 쓰레기 처리를 주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근흥면사무소를 취재했을 때 근흥면 관계자는 “신진도항 파게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꽃게 수확 시기에 군에서 음식물처리 전용차량 한 대와 직원을 지원해주고, 파게 쓰레기에 폐그물 등 오염물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면 군 환경관리사업소에 처리를 의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꽃게 한 시즌을 위해 근흥면에 따로 음식물쓰레기 처리 전용 차량과 직원을 추가 편성하는 것은 예산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환경산림과 J팀장은 “D위탁업체를 설득해 파게 처리비용을 20만원까지 낮추었다”면서 “이 비용은 운반비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신진도항 가공업체의 상당수가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위탁업체는 25일 이후 하루 두 번 파게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했으나 그동안 쌓인 물량이 있어 일상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렇듯 쓰레기로 버려지는 꽃게의 문제는 패킹업체의 문제뿐 아니라 관광태안의 이미지 실추와 엄청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며, 또한 심각한 환경오염과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기에 쓰레기로 버려지는 꽃게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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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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