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우리가 영원히 죽지 않은 민족내부의 혼을 그 의식 그 불멸의 것을 막다가 다름에 있어서의 위력을, 내일의 운명을 직관하고 마음 가눌 줄 알어 이제는 이 백성 단순하고 양순만 한 무력한 양들은 아니다. 그렇다. 8·15 처음 해방땐 울었다. 왜 그랬나, 그 잔악한 왜적들의 죽음의 사슬로부터 해방의 감격 제국주의 침략자로부터의 자유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 어느 지점 어느 처지에 서 있는가?

국토 그대로 분단된 채, 하늘도 그대로 끊어진 채, 강물도 끊어진 채, 사상도 이념도 끊어진 채, 생활도 그대로 끊어진 채, 미래와 가치관과 비원도 끊어진 채, 오늘 이 겨레 6·25 저 젊은 피, 4·19 저 젊은 피로 강산 물들인 그 넋들, 가슴을 와서 짓누른다. 아! 그 6·25 우리들의 분노와 우리들의 슬픔, 모두가 흐느껴 울었다.

누가 알리 선혈로 강을 이뤄 한바퀴 천천히 지구를 띠두른 그 넋들 서로 안고 오늘은 울어 옘을, 별빛 그 눈동자들 지금은 하늘일까. 낭랑한 그 목소리들 지금은 햇살 속일까. 비바람 속일까. 떨리는 풀잎 꽃잎이 지는 꽃나부낌 속일까. 착한 그 얼굴 모습들 지금은 강물속일까. 나무 그늘일까. 잔잔한 호수 속일까. 그 물속 거꾸로인 하늘 그림자일까.

알아서는 무엇하리 너희들 뜨거운 피와 찢긴 살은 흙거름, 거름위에 뿌리랴 나무와 풀잎들과 꽃망울과 꽃 죽음들이 잠들은 죽음위에 서서 피와 살로 기름진 흙을 밟고 서서 우리들 여전히 히히대며 사는 것을 짐승들도 인간들도 어금니를 갈아 피 흘리며 죽여 가며 흥성흥성 사는 것을.

그렇지. 무엇엔가 그러나 너희들은 살았으리 너희들 뿌려 흘린 그 뜨거운 붉은 피가 유유히 강이 되고, 그래서 푸르르고, 그 빛나는 눈동자들 찬란한 별이 되고, 그래서 총총하고, 그 찢기운 붉은 살은 툭툭한 흙이 되고, 그래서 기름지고, 히디 하얀 백골 뼈 녹아 샘이 되어, 그래서 샛말갛고, 너희들의 숫된 마음, 푸른 바람결 이름 석자 바람결, 혼령인들 햇살이 되어 오늘 저 별살 속에 살아 있으리. 우리들 스스로도 알아지지 못하는 풀포기, 물굽이, 바람결과 가지 끝에 꽃이파리, 모래톱, 양지와 그늘 속에 혼령속 마음속에 피흐름이 있으리. 살얼음 속에 영원히 잔잔하게 있으리.

4. 그렇다. 4·19는 피의 노도 그날 젊음 불의와 악과 그 썩은 것을 보다 못해 기만과 강압과 학살에 참다못해 일어선 십대의 순열, 이십대의 열혈들이 피흘리며 쓰러지고, 쓰러지고 뛰어 넘어 그 이미 귀축화한 악의 아성 그 근원으로 육박하던 피 불길의 노도였다. 그날 그것은 그 오래 5천년, 5백년, 12년을 썩어온 민족악 정치악 사회악 인간악의 불순한 피, 그 혁명에의 불사름의 번개 같은 돌진 죽음에 승리의 전진이었던 4·19 그날 또 소리쳤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 그 붉은 선혈로 나부끼는 우리들의 깃발을 내릴 수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들의 절규를 멈춘 것이 아니다. 그렇다. 그 피불로 외쳐 뿜는 우리들의 피 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불길이여! 우리들의 대열이여! 그 피의 젖은 주검을 밟고 넘는 불의 노도, 불의 풍태풍, 혁명에의 전진이여! 우리들 아직도 스스로는 못 막는 우리들의 피 대열을 흩을 수가 없었다. 혁명에의 전진을 멈출 수가 없다. 민족, 내가 사는 조국이여, 우리들의 젊음들 불이여, 피여! 그 오래 우리에게 썩어버린 악으로 불순으로 죄악으로 숨어버린 그 면면한 우리들의 핏줄 속에 맑은 것을 솟쳐내는 아! 피를 피로 씻고 불을 불로 사뤄 젊은이여, 정한 피여, 새 세대여!

너희들 이미 일어선 게 아니냐. 분노한 게 아니냐? 내 달린 게 아니냐? 절규한 게 아니냐? 피 흘린 게 아니냐? 죽어간 게 아니냐? 아! 뿌리 아린 임리한 붉은 피는 곱디고운 꽃잎, 피 꽃은 강을 이루어 강물이 갈앉으면 하늘 푸르름 혼령들은 강산위에 햇별 살로 따수워 아름다운 강산에 아름다운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에 아름다운 겨레를, 아름다운 겨레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우리들이 이루려는 민주공화국.

처절한 민주정체 처절한 사상의 자유 처절한 경제균등 철저한 인권평등 우리들의 목표는 조국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지상에서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정의 인도 자유 평등 인간애의 승리인 민인들의 승리인 우리들의 혁명을 전취할 때까지, 우리는 아직 우리들의 깃발을 내릴 수가 없다. 우리들의 피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우리들의 피 불길, 우리들의 전진을 멈출 수가 없다. 아! 혁명이여!

5. 옛날에 저 북만 북으로 뻗어가면 고구려였다. 얼음벌 눈모래에 바람 거슬러 대요수 요동평원 속미수까지 하얼삔, 장춘 심양 대련 끝까지, 기상 늠름 넓은 도량 치켜슬린 눈썹 형형하게 불번쩍에 두눈 빛내며 할배들의 말 발굽이 찡겅대었다. 하늘 비친 백두 위의 천지에 칼을 씻고 옛날에 우러러 별을 헤며 꽃을 밟고 타내린 장백 낭림 태백 노령 억센 산줄기 남으로 바다 뛰어 탐라 섬까지 한라 높이 별이 잠긴 백록 못물에 할배들은 발을 씻고 꿈을 키웠다.

그랬다. 아! 할배들은 장했다. 옛날에 그 아득할 때 북으로는 수(隋)를 40년간 드나들며 오랑캐와 싸워 무찔러 침략자를 짐승 치듯 몰아내고 남으로 왜적떼의 임진란을 7년, 지는 듯 도륙하고, 이기는 듯 피흘리며 지켰었다. 놈들을 바다 속에 처박아 겨레를 나라를 형제를 이 국토를 할배들은 얼마나 또 슬기롭고 마음 높았었나. 신라와 저 고구려와 백제와 고려 조선조를 이어오는 황홀한 문화. 하늘빛 그 순금빛 웅군장대, 섬세하고 화려한 수수하고 꿈짙은 해와 달로 맞겨룰 값진 예술을 찰나에서 내다보아 영원에 살고 돌로도 꽃을 빚어 향기 풍기는 할배들은 빛을 안고 꿈을 키웠다.

그렇거늘 오늘의 우리, 오늘의 우리는 무엇이냐 저 고구려 북만 송화와 저 요동 하얼삔, 장춘, 대련, 심양은 다 그만두고 아, 압록강, 두만강, 평양, 함흥, 묘향과 저 금강 북의 반쪽 몸뚱어리 하늘 깜깜한 사랑하는 내 산하 길과 발이 막혔고나 무엇이냐 휴전선은 무엇이냐 오늘의 우린... 하늘도 땅도 잘린 피어린 세월, 솟구쳐도 바위 누르는 시공이구나.

그렇다. 벗이여, 겨레 형제여, 우리들 이 가슴속에 진한 혈조가 눌리다 또 끓어올라 솟구치지 않느냐. 사랑은 미움보다 피는 물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이 오늘보다 영원히 그 순간보다 소중한 게 아니냐. 사랑이 그 미움을 피가 그 이념을 자유가 그 죽음을 이겨 그렇다. 진실로 오늘 우리 모두 10년을 50년을 100년을 더 앞내다 보아 불멸의 불사의 불퇴전의 그 의지, 가다가 넘어져도 또 밀고 가자.

아, 북으로 뻗쳐 가면 고구려였다. 옛날에 40년 그 수(隋)의 침략 간악한 저 임란왜적 물리쳤던 네 심장 이내 심장 뛰는 이 핏줄 아니랴! 비록 오늘 녹슬었어도 이 사랑 흐르는 강 크낙한 보람 역사는, 하늘은, 승리는 우리의 편, 오늘 우리가 우리의 조국 통일 못 하면 자유 민주 민족통일 못 이룩하면 어떻다 하리 오늘 우리들 가슴에 다시 비원 되일궈 우리 모두 나하나 그 흐름 속에 불 높여 넣자. 또 한 번 그 불사의 넋 하늘 솟치우자.

 

※나는 비록 천천히 걸어가더라도 그것은 역사이기에 이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궁중의 법도는 참형 다음의 형벌은 ‘위리안치’다. 살려주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잉크로 쓴 거짓은(전두환 회고록) 피로 쓴 진실을(광주항쟁) 이길 수 없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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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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