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룡씨
문병룡씨
오늘도 잠에서 깨어 상큼하고 갯내음이 풍기는 공기를 마시며 푸른 산과 풍요로운 농토들이 그림처럼 펼쳐진 것을 보면서 귀촌하기를 잘했구나 스스로 몇 번씩이나 되새겨 본다.

오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틀에 박힌 직장 생활을 은퇴한 후 미련 없이 기대 반 염려 반으로 노후를 좀 여유 있게 보내 보려고 조그맣게 집을 짓고 이곳에 내려와 정착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째 접어들었다.

아내와 나는 서울에서 각각 학교에서만 35여년을 봉직하면서 누구 못지않게 순탄하고 걱정 없이 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정작 귀촌을 결정하려하니 주위에서 시골 생활이 현지 분들과 소통하며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걱정을 많이 해주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용기를 내어 실행에 옮기고 나름대로 주위 분들과 친숙해 지려고 노력도 했다. 은퇴 전에 배운 서투른 이발 기술로 봉사도 하고 방학 때면 동네 아이들 모아 놓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바쁜 농번기에는 밭에 나가 비닐도 잡아주고 모판도 나르고 고추모도 심고 논두렁에 같이 앉아 새참도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름대로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항구(신진도)에 나가 선주를 통해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애환도 들으며 헌옷을 모아 전달도 했다. 그들의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나 즐거웠다.

이렇게 동네 분들과 있는 것도 나누고 왕래가 잦아지다보니 오래된 이웃사촌처럼 되어 버렸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쌀이며 마늘, 된장, 고추장 등 별의별 것들을 다 챙겨주셔서 풍족하게 고마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리 채전 밭에는 봄이면 각종 나무에 꽃이 피고 채소들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런 자연의 섭리를 보면 신비스럽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마음 문을 열기가 어려웠는데 막상 친해지니 동네 분들이 얼마나 너그럽고 다정하게 대해 주시는지 고맙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는 겨울(농한기)에는 춥고 할 일도 없어 서울에서 지내고 봄에 내려왔는데 이곳 분들과 정이 들어 일 년 내내 살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밀집된 도시와는 달리 자유로와 배우고 싶던 섹소폰도 배우고 읍내 복지관에서 그림과 탁구를 배우며 취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아내도 오카리나에 푹 빠져 이제는 제법 연주도 한다. 복지회관에 나가는 일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작년에는 아내와 같이 전국 및 충남 탁구 대회에 나가 몇 번의 입상도 하고 소정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태안미래신문 2014년 12월 4일 1면 보도). 옛날과 달리 시골도 도시에 비교하여 문화, 교통, 의료, 교육 등 각종 시설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 불편함이 거의 없다.

귀촌하려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골에서 생활하려면 무엇보다 항상 겸손하며 이곳 분들의 키 높이에서 이해하고 그들을 인정하며 늘 무엇이든 동참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곳에 귀촌하더라도 어려움이 없으리라 확신한다.

이곳은 면사무소 산하에 리가 있고 리에는 3,4개의 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반에 15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가족들처럼 모여 산다. 최소한 내가 속한 반에서 소외되지 않고 그들과 소통하며 이웃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귀촌하는 분들이 늘어나도 농문화가 공존하며 서로의 장점을 이어받아 풍요롭고 아름다운 농촌으로 탈바꿈하여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에 활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 주민들도 귀촌하는 분들에게 마음 문을 열고 이해하고 자상하고 따뜻한 면을 보여주면 쉽게 정을 붙여 정착하여 형제처럼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피차에 모든 것이 자기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혼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럿이 걸으면 빨리 갈 수는 없지만 멀리 갈 수 있듯이 서로 협력 협동하면서 전진하면 가볍게 목적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귀촌을 원하시는 분은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특별히 국립해양공원이며 청정지역인 이 곳 태안반도로 오시면 따뜻한 이웃이 있고 먹거리가 풍부하여 꼭 추천하고 싶다.

아내와 나는 귀촌 당시 걱정도 했으나 너무나 이 곳 생활에 만족하며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귀촌 후에 몸도 건강해졌고 마음도 늘 편안하다. 나는 요즘도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 오늘도 내 일기장에는 귀촌의 만족과 하루 일과의 감사함의 글을 옮기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끝으로 이곳에 정착하는데 특별히 도와주신 마금1리 이장님(김영대), 노인 회장님(이정헌)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읍내 복지회관의 나의 롤 모델인 김세규 회장님을 비롯한 탁구 동아리 회원에게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허리 굽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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