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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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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에서
편집국 기자  |  t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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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10  15: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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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에서

 

그 모래 언덕은 지쳐있었다

뭇 사람들의 힘에

지친 모습을 보고 나는 바람이 부러웠다

자유로운 바람 그 바람이

검은 빛 벼루 위에서 먹이 춤추고

순백의 한지 위에서 붓이 춤추지만

진정 마음 속에서 춤출 때는 언제인지

쪽빛 바다를 흠집 내는 백색 물결과 바람

빛은 또한 내 시선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

지금 그대 바다를 바라보지만

물과 빛과 대기가 만나서 이루는

바다의 표면을 들여다볼 뿐이다

 

한 번도 그대 신두리 바다는 동일한 모습을

그 육체를 내게 보여준 적이 없다

물과 공기가 만나는 접점인 동시에

액체의 공간과 기체의 공간이 분리되는

수평선이 미묘한 빛과 더불어

변모하는 질료성의 바다를 겨우 고정시킨다

그처럼 막막하고 광활한 풍경들

이상야릇한 공포심과 두려움은

사정없이 안겨주는데

그대 신두리 바다에서 느끼는 감흥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근원을 알 수 있을까

모든 풍경은 모태였을 것 같은

원초성을 간직한 풍경을 느끼게 한다

 

아주 오래도록 그 풍경 앞에

직립해서 대지의 원음을 들을 수 있는 곳

그대 신두리 바다를 보면 그 감흥 고스란하다

건성으로 올려놓았던 LP 음악의

음율이 이제사 내 마음에 또박또박 들어와

술 한 잔 마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양지바른 산자락엔 지금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있을까

그만큼 내 마음이 춥다는 증거로 남아

이젠 따뜻하게 훈훈해지고 싶다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별은 더욱 초롱하고

새벽이 빨리 온다고 그랬던가

 

사랑이라는 거대한 단어에

종교와 사상을 논한다면 달리 할 말 없지만

삶을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은

그나마 내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는 건 아닐까

그대 신두리 바다를 알고 나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문득 내 그리움의 시원지를 알고 싶었기에

그대 바다는 항상 내 곁에서

실핏줄처럼 흐르고 그렇게 나는

드넓은 바다 곁에서 농사꾼이 되었다

그대의 땅에, 바다에, 거친 황무지에

경작하는 마음으로 일 년 동안 진중하게

내 그리움의 밭을 일구었고

언젠가 그대가 나의 집으로 느닷없이 찾아와

밭에서 준비한 작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대를 기다리던 북해골에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거슬러 올라가는 바람을 보았다

바람은 바다를 따라 올라가고 날개를 달았으며

살포시 그대의 잔상을 보여주었다

그래 가보자

나는 다시 그대를 찾으러 길을 떠났고

설령 그대를 다시 보지 못하더라도

이 모래 언덕의 발원지 북해골을 보면

내 생의 중요한 비밀 하나는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으로

그대 여기 신두리

일만여 평 모래 언덕의 기억을 가슴에 묻는다

 

※사람의 상처도 저러한 것이 아닌가. 우연한 계기 속에서 그것은 기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언뜻언뜻 나타난다. 마치 빛이 무지개로 번져나가는 것처럼, 간혹 그것은 있었던 것보다 더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삶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달이 움직이는 것을 천천히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피곤이 엄습했지만 시간이 깊어질수록 왠지 또렷해지기만 하는 정신과 마음. 육체의 피로는 견딜만했다. 그래 나는 아직 젊다(?) 내 피는 아직 뜨겁게 끊는다. 아! 여기가 어디인가. 그녀와 손잡고 걷던 모래 언덕의 추억 때문이라면 나는 이 모래 언덕에서 나의 뜨거운 피로 다 녹여버릴 수 있다. 그래 살아가는 것이며, 나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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