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고창평야 산이 멀리 윤곽만 보이고 드넓은 황토밭이다. 이곳 옛 무장현 당초마을에서 태어나 한문을 수학한 전봉준은 이곳에서 동학지도자들과 논의를 거듭한 후 이곳에서 기포했던(현재 행정구역은 고창군 공읍면 당초마을) 무장포 기념비가 우람하게 세워진 아담한 기념공원에는 코로나 수칙에 따라 초청인사만 참석할 수 있었다.

초청되지 못한 주민들이 멀리 농업용 트럭과 경운기에 올라서서 동학농민혁명 제127주년 무장기포 기념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인근 농민들이 선대 농민들이 부르짖던 사람을 평등하게 하늘처럼 대접해야 한다는 동학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정용주 태안군기념사업회장, 배광모 3대회장과 행사의 백미인 녹두대상 수상 당사자인 문영식 태안유족회장 그리고 내가 도착한 시각은 행사 10분 전이었다. 유가상 군수를 비롯한 군의회의장과 의원들, 기관단체장, 지역 국회의원은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 좌석은 아홉 개 앞자리에 비워져 있었고 다른 초청인사들은 모두 뒷자리였다.

먼저 무장포고문 낭독과 진윤식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의 기념사에 이어 군수, 군의회의장, 지역출신 국회의원 축사가 이어졌다. 축사 후 녹두대상 시상 수상자에 허리굽히는 장신의 고창군수 인사는 의외였고, “상을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그는 이미 축사에서 는 태안유족회장 증조부(태안 수접주)의 전투 참여와 현재까지 동학정신 계승과 선양사업의 공로에 관해 연설문을 읽지 않고 술술 읊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일행은 가슴 뭉클했고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수상자의 얼굴을 쳐다보니 담담한 표정이었다. 상패를 받고 나서 20여 분의 수상소감은 동학혁명 강의였다. 한눈도 팔지 않고 경청하는 참석자들, 공식 행사가 끝나고 수상자에게 축하 인사를 군수를 비롯한 국회의원 유지들은 마치 리셉션장의 주민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그대로였다. 하기는 그간의 역대 수상자들이 대학 총장, 저명한 국내외 학자, 동학 관련 공로자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수상자에 대한 그 무게감을 읽을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태안지역에서 보낸 축하 화한 하나 없어 씁씁했다. 행사가 끝나고 진이사장을 비롯한 네 분이 친절한 안내로 30여만 평 청보리 벌판과 무장읍성을 둘러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즉흥적인 졸시 한수를!

 

선운사 가는 길

 

고창 청보리밭 사월이면

붉은 황토 적시는 청보리 바닷물결

보리 이삭 꺼럭에 돋는 소름, 설움

갑오년 동학농민군 녹두 빛 함성

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 치켜든 죽창

오늘 다시 왕대밭 죽순으로 솟아나

청보리 물결에 마음 빼앗긴 사람들

보릿대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

가슴가슴 흘러넘치는 녹두 빛 바람

황토현 돌개바람 남풍으로 헤어진

북풍 다시 얼싸안은 우금치 고개 넘어

갯바람 거센 태안 방갈리 녹두빛 깃발 바람아

광풍아 깃대 세워라

사람 사는 세상 청보리 바람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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