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태안군선관위 지도홍보담당
이용희/태안군선관위 지도홍보담당
외부의 힘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고립된 한계상황은 인간의 감춰진 본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영화나 문학작품 등에서 종종 활용된다.

합리적 이성으로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유럽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의 포화 속에서 철저하게 파괴되는 것을 지켜본 윌리엄 골딩은 자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파리대왕’에서 바다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기 사고로부터 살아남은 영국 소년들의 무인도 생존기를 통해 인간의 잔인하고 악랄한 본성과 집단의 광기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 사회화의 과정을 거쳤던 소년들이 다수결로 리더를 선출하고 회의에서 소라고둥을 손에 쥐고 자신의 의견을 발언하는 등 처음엔 사회에서 배웠던 문명의 질서를 흉내 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인도에서의 탈출보다는 무인도에서의 생존에 적응해나가는 무리가 생겨나고, 사냥기술이 뛰어났던 이탈 무리의 리더는 인간이 가진 공포심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다수의 소년들을 포섭해 나감으로써 마침내 문명의 질서와 이성을 무너뜨리고 야만의 질서와 광기에 기반 한 무인도 공동체를 새로이 세운다.

이 소설은 인간 본성에 대한 반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대표자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면, 제1차 세계대전 패배의 책임을 떠안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히틀러가 대중의 절대적 인기를 얻으며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일의 새로운 대표자, 이른바 ‘난세의 영웅’으로 등장하였는데, 대중의 잘못된 선택과 대표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유럽 전역이 전쟁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되었고 4,000만 이상의 사망자를 내는 등 인류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남게 된 것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였지만, 대표자가 펼치는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던 것은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따져보고 투표하기보다는 후보자들의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따지는 등 유권자 자신과의 연고관계와 대중적 인기에 집착하는 군중심리에 의존하여 투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자들도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의 빈틈을 노리고 때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여 왔던 것이다. 

오는 12월 19일 또다시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실험대에 서게 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정책으로 경쟁하고 정책을 보고 선택하는 선진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는 선거 때만의 깜짝쇼에 현혹되지 말고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이 국민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를 꼼꼼히 살펴 현명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10월 20일부터 정책?공약알리미(http://party.nec.go.kr)를 통해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서비스할 예정인데, 대한민국의 운명을 거머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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