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자 지부장
유영자 지부장
경기민요보존회태안군지부 설립을 준비 중인 유영자(54ㆍ요양보호사ㆍ태안읍 동문7길ㆍ사진 왼쪽) 지부장과 경기민요보존회태안군지부 부지부장 한수림(53ㆍ보험업ㆍ태안읍 원이로.사진 오른쪽)씨.
경기민요보존회태안군지부 설립을 준비 중인 유영자(54ㆍ요양보호사ㆍ태안읍 동문7길ㆍ사진 왼쪽) 지부장과 경기민요보존회태안군지부 부지부장 한수림(53ㆍ보험업ㆍ태안읍 원이로.사진 오른쪽)씨.

올해 두 장만 덩그러니 남은 달력을 보고 있자니 한 해의 아쉬움이 먼저 느껴지는 고독의 10월이다. 태안문화계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소리인간문화재 이춘희서산지부에서 8년째 소리를 사사받고 있다는 유영자(54ㆍ요양보호사ㆍ태안읍 동문7길ㆍ사진)씨가 올해 안으로 경기민요보존회태안군지부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경기소리 최고지도자과정을 밟고 있는 유씨는 “태안군과 주민들이 우리가락 민요에 많은 관심을 갖고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에 지부설립을 현실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늦은 오후 태안시외터미널 인근에서 유씨와 함께 올 봄 본지가 소개한 경기민요 전수자 한수림(53ㆍ보험업ㆍ태안읍 원이로ㆍ사진 오른쪽)씨와 만난 자리는 그녀들의 드레스코드에서만큼이나 우리 소리의 향기가 물씬 퍼졌다.

마냥 소리를 동경하기만 하다 10여년 전 본격적인 소리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는 유씨는 경기민요57호 이춘희 선생의 제자로 소리와 더불어 장구 선생으로도 태안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얼굴이다.

올해 안 지부가 설립되면 태안을 무대로 한 경창대회와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위문공연 등에 주력하고 싶다고 밝힌 유씨는 경기민요는 민중의 소리라고 생각한다며 단호하지만 애절하고 애달프지만 흥이 있는 소리로 맥을 잇겠단 공산이다.

서산시 팔봉면 진장리가 고향인 유씨는 흑색 과거의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청춘가’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며 경기민요의 매력을 취재진에게도 전했다.

하지만 지부 창립에는 회원 20여명의 단합이 가장 우선이라며 봉사를 위한 소리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곱디고운 한복 자태만큼 큰 어려움 없이 인생 쉰을 넘긴 것 같은 그녀지만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10년 동안은 두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서산의 한 주단에 다니며 한복 일에 전념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 윤태서(56)씨를 만나 12년째 아름다운 인생 제2막을 사는 중이다.

처음 소리를 배울 때만 해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5일은 서산을 오가며 어려운 줄 모르고 소리에 빠져 지냈단다.

그러다 아이들과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로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경기소리 최고지도자과정에 들어가게 되면서 지금도 매주 한번은 도를 달리한 소리의 특별함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유서동, 이정례, 장흥순 선생님 모두 저에게는 최고의 스승이고 인생의 나침반과 같은 존재죠.”

소리란 시간의 흐름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엉기는 그 무엇이 아니겠냐며 한참을 떨어지는 황혼을 바라보던 그녀가 발성의 기본인 ‘노랫가락’과 ‘청춘가’, ‘태평가’ 속 한 소절을 흥얼거린다.

“이 가을엔 ‘풍년가’가 대세죠. 유행가처럼 민요도 계절에 어울리는 소리가 있어요.”

“이춘희 선생님처럼 진정한 소리꾼으로 살다 가는 게 제 소원이에요. 과거 사별의 아픔도, 지금도 매일같이 만나는 재가어르신들의 마음 속 슬픔도 다 제 가슴으로 온전히 끌어 담아 노래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일까요?”

올 가을이 다 가기 전 풍류를 노래하고 풍월을 두 눈에 온전히 담아 소리하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진실로 흥과 멋의 고장 태안 속에 온전히 젖어 온 몸을 통해 발산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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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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