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고급 타워팰리스에 사는 귀족 노인들이 나라에서 제공하는 연금을 공짜로 타먹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식당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생활력이 악착같은 노인이 한달에 130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노령연금을 안주면 어떻게 생각할까.
단순 비교지만 생각만 해도 어이없는 행정이 실제로 일어나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의 상당부분이 부유층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이 발표한 지난달 ‘기초노령연금의 대상 효율성 분석과 선정기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가구 중 가구소득이 최상위(10분위)인 가구의 54.2%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소득층인 2·3·4분위 수급률이 50~70%대인 점을 감안하면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가구의 19.5%는 소득 6분위 이상이었다. 기초노령연금은 대상자 선정 때 ‘가구 경제력’이 아닌 ‘본인과 배우자의 경제력’을 기준으로 한 탓에 부유한 자녀와 같이 사는 고령자도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이란 국가에서 만65세이상 되는 어른신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적은 분들에게만 지급을 하게 된다.

기초노령연금 수령을 위해서는 나이가 65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나이 말고 또 선정기준이 있다.
바로 월소득이다. 배우자가 없는 단독가구의 월 소득인정액이 78만원 이하이어야 하고, 부부가구인 경우에는 월 소득인정액이 124만8천원 이하여야 신청이 가능하다. (소득인정액이란 노인가구의 월소득에 재산가액에 연리 5%(금융자산은 연리 8%)를 월액으로 계산해 합한 금액을 말한다.)
기초노령연금 수령시 연금액은 단독가구 즉 1인 최고 9만4300원(지난해까지는 9만1200)이고 부부가구인 경우 최고 수급액은 각각 7만5500원으로 합해서 15만1천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자 본인의 경제력이 기준이돼 부유한 자녀와 살아도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타워팰리스 주민 30여명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데 식당일 하며 월 130만원을 버는 65세 이상 노인은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잘못 설계되는 바람에 부유층 노인의 절반가량이 지원을 받는 반면 지원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은 일부 소외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의 목적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및 현세대 노후빈곤 해소를 목적으로 2008년부터 시행됐지만 도입 취지와는 달리 불합리한 제도운영으로 인해 받지 않아도 될 부유층들이 연금혜택을 받고 있다.

2010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행법은 65세 이상 노인 550만여 명 중 소득 하위 70%인 385만여 명에게 기초노령연금 수급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 수급자는 373만여 명으로 약 12만여 명의 노인이 수급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저소득층 노인들이 혜택에서 소외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초노령연금 신청을 위해 본인이나 자녀가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점도 정책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령연금에 관해 알지 못하거나, 설령 알더라도 관공서 접근이 어려운 노인은 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컴퓨터 등이 없거나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홈페이지를 통한 연금 신청이 불가능하거나, 지리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에 해당해 실질적으로 연금 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연금신청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을 대신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직권신청할 수 있도록(안 제6조 제3항신설)해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이 올해 4조원에서 2028년 26조600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소득 가구의 고령자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것은 소득 재분배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제도 도입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무턱대고 복지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제도의 맹점을 보완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행정당국의 대책마련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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