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50ㆍ모아베이비 태안점ㆍ태안읍중앙로번영회 부회장)씨가 자신의 매장에서 방긋 웃어보이고 있다.
김연희(50ㆍ모아베이비 태안점ㆍ태안읍중앙로번영회 부회장)씨가 자신의 매장에서 방긋 웃어보이고 있다.

유아복 및 출산용품의 모든 것.

태안의 젊은 엄마라면 한 번쯤 거쳐 갔을 그곳 모아방. 지금은 모아베이비로 상호가 변경됐지만 모아방을 기억하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모아베이비 태안점 김연희(50ㆍ태안읍중앙로번영회 부회장ㆍ사진)씨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출산용품과 아이들의 옷을 팔기에 급급했다면 28년차 최장수 모아베이비 전국 대리점주로 태안 땅에 정착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고향에서의 삶은 피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이 좋았고 특히 ‘출산’이라는 인생 일대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순간을 산모와 남편, 그리고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기뻐하며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작은 상점이 확장되고 넓혀지길 반복하며 3년 전에는 ‘내 건물’을 지어 이사 오게 된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31일 무더위가 찌다 못해 습한 기운까지 몰고 오던 오후. 매미의 울음소리와 함께 상가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30여년의 세월을 늘 한 결 같이 미소로 맞는 그녀는 “태안에 산부인과가 없어 젊은 엄마들이 원정출산의 피곤함을 몸소 느끼고 있는 현실이 참 가슴 아프다”며 입을 열었다.

“누구나 결혼과 출산이라는 숙제를 고민하는 시간이 있지만 태안에서의 산모란 참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게 해요.”

군내 4개 유아출산용품점의 한낱 점주라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의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녀는 수년전부터 태안의 산모와 유아들을 편리를 퍽이나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또 산부인과도 산부인과지만 젊은 엄마들이나 특히 다문화여성들의 출산에 원거리 병원 진료는 더욱이 어려운 일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까 산모들이나 젊은 부부들과 생각을 공유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얻은 결론은, 장사치의 하소연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멀리 수도권이나 인근 지역으로 원정출산을 떠나는 부부들 대다수가 태안에는 이런 유아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산부인과가 있고, 없음에 따라 유아용품업계들의 타격은 생각보다 크다는 설명도 솔직한 입담으로 꺼내 놓는다.

그녀는 갓 아기를 낳은 여성이나 다문화여성들의 출산을 돕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탈장을 막기 위한 변기의 크기나 치아가 나는 시기에 따른 숟가락 구입방법, 기저귀 삶는 법, 목욕시키는 방법, 유모차 선별법 등 일상에서 산모들이 한번쯤은 고민하고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그녀는 자신의 실생활에 빗대 설명하며 이해를 돕는다.

이렇게 정리된 그녀만의 출산용품 사용설명공식을 듣기 위해 뭍 산모들은 구입과는 별개로 그녀의 매장을 수시로 들르기도 한다고.

“일에 대한 열정이 저를 공부하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한해 두해 노하우를 쌓다보니 자연히 이는 판매와도 직결되더라고요. 거기에 웃는 얼굴은 서비스고요. 호호호”

밝고 낙천적인 성격인지라 장사가 꼭 맞을 것도 같지만 매장 문을 닫은 후에는 자신의 차로 다문화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기저귀를 삶고 아기를 목욕시키며 아기가 울 때 어르고 달래는 법도 친절히 가르쳐주는 이웃집 언니같은 존재기도 하다.

“한번은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시댁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이 있었는데 퇴근 후 들러 천기저귀를 선물한 일이 있어요. 시어머니가 천기저귀를 고집하는 까닭에 편리한 일회용기저귀를 모르는 얼굴색 다른 새댁이 많이 당황했을 생각에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손자 장화를 사러온 손님에게 장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연희씨.
손자 장화를 사러온 손님에게 장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연희씨.

실밥이 조금 풀렸다고 교환을 요구하는 손님에게는 새것을 내주고 실밥이 나간 옷은 다시 꿰매 형편이 어려운 산모들에게 선물한다.

그런 그녀의 행실이 차츰차츰 알려지면서 이제는 다문화이주여성들을 위한 유아강의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제가 전문적으로 유아 및 출산강의를 할 처지는 못 되지만 유아전문매장을 30년 가까이 운영해 왔고, 또 그녀들보다 아이를 먼저 키워본 선배의 입장에서 한국의 출산문화와 유아용품의 선별과 사용법에 대한 실제적 강의가 필요할 것 같아 준비 중에 있어요.”

상품을 팔기 위한 처세가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의 호의를 그녀는 누구보다 마음으로 먼저 다가서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 계획이라면 저출산 시대에 맞는 지금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태안의 젊은 엄마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거예요. 해서 상설매장을 겸한 중고가 브랜드 도입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겸한 전문업에서의 자원봉사를 꿈꾸는 그녀는 ‘출산의 모든 것’이라는 단어가 자신과 딱 맞는 단어가 되길 바라기 위해 노력한다.

“작은 젖병은 그에 맞는 쓰임이 있어요. 잘 모르는 분들은 무조건 큰 게 좋다고 하시지만 신생아들이 큰 젖병을 사용하면 자칫 공기압이 커져 숨쉬기가 곤란할 수 있어 위험하죠. 다 때에 맞는 출산용품이 필요하듯 저도 태안의 산모들에게 꼭 맞는 장사꾼이 됐음 하는 바람이에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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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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