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그동안 농·수·산림조합장 선거가 불법과 탈법, 그리고 금권선거 등 부정선거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 아래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일부 지역에선 돈봉투와 향응으로 얼룩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국 1326곳에서 실시된 이번 선거에선 3523명의 후보자가 나서 평균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표율이 전국평균 80%를 넘어섰고, 국민적 관심을 끄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뿌리깊은 혼탁 선거는 막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경찰에 적발된 선거사범 중에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람이 483명이나 됐고 사전선거 운동을 한 후보가 204명, 후보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 행위도 105명이나 됐다.

이 외에도 아쉬운 부분은 또 있다. 선거 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조합원들은 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또 후보자 간담회나 연설회,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으나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토론회 등이 열린 곳이 거의 없었다. 결국 인맥, 인지도 위주의 선거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으며 현역 조합장이 일정부분 혜택을 입었다.

우리군은 총 9개 농ㆍ수협 조합장 후보 24명이 12일간 선거전을 치뤘다. 현직 조합장이 유리한 프리미엄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절반의 조합장이 교체되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단일후보로 나와 무투표로 당선되는가 하면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돼 옥중에서 당선의 기쁨을 맛보는 등 일비일희가 엇갈렸다.

가장 먼저 조합장 당선이 확실시 된 건 근흥농협 함정경(74) 조합장. 상대후보였던 이연우(59) 후보가 선거 일주일 전 자진사퇴하며 군내 유일 단일후보로 무투표 당선됐다. 전ㆍ현직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남면농협은 총 조합원 1714명 중 1536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89.6%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당선자는 708표(46.5%)를 차지한 김희섭(59) 전 조합장. 김 당선인은 11일 오후 5시께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돼 옥중에서 당선소식을 접해야 했다. 조합원 총 2029명의 소원농협은 신상철(61)씨가 1039(58.8%)를 차지해 당선됐다.

안면도농협은 3073명의 조합원 가운데 2467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80.2%의 투표율을 보였고, 전용국(57) 현 조합장이 1562표(63.9%)로 다시 조합장직에 이름을 올렸다. 원북농협은 총 유권자 2519명 중 83.8%(2113명)가 투표가 참여했으며 689(32.8%)표를 받은 조규대(56) 현 조합장이 당선증을 교부받았다. 전체 조합원 2371명 중 1753명이 투표장을 찾은 태안농협 조합장선거에서는 이구형(64) 현 조합장이 1369표(78.5%)로 조합장 재선에 성공했다.

현 조합장 출마가 없었던 서산수협은 총 5227명 유권자 가운데 태안지역 유권자 3668명 중 2734명이 투표소를 찾았고 김성진(73) 전 조합장이 1434표(40.2%)로 조합장에 당선됐다. 총 2870명 유권자 중 2241명이 투표한 안면도수협은 문정식(60)씨가 1062(47.8%)표로 당선됐다.

서산수협과 마찬가지로 현 조합장이 출마하지 않은 태안남부수협도 전체 조합원 1056명 가운데 942명이 투표에 참여해 문승국(50)씨가 508표(54.8%)로 조합장 타이틀을 달게 됐다. 태안군 520명, 서산시 1528명 등 총 2048명의 유권자 가운데 태안 486명(93.4%)이 투표에 참여한 서산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선거에서는 최기중(52·최가축병원장))씨가 548표(30.3%)로 당선증을 교부받았다.

현 조합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우리지역 태안에서는 현 조합장 중 절반이 고배를 마셨다. 이와함께 80~90%대의 높은 투표율 등을 종합해 볼때 이는 조합원들의 참여 열기와 농협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에 위탁해 선거를 치렀음에도 이 과정에서 부정선거 행위가 곳곳에서 발생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돈선거의 오명을 벗기 위해 실시된 선거였는데 다른 선거에 비해 금품ㆍ향응 제공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처음 치러진 동시조합장선거였던 만큼 수사 결과와 사법처리 과정이 향후 중요한 선례나 가이드라인이 되는 만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진정한 조합원들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꼼꼼하게 분석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음 선거에서는 깨끗한 선거, 정책대결속에 유권자들의 축제인 선거, 정치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선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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