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태안향토문화연구소장 박 풍 수
전 태안향토문화연구소장 박 풍 수

지구상에는 약 200여 국가가 존재하지만 의회민주주의를 시행하는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또는 국토대비 국회의원수가 제일 많다고 알려져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회의원수가 너무 많다고 하지만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거기에 더하여 수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회기 중 불체포 특권과 업무에 관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러한 특권을 주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라고 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수 십 년 전의 일이라 정확한 시기는 기억할 수 없지만 내용만큼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아침시간대에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현역 국회의원과 아나운서가 대담(對談)하고 있었다. 그 현역 국회의원이이 말하기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가정현황을 적어오라고 했는데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항목에 국회의원이라 쓰지 않고 ‘회사원’아라고 썼다고 한다. 왜 국회의원이라고 쓰지 않았느냐고 묻자 중학생이 말하기를 “요즈음 국회의원이 인기가 없어서요” 라고 대답했다고 방송에 출연한 국회의원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해서 전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위의 내용이면 필자보다도 더 현명한 학생이다. 오죽하면 중학생조차 이런 말을 했을까? 온 국민이 깊게 음미해볼 문제다. 요즈음의 국회를 보고 있노라면 본분을 모르고 경거망동하는 의원들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시골 촌로는 궁금해지기도 한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한다. 국정조사권을 갖고 있어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한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탄핵하는 권한도 갖고 있는 막강한 300명의 집단이다. 필자는 자유당시절의 국회로부터 현재의 국회까지 두루 섭렵(涉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첫째로 거론하고 싶은 문제는 국회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소속 당의 눈치를 보면서 당론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 당론으로 정해진 문제라면 본인의 소신과 배치(背馳)될지라도 목소리를 높여서 추태를 부린다. 당권을 거머쥐고 있는 당대표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다음 국회의원선거에서 공천권을 따낼 수 있기 때문에 목청을 높여 일반국민들도 잘 쓰지 않는 막말과 이상한 말을 조합하여 유명세를 타려고 악을 쓰는 모양새다. 언어순화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공천권을 행사할 때 해당지역구 유권자들의 의사를 절반만이라도 반영하면 어떨까? 
둘째로 국회회관 내에서의 회의하는 모습이다. 국회의장석 앞쪽에 자리하고 있는 발언대에서는 국회의원 또는 국무위원이 열심히 자기의견을 개진((開陣)하고 있는데, 의석에서는 이를 아랑곳 하지 않고 핸드폰을 가지고 메시지를 읽고 어떤 의원은 주식관계에 연관 있는 행위를 하다 카메라에 포착되는 일도 있었다. 자기가 속한 당의 의원이 연설하면 박수가 나오고 다른 당의 의원이 연설을 하면 야유를 보내고 쉬운 말로 기본적인 예의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어느 날 어린학생 20명이 국회에 견학을 와서 회의광경을 견학했는데 그날따라 의원들 간에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쓰고 있는 개딸(?)의 뜻을 몰라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개혁의 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이가 없다. 개혁의 딸’이라고 쓰면 될 일을 굳이 듣기 거북스러운 개딸’이라고 쓰는 정치권이나 언론계가 한심하다고 생각된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언어순화운동을 하기 바란다. 
며칠 전에 시각장애인이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국민의 힘 소속 김예지 국회의원이 발언대에서 연설을 마치자 여·야 의원 전원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며 긴 가뭄 끝에 내린 비를 보는 농민의 마음처럼 내 가슴 속을 훈훈하게 적셨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연설을 할 때에 회관의 한쪽에서는 박수가 자주 나오지만 한쪽에서는 야유가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야당석으로 가면 야당의원들은 슬슬 피하려한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분의 야당의원들은 길목에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악수도 나누는 광경을 나는 어느 의원인지 꼭 확인하곤 한다. 
필자를 꼰대(?)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젊은 의원들이 노회한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버릇없는 국회의원도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신사((紳士 gentlman)란 옷을 잘 입어서가 아니고, 품위가 있고 마음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국회의원쯤이면 신사도(紳士道)를 지켜야하지 않을까? 
셋째로 국회의원은 국가의 위기와 국란이 닥쳤을 때는 여·야 할 것 없이 힘을 합쳐도 부족한데 힘을 합치기보다는 상대당의 잘못으로 몰아붙이고 부각 시켜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불이 났다고 가정할 때 일단 힘을 합쳐 불을 끄고 난후에 잘잘못을 물어야 할 것이다. 
넷째 국회의원의 수를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이 많다고 정치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한사람에 따르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한다. 국회의원 자신들이 특권을 줄이고, 국회의원수를 줄여야 된다고 말해왔지만 실행된 적은 없다. 
내년총선에서 현재의 국회의원들이 유세장에서 무어라 말하는지 지켜 볼일이다. 요즈음의 국회는 막말싸움과 고소전(告訴戰)으로 하루 해가 저문다.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각성해야한다. 
필자가 60년을 훌쩍 넘겨 자유당정권 부터 지금까지의 국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했으나 시간이 촉박하여 아쉬울 따름이다. 노인들은 나서지 말라는 말에 위축되어 몇 개월 동안 쉬었으나 가슴으로부터 무엇인지 모를 마음이 북받쳐 올라 또다시 우(愚)를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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