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충격적인 수원 토막살인사건의 파문이 경찰 조직 전체를 뒤흔들었다. 피해자의 신고전화가 112신고센터에 걸려와 경찰과 7분이 넘게 통화를 했다. 피해자가 정확한 납치된 장소와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는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건성으로 들었을 뿐만 아니라 무성의한 대처로 피해자는 6시간뒤 처참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의 구조를 기대하다 목숨을 잃은 이 여성은 얼마나 절망했겠냐면서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질책은 쏟아져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이 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급기야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경찰청장은 "경찰의 무성의함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에게 실망을 끼친데 깊이 자책하면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자진 사퇴했다.

경찰의 무능과 무성의로 한 시민이 안타까운 죽임을 당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던 '수원 여성 파살사건'의 이면엔 경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외에 112신고센터의 피해자 위치추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뒤늦은 일이지만 '수원 여성피살사건'을 계기로 112신고시 당사자의 동의없이도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바뀐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지난 14일 공포돼 오는 11월 1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된 위치정보법이 시행되면 긴급구조 상황에서 경찰의 위치정보 조회가 가능해진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경찰이 위치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받을 본인이 112신고를 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다만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를 요청한 경우 목격자의 위치추적은 가능하나 이 경우 목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보호자가 실종아동 등의 긴급구조를 요청한 경우나 구조받을 사람이 제3자에게 전화통화나 문자 등으로 구조를 요청했을 때 구조받을 사람의 의사를 경찰이 확인한 경우 등 제3자의 신고에 대비해 예외적으로 경찰에 위치정보 제공이 허용된다. 그러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 등 2촌 이내의 친족이나 민법상 후견인이 신고하는 경우와 자살기도자, 성년 가출자나 행방불명자, 치매노인 등에 대해 제3자가 긴급구조를 요청한 경우에는 경찰이 위치정보 조회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위치추적법과 관련해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수사기관으로서 정보수집에 탁월한 경찰이 수집한 개인 위치정보를 함부로 조회하는 등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위치조회 오남용으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경우에도 배우자, 연인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 개인적, 상업적 목적으로 허위, 장난 전화 등 오남용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관련 경찰청은 이같은 위치정보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통제장치로 신고와 관련된 정보는 112 전산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

경찰이 위치정보를 조회할 경우에는 위치정보주체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토록 했다. 다만 통보로 인해 위치정보주체가 위험해질 경우에는 위험사유 소멸후 즉시 통보토록 규정했다.

위치정보주체가 경찰에 수집된 위치정보에 대해 확인, 열람, 복사 등을 요청할 경우 사유를 불문하고 이에 응할 의무도 규정했다. 또 경찰은 개인 위치정보 조회시 그 내역을 6개월 단위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위치정보사업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 개인위치정보를 긴급구조 목적외 사용할 경우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어찌됐든 당사자 동의 없이도 112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위험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조속히 시행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법원의 통제없이 개인정보가 수사기관 경찰에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위치추적을 위한 세세하고 치밀한 기준과 남용됐을 경우 처벌기준을 명확히 하고 처벌 또한 강경하게 이뤄져야 하는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