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금례(54ㆍ태안읍 남문2리) 태안읍자원봉사단 회장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단감을 손에 들고 지난달 31일 본지 사무실을 방문했다.
류금례(54ㆍ태안읍 남문2리) 태안읍자원봉사단 회장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단감을 손에 들고 지난달 31일 본지 사무실을 방문했다.

살얼음 깊은 눈밭을 헤치며 극한의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힘겨운 시간은 있었을 테지만 어린나이에 멋모르고 온 시집은 스물 둘,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겁고 어려운 일 투성이었다. 물어 물어가며 백화산을 뒤지며 땔감을 줍던 20대 초반 새색시는 그렇게 나이 쉰을 넘겼다.

지난달 30일 70여 회원들과 함께 태안읍자원봉사단 발대식을 성황리에 마친 류금례(54ㆍ태안읍 남문2리ㆍ사진) 회장.

이튿날인 31일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단감을 손에 들고 본지 사무실을 방문했다.

언제 봐도 늘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의 성품은 벌써 20년 넘게 태안에서 몸소 실천해오고 있는 봉사활동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고향인 전북 부안을 떠나온 게 벌써 35년이나 됐다. 처음에는 간호조무사 일로 태안과 연이 닿았지만 지금은 남편 조성권(60ㆍ건설업ㆍ남문2리이장)씨의 단짝으로 출가한 두 아이의 엄마로 태안과 깊은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끼 많고 정 많기로 소문난 그녀지만 한때는 남 보기 보잘것없는 시집 살림살이에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 시동생과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시어머니, 알콜중독인 시아버지를 모셔야 했기 때문이다. 또 7남매 중 차남으로 가족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야만 했던 남편은 결혼이후에도 2번이나 사우디에 가서 돈을 벌었다.

“결혼했을 당시 막내 시동생이 7살이었어요. 재작년 마흔의 나이로 늦장가를 보내기까지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땐 그저 성실히 살림을 보태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도 힘든줄 몰랐다. 그렇게 그녀의 봉사적 삶은 한츰 한츰 씨를 뿌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해로 17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며 때때로 미용봉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을 뿐더러 남문2리부녀회 총무직을 17년 동안 해본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부터는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은 미용실 활동은 잠시 미루고 웃음치료사와 실버체조, 실버요가 강사로 태안군노인지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측 강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을 위한 무한봉사의 끝을 달리는 중이다.

그런 그녀가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태안읍자원봉사단을 발족하게 된 건 무엇보다 ‘자원봉사자가 소외되지 않는 보호책 마련’이 가장 크다.

수혜자만을 위한 봉사시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자원봉사자의 권위와 그에 따른 책임의식이 수반되는 봉사야말로 ‘위대란 봉사’라는 신념으로 환경적으로 어려운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대책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그녀의 봉사철학이다.

그다음으로는 수혜계층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다. 태안에서만 20년째 봉사지만 ‘봉사를 위한 봉사’는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그녀는 태안읍봉사단을 통해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가끔은 입맛에 맞지 않다고 기껏해간 반찬을 버리는 어르신들이나 봉사자들이 대가를 받는다는 오해에 갖은 수모도 겪지만 그저 ‘봉사’라는 한 마디면 언제고 뛰어갈 수 있는 용기가 그녀에겐 아직 살아있다.

“네일아트, 동화구연, 미용, 사진 등 많은 분야의 자원봉사자를 꾸준히 모집할 계획이에요.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생각해왔던 ‘진정한 맞춤복지’를 우리 태안읍자원봉사단이 꼭 해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8개 읍면 총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태안군자원봉사단. 봉사의 불길이 발대를 주축으로 더 높고 위대하게 솟아오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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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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