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자(60ㆍ남면 진산리ㆍ태안읍 동문리 진산분식 대표)씨가 가게 한쪽에서 고춧잎을 다듬고 있다.
배동자(60ㆍ남면 진산리ㆍ태안읍 동문리 진산분식 대표)씨가 가게 한쪽에서 고춧잎을 다듬고 있다.

천상여자.

어느 때보면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서글 서글 웃는 모습을 보면 보는 이마저도 한없이 순수하게 만드는 억척아줌마 배동자(60ㆍ남면 진산리ㆍ태안읍 동문리 진산분식 대표ㆍ사진)씨.

수 주 전부터 인터뷰요청을 했건만 ‘못난 사람 뭐 하러 찍으려고 하냐’며 무한 손사래로 대꾸하던 그녀를 지난달 26일 그녀의 작은 분식점 한쪽에서 만났다.

멋모를 나이 태안으로 시집와 벌써 40년차 태안지기를 하고 있으니 이젠 눈빛만 봐도 척하는 태안여자 다됐다.

고향 예산 덕산은 늘 그리운 엄마 품 같은 곳쯤으로 치부하고 타향살이에서 온 피로가 어깨와 눈가에 자욱이 젖어있다.

올해로 9년차 3천원짜리 작은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밭일로 다져진 구릿빛 피부에, 직접 면을 만들어 삶아내는 기술,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맛과 정겨움으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을 대하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칼국수집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칼국수와 팥칼국수, 콩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두 직접 재배한다는데 있다.

팥과 호박, 콩, 땅콩은 물론 제철에 나는 오이와 고추 등도 가게 앞 좌판에 내다 팔 만큼 그 양이 넉넉하다.

땀의 가치는 늘 배반하지 않는다는 숨은 진리를 매일매일 가슴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집에서 칼국수를 만들어먹다 ‘혼자 간단하게 만들어 팔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편 김철호(70)씨의 도움으로 지금의 상설시장 정중앙에 터를 잡게 됐다.

처음엔 그녀의 3천원짜리 바지락칼국수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손님들의 발길이 많진 않았단다. 하지만 태안상설시장 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고 점차 시장으로서 구색이 갖춰질수록 단골도 늘어났다.

임신 중이던 젊은 새댁이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와 함께 이곳 칼국수집을 찾는다니 그녀의 소소하고 소박한 일상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정과 추억을 만들어내기 바쁘다.

그녀의 하루는 아침부터 밭에 나가 채소를 돌보는 일과 아침 9시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시장을 출근하는 것으로 오전을 쓴다. 칼국수집이 점심장사만 하고 문을 닫아 손님이 뜸해지는 오후 1시 이후에는 이렇게 김치를 담그고 바지락을 손질하는 일이 다반사.

처음 장사할 때만 해도 2천원이던 칼국수값을 몇 해 전 3천원으로 대폭(?)인상하고 나선 손님들의 항의 아닌 항의도 많이 받았단다. 꼭 큰 돈을 벌진 못해도 가스비는 밀가루값이니 각종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가격상승이었음을 그녀는 지금도 꼭 말하고 싶다.

“우리집 칼국수에서는 시골 맛이 난다고들 해요. 특별히 맛있다기 보단 콩이며 팥이며 직접 갈아 손수 해 먹어 그런가 봐요. 앞으로 얼마가 될 진 몰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4천원짜리 칼국수 아줌마로 그렇게 시장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호호호.”

요즘은 반죽기가 배씨의 두터워진 손을 대신하긴 하지만 처음과 같은 시골스런 맛만큼은 늘 변함없이 지켜나갈 거라는 배씨의 다짐이 그녀의 웃음처럼 끝까지 지켜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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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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