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자 태안군블루베리연구회원
정경자 태안군블루베리연구회원
‘풍년의 역설’은 농작물의 풍년은 가격의 하락을 초래한다는 말이다. 최근 농산물의 연이은 풍작과 소비의 감소 및 수입농산물들로 인해 1년 동안 애써 지은 농작물이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전국의 각 농민 단체들의 시름이 점점 커지고 있다.

태안의 농민들도 재배농민 자신의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자재비 마저 건지지 못하고 있으며 판매처를 찾지 못한 재고농산물은 연이은 가격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타깝다.

이런저런 사정에도 시골농부의 6월은 늘 그렇듯 정신없이 바쁘다.

모내기를 마쳐야 하고 양파와 난지형 마늘을 수확해야 하며 곧이어 감자와 한지형 마늘을 수확해야 하고 하루가 다르게 세를 확장하는 잡초와 병해충과의 한바탕 싸움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렇듯 숨 쉴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농촌의 시계이지만 이를 잠시 멈추고 6월 13일 태안군 블루베리연구회의 회원들은 한국의 블루베리 재배 초창기부터 시작하여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김포 블루베리농장으로 현장견학을 다녀왔다.

농업에 주력하는 타 지자체에 비해 태안은 어촌과 농·산촌이 산재해 있어 농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새로 선출된 한상기 군수당선자와 농업기술센터 전병록 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연구회의 견학에 따뜻한 배웅을 해 주어 사기가 높아져 출발할 수 있었다.

3시간여 달려서 김포의 농장에 도착하자 노지와 하우스 그리고 비가림시설등에 식재된 많은 수종의 블루베리들이 이제 막 익기 시작하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보랏빛을 뽐내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의례 견학을 가면 교육부터 있을 것이란 짐작과는 다르게 농장주는 우리에게 마음껏 농장을 견학하도록 배려하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식재되어 있는 많은 종류의 블루베리를 보고 난 후 농장의 창고 안에서 농장주의 지나간 블루베리 재배이야기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포지역 블루베리 농장들과 최근의 판매상황 및 유통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근에 서울과 고양시라는 막강한 소비처를 갖고 있고 김포시 자체 소비력만으로도 걱정이 없을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음에도 유통과 판매에는 역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산만 전념했던 예전의 농업방식으로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점점 높아가는 인건비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한 농가에서 부부 두 명이 블루베리 나무를 800주 이상은 재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말을 듣고 동감을 하였다.

이 많이 가는 마늘 농사가 주를 이루는 태안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의 블루베리 수확에 필요한 인력수급은 늘 절박한 상황이었다.

곧이어 초창기 선진 농가로 인정받으며 많은 지원을 받은 김포지역의 블루베리 식재 방법과 후발 주자이지만 막강한 정보력과 열정으로 뭉친 태안지역 블루베리 농가들 각자의 재배방법에 대한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격렬한 토의가 이어졌다.

판매와 유통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갔는데 무조건 싸게 파는 것이 능사는 아니니 잘 익은 블루베리를 정성스레 잘 따서 상품성을 높이는 방법등 농가만의 특성을 살린 고품질 차별화 방식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이어 판매에 사용되는 포장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졌고 블루베리 수확 시에 사용되는 용기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게 되었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요즈음 각 지역에서 서로 도입하고 있는 그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 견학을 하였다.

농협의 한 매장을 로컬푸드 전용매장으로 이용하면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을 진열하여 판매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소비자가 찾는 모습을 보며 하루빨리 태안에도 지역 농산물 판매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태안이기에 빈손으로 보내는 일이 없어야하며 지역의 우수한 특산품 및 농수산업 가공품들이 개발되어 판매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이것이 바로 도농교류의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 확신하였다.

오후에는 한강변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작은 농장을 방문하였다. 블루베리 나무도 땅에 심으면 더 성장이 원할한 것을 알지만 임대를 하였기에 나무 전부를 화분에만 심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5년 정도까지의 묘목은 물빠짐이 좋은 상자재배가 좋지만 성목은 땅에 심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된장을 비롯한 장류와 블루베리의 접목을 시도하는 부광 블루베리 농장은 넉넉한 웃음을 선사하는 사장님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꼼꼼한 재배방식을 고집하는 사모님과의 극한 대비를 보여주는 농장이었다.

사장님은 많은 가지를 살려 두는 가지치기를 원한다면 안주인은 심한 강전정으로 열매는 별로 없으나 나무의 속까지 바람이 잘 통하는 재배방식을 선호하였다.

어느 방법이 더 좋은 방법인지는 아직 그 나무들이 어려 검증이 어려웠고 서로들 의견이 분분하여 극단의 방법 재배는 좀 더 지켜 볼 생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이어진 태안군 블루베리 농장주들과의 담소는 저녁식사 시간까지도 이어졌으며 식사가 끝난 후, 늦은 밤의 뒤풀이까지도 이어졌다.

블루베리라는 작목을 선정하고 연구하면서 좀 더 나은 재배를 위해 열정을 모으는 이웃농가들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소중했던 하루가 6월의 보름달과 함께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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