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만3천명이 거주하고 있는 충청남도 태안군.
이중 3만에 가까운 인구가 태안읍에 밀집돼 있다.
태안은 서해안 대표적 수산물의 생산지로 사계절 즐기는 활어는 물론 황토에서 자란 6쪽마늘, 생강, 달래, 알타리무 등 풍부한 농산물로 말 그대로 천혜의 자연이 살아있는 고장이다.
하지만 땅거미와 함께 찾아오는 삭막하기까지 한 도심 속 인적 드문 상점가와 시장통 사람이 그리운 골목 안은 ‘불 꺼진 상권’의 오늘을 대변하고 있다.
안면도(안면읍)와 만리포(소원면), 솔향기길(이원면) 등 주말 관광객들의 분산으로 정작 태안읍내 시장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해서 태안미래신문은 태안상권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제1화 태안상권의 현주소’, ‘제2화 태안의 홍보맨이 되어주세요’, ‘제3화 당신이 태안입니다’를 연속 기획보도하며, 태안시장 경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 시장경제의 신호탄이 될 만한 구심점들을 파악해 보도한다.
이번호는 첫 번째 기획으로 태안상권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관광태안’이 처한 현실과 지역 시장경제의 흐름을 살펴 앞으로 태안지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한산해진 상점가. 태안읍 중앙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한산해진 상점가. 태안읍 중앙로.

오후 8시, 암흑의 도시 태안

3일과 8일 태안읍내 오일장이 있는 날만큼은 이른 아침부터 시장통이 북적거린다.
쌀이나 콩, 고추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노점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오일장이 태안에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장시에 맞춰 물건을 팔러오는 상인들보다는 평상시에 노점을 깔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더 많은 까닭이다.
태안의 상권이라 함은 크게 태안특산물전통시장(상설시장)과 서부시장, 중앙로상점가로 나뉘는데 오후 8시면 암흑의 도시에 가까운 태안읍은 ‘불 꺼진 상권’의 오늘을 대변하고 있다.
‘태안 사람들 대부분은 과연 장을 어디에서 볼까?’ ‘물건은 어디에서 살까?’를 고민하다보면 지금 태안 상권이 처한 현실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된다.
태안시장 및 상권에 대한 인식은 주민들로 하여금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다. 가격이 비싸다, 물건 종류가 없다, 불친절하다, 관광지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 등이다.
가격이 비싼 것에 대한 문제는 관광지 특성상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먹거리가 풍족한데 비해 산지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조차 타 도시에 비해 비싼 가격에 사먹어야 하니 산지라서 이로운 점은 신선하다는 것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경쟁업체가 많지 않다보니 ‘안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상인들의 서비스 마인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례로 태안에서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인식을 찾기 힘들다. 그러니 자연히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주인이 왕이다’라는 잘못된 상거래인식이 자리 잡혀 불친절한 곳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수산물 가격 고공행진과 관련해 이강웅(59ㆍ랜드로바ㆍCNA) 태안읍중앙로상가번영회장은 “같은 수산물이라도 서산에서 팔릴 때와 태안에서 팔릴 때가 가격이 다르다. 이는 많은 해산물이 경쟁하는 큰 시장에서는 가격을 좀 낮게 책정해 경쟁력을 높이는 반면 작은 시장 즉 태안시장에서 판매할 때는 제 값을 다 받게 해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독과점 운영이 많은 상점이나 가게들이 많다보니 좋은 품질의 물건을 좀 더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경영적 마인드가 배제된 나쁜 예다.
온라인쇼핑몰과 모바일을 이용한 값싸고 질 좋은 물건들이 눈만 뜨면 여기저기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시대에 이처럼 얕은 상술에 알면서도 속는 소비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이강웅(59ㆍ랜드로바ㆍCNA) 태안읍중앙로상가번영회장.
이강웅(59ㆍ랜드로바ㆍCNA) 태안읍중앙로상가번영회장.

지역 소비층이 사라진다 ‘왜?’

태안군 8개 읍ㆍ면 5인 이상 기업분포도를 살펴본 결과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을 제외하면(농ㆍ수협 포함ㆍ상시근무자 기준) 태안읍 43곳, 안면읍 11곳, 근흥면 9곳, 소원면 9곳, 남면 8곳, 원북면 8곳, 이원면과 고남면이 각각 2곳으로 기업다운 기업은 지역 내 고작 92곳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서산과 당진 등으로 출퇴근시간 빠져나가는 유동인구를 빼면 정작 태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소비하는 층은 생각보다 더 없다는 게 각계 분석이다.
결국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얽히고설킨 이 명제의 답은 단순히 인구감소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도 수년간 인구정체에 따른 문제지 매년 수백에서 수천명의 인구가 태안을 빠져나가는 상황은 아니니 상권 회복에 따른 어느 정도의 희망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원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보다 획기적인 시장상권 조성이 고민돼야 할 때다.
고종남 태안군청 경제진흥과장은 ‘판매채널 다양화’와 ‘변화에 민감한 상인들의 친절마인드’ , ‘바가지요금 근절’, ‘사계절 관광지에 맞는 시장개선’ 등에서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근 서산만 봐도 주차와 친절,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마트들이 즐비하다.
물건에 대한 가격비교가 가능한 인터넷쇼핑몰과 언제 어느 때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쇼핑이 가능한 현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태안시장만 보더라도 온라인쇼핑몰을 제대로 구축해 놓은 곳을 찾기 어렵고 상인들의 물건 진열이나 서비스마인드도 부족하다.
지역고유 브랜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대표 특산물이라 불릴만한 이렇다 할 농특산물에 대한 의식도 희박하다.
오직 태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간장게장’과 ‘게국지’이긴 하지만 비싼 가격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간장게장과 꽃게탕과 구분이 안가는 게국지는 이미 태안 고유의 특성을 잃었다.
소비자들이 손쉽게 찾는 길거리 음식에 대한 부재도 아쉬운 점이다.
어딜 가나 있는 튀김이나 떡볶이, 전, 순대 등으로 대표되는 길거리음식. 하지만 태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설게튀김, 방풍전, 꽃게어묵, 달래빵 등의 상품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무수한 먹거리가 상존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상품개발에는 진척이 없다.
실제 태안시장 어디에도 먹자골이 없어 관광객들의 먹거리 충족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향토자원외자유치 관건

앞으로는 지역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낸 차별화된 향토자원이 지역경제를 살릴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광굴비’, ‘안동간고등어’, ‘돌산갓김치’, ‘한산소곡주’ 등 고유지명을 내세운 향토자원의 파워야 말로 지속적이고 차별화된 시장경제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지역이 가진 장점을 살려 다른 지역과 차별이 되는 향토자원을 개발하는 방식과 외자유치 산업으로 지역의 경제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즉, 지역 혹은 향토가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자원인 향토자원을 활용해서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굴뚝 없는 공장 같은 친환경적인 공장들이 입주해 지역과 상생을 논의해야 할 때다. 향토자원을 활용한 향토산업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원료를 구할 수 없다거나, 그 지역만의 독특한 볼거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다른 지역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산업구조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토산업을 육성하게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토자원은 농산물과 1차산업을 가공해 상품화한 2차산업, 그리고 제품들을 전시하고 자랑하기 위한 관람형 축제개최를 통한 관광서비스산업, 즉 3차산업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 친환경, 친지역주의를 표방하는 업체들의 입주도 신중히 고려돼야할 문제다.
다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향토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분석해야 할 것인데 향토자원에는 판매형 상품도 있을 것이고 관광서비스에 해당하는 관람형 축제도 있다. 각 지역의 지리적ㆍ사회적 조건을 활용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향토자원의 개발 및 산업화를 방안을 살 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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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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