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은 인간의 공포(Fear)에 기인한 미신이다. 인간의 게놈(Genome) 지도가 머지않아 완벽하게 완성되면 생명의 근원과 무병장수의 길을 여는 시대에 돌입한다. 조만간 신의 입자 ‘힉스’(Higgs boson)의 존재가 확인되면 137억년 전 우주 탄생의 비밀이 열리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많은 미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면 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조상의 묘를 이장을 하는 등의 풍수지리가 우리들에게 강한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고, 사업을 하거나 이사를 할 때 길일을 점쟁이에게 묻는 웃지 못 할 일들이 현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상갓집에 갔다 올 때에는 소금을 뿌린다, 이사를 갈 때는 문을 찢어놓고 가야 재수가 좋다는 등 생활 속의 소소한 금기사항들도 있다. 오는 4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 윤달(leap month, 閏─)이다. 윤달에는 결혼, 출산, 이사, 이장, 수의에 관한 많은 속설들이 우리에게 신앙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윤달이란 ‘달’을 기준으로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맞출 수 없어서 고안된 ‘치윤법’에서 생겼다. 음력 1년은 약 354일로 양력의 1년 약 365일 보다 약 11일이 모자란다. 달과 해의 움직임을 인간의 기준으로 재려고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생기는 오차다. 3년이면 음력과 양력사이에 약 33일정도가 차이 나는데 이 차이를 없애기 위해 음력에서는 평균 3년에 한 번 ‘한 달’을 통째로 집어넣는다. 즉 윤달이 있는 해는 음력이 13달 되는데 여벌이 남는 달이라고 하여 ‘여벌달’, ‘덤달’, ‘공달’ 혹은 ‘썩은 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올해는 음력 3월이 두 번 있는 것이다.

1849년 조선 중기 학자 도애(陶厓) 홍석모(洪錫謨)에 의해 쓰여진 ‘동국세시기’는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세시풍속집으로 윤달에 대해서 ‘택일(澤日)이 필요없어 결혼하기 좋고, 수의를 만드는 데 좋으며,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고 기록했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윤달이 ‘손 없는 달, 탈 없는 달, 손재수 없는 달, 우환 없는 달, 귀먹은 달’ 등 무엇을 하든지 간에 거리낄 것이 없고 인간사에 탈을 일으키는 귀신이 귀가 먹어 간섭하지 못한다는 긍정적 인식을 반영해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생각했다.

하지만 윤달을 기피하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부정적으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중국의 역술인 당사주는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달을 ‘비정상적으로 남는 달’, ‘없는 달’, ‘귀신도 모르는 달’이라고 부르며 윤달이 헛되고 무의미하며 나아가 ‘이롭지 못한 달’이라고 우리나라에 잘못 퍼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결혼, 출산, 이사와 같은 경사스러운 일을 행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절대 혼인식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미신으로 굳어졌다. 공달(윤달)은 ‘하늘, 땅의 신이 휴식을 갖는 기간으로 인간의 불경스러운 행위도 신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믿고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윤달에 수의를 장만하고 조상의 묘을 이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도 어김없이 묘 이장, 화장, 수의 등 상조업체는 호황을 맞은 반면, 결혼 등 경사에 관련된 웨딩과 여행업체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마케팅을 효과적 측면에서 봤을 때 부정적인 의미의 공포(Fear) 마케팅이 긍정적인 희망 마케팅을 압도한다.

영화 ‘식스 센스’의 명대사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인간은 실제 공포가 엄습할 때 합리적인 사고를 상실한다. 공포 마케팅으로 고객유치에 재미를 보는 보험사의 경우 미래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리를 이용하여 보험상품을 파는 것이다.

공포 마케팅은 Y2K(밀레니엄 버그)라는 세기의 사기극에 그 진가를 발휘했고, 지구 온난화, 사스 등 이름과 대상만 바꾸면서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공포를 잘 알고 있는 기업은 공포에 대한 백신(Vaccine)을 제공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우리나라 공포 마케팅의 달인은 누가 뭐래도 무속인이다.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는 무속인은 부적이나 굿이라는 토속적인 백신(Vaccine)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왜 13번째 ‘남은 달’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윤달’은 태생적으로 공포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례업체에게는 희망, 웨딩업체에게는 절망을 제공하고 있고, 3년 마다 한 번씩 한국경제에 충격파를 던진다. 윤달에 대한 믿음은 소멸되기는커녕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인간의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윤달 같은 미신이 맹위를 떨치는 것이다.

21세기, 윤달과 게놈(Genome)은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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