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라이프코치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라이프코치 노태영

얼마 전, 지인 H를 오랜만에 만났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이던 그녀의 얼굴은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니, 친한 동생과의 불편한 관계로 고민스럽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필자가 느낀 H의 성품은 살가운 편이다. 주변에 여러 어려운 상황을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늘 에너지 소모가 많고, 불편한 마음이 들면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반면 필자도 아는 H의 친한 동생은 올곧다. 바른말을 잘하고 뜻이 맞지 않으면 쓴소리도 거침없다. 처음에는 쿨하고 뒤끝 없는 동생의 그런 성격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함께 모임을 하고 같이 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H의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가고, 결국 동생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H의 속마음을 들은 후, 동생에게 가장 서운한 점 하나만 말해보라고 했다. “쌤도 알잖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는 않을까를 몇 번이나 생각하고 말하는 내 성격. 근데 쟤는 자기 생각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정색하고 몰아붙이는데, 어떤 때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니까. 물론 열 가지 중에 아홉 가지는 다 잘해. 통도 크고 생각도 넓고, 좋은 점도 많지. 근데 유연하지가 않아. 부러져야 직성이 풀리는 건지. 그동안 잘했던 일들을 한 번에 다 덮어버린다니까. 안타깝기도 해”

문득 필자의 친정아버지가 떠올랐다. 젊은 시절부터 동네일을 시작으로 봉사 단체 에 소속돼 다양한 활동을 수십 년간 해오셨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이 먼저였던 분으로 불의한 일 앞에서는 타협이 없으셨고 몸을 사리지 않으셨다. 존경할 만한 일을 많이 하셨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버지의 말에 상처를 받아 아버지 곁을 떠난 분들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엄마는 “같은 말이라도 제발 부드럽게 하슈. 당신 말에는 가끔 가시가 있어요. 평생을 들어 마음에 굳은살이 박여 괜찮다 싶지만 어떤 때는 굳은살까지 뚫고 들어온다니까요. 빠다(버터) 좀 바르고 말해요”라며 유머 섞인 당부를 하셨지만, 아버지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대신 엄마가 달라졌다. “사람은 쉽게 안 바뀌지. 그걸 알기까지 오래 걸렸어. 어느 날 자는 네 아버지 보고 있으니 불쌍한 생각이 들더라고. 그냥 그런 마음이 들었어. 그 후부터는 저 양반이 뭐라 해도 대수롭잖게 여겼지. 우선 내 마음이 편하니 살 거 같아”라는 말에, 인생 고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측은지심(惻隱之心/불쌍히 여기는 마음). 맹자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잇는 마음으로 표현했다. 관계 형성의 좋은 예는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의 자세로부터 시작해서 상대를 불쌍히 여기고 수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한다. 나와 다른 성향의 대상과 의 관계 개선 혹은 관계 회복을 바란다면 ‘측은지심’의 히든카드를 써보자. 나와 상대, 모두에게 회복과 치유의 반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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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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