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거(62ㆍ태안읍) 미래희망회장을 지난 11일 태안읍내 한 상가에서 만났다.
조한거(62ㆍ태안읍) 미래희망회장을 지난 11일 태안읍내 한 상가에서 만났다.

1977년 잘나가던 가구점에 불이 나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쫄딱 망한 사업과 함께 술과 담배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시절. 그 시간이 조씨에겐 참으로 까마득하고 힘든 시절이었다.

지난 11일 태안읍내의 한 상가에서 봉사친목단체 미래희망의 회장이기도 한 조한거(62ㆍ태안읍ㆍ사진)씨를 만났다.

스물여섯에 아내 신현숙(61)씨와 결혼해 신혼이던 이듬해 고향에서의 첫 사업에 승승장구했지만 돌연 화재라는 큰 사고로 모든 걸 잃게 된 조씨.

“가구점 시작하자마자 돈도 많이 벌었고 그땐 욕심도 참 많았죠.”

첫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얼마간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화재로 인해 절망을 맛본 뒤 그가 시작한 것은 의용소방대원 활동이다.

소방대에 들어가 각종 화재현장에 투입되면서 자신의 상처도 점차 치유되기 시작했다고.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요즘은 목수 일을 하며 천안과 태안을 오가고 있어요. 허허”

바르게살기운동태안읍위원회 소속 회원으로 활동하며 또, 수년간을 백화산로타리클럽 로타리안으로 일하며 지역을 위한 봉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 붓고 있는 그.

태안여고 학생들에게는 통학길 교통단속아저씨로, 외로운 노인들에게는 그저 친숙한 말벗으로 그렇게 생활해 오길 언 20여년.

조씨의 그런 선행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 5일에는 저소득계층 독거노인과 어르신 위로잔치 봉사활동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윤상현(인천 남구을ㆍ새누리당 사무총장) 국회의원으로부터 공로패를 수여받았다.

매월 신체장애인협회 산하 사랑의 끈을 통해 5만원씩의 후원금도 어려운 청소년에게 보내고 있고, 태안군사회복지협의회(회장 문병호) 이사로도 활동하며 주말 쉼을 위해 찾은 태안에서도 대부분의 일상을 봉사로 할애하고 있다.

“잘나가던 시절에는 봉사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한 살 한 살 나이도 먹고 주변도 살피고 하다보니까 봉사라는 것에 점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조씨는 본지에도 매년 떡국떡 70kg 상당을 기탁하며 어려운 이웃들의 새해나기를 돕는 인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봉생봉사다.

이런 그도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란다.

지금은 모두 시집 간 딸 영신씨와 영미씨에 대한 고마움과 아내 신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그것.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모진 고생 다 겪으며 딸 둘을 장성시킨데 에는 자신보다 아내의 덕이 더 크다는 조씨.

짐짓 눈시울이 따가워진 조씨가 난생 처음으로 아내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지만 성격상 겉으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더라고요. 신현숙 여사, 우리 죽을 때까지 건강하고 아름답게 봉사하며 삽시다.”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가 훈훈해져 온다.

앞으로도 쭉 봉사에 살고 봉사에 죽는 천생 봉사지기로 태안에서 묵묵히 음지를 지키고 싶단다.

지난해 미래희망 발족과 관련해서는 “친목으로 다져진 지인들과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계획하게 됐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모임참석에 대한 회원들의 호응도가 무척 높아 무리 없는 단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을 도울 때가 그렇게 뿌듯하고 기분 좋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이러고 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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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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