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자(56ㆍ근흥면 정죽4리ㆍ미래에셋생명태안지점 근무ㆍ사진) 근흥면여성의용소방대장
서수자(56ㆍ근흥면 정죽4리ㆍ미래에셋생명태안지점 근무ㆍ사진) 근흥면여성의용소방대장

봉사와 생업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욕심 많은 그녀가 있다.

고향 아산에서 1979년 태안하고도 근흥으로 시집와 신진도 푸른 바다향내를 맡고 산다는 그녀를 지난 11일 본사에서 마주했다.

서수자(56ㆍ근흥면 정죽4리ㆍ미래에셋생명태안지점 근무ㆍ사진) 근흥면여성의용소방대장.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그녀의 수그러들지 않은 당참에 잠시 귀를 기울이고 싶어졌다.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눈뜨면 매일 접하게 되는 ‘석양’이라고 새초롬히 입술을 뗀다.

그녀는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이상하리만큼 답답한 느낌이 든다며 자신의 여유를 다그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일찍 생업전선에 뛰어드는 틈틈이 지역 봉사활동으로 매년 김장과 밑반찬, 독거노인 목욕봉사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저녁식사 이후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집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삶을 빽빽이 살아가고 있다.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 김득성(61ㆍ낚시어선업)씨 대신 생계를 꾸준히 책임지기 위해서란다.

잠은 서너시간이면 충분하진 않지만 그걸로 족하다며 과거 기관장으로 근무했다는 이색 경력도 털어 논다.

신혼시절 석양 금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에 우연한 기회에 항해6급과 기관 6급, 소형조종사면허를 따게 됐다는데 그게 연이 돼 12년간을 안흥유람선 기관장으로 근무했다.

생명이 위급할 만큼 공포에 휩싸이던 시간도 있었고 잔잔한 물결처럼 요동쳤던 젊은 시절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 했다.

이때도 간간이 시간이 날 때면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는 등 자신의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을 몰랐던 그녀는 4년 전 기관장 일을 접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요즘은 지역봉사활동에 한층 물이 올랐다.

근흥면여성의소대는 3년 전 인가가 떨어져 예비대원 2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의 대원들이 근흥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화재예방 및 화재현장 내 각종 봉사활동부터 지역 학생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교육, 독거노인 돌보미 활동, 소화기사용법교육, 사랑의 밥차 운영 등 시시각각 상황에 맞는 마법 같은 봉사는 지역으로 하여금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봉사는 생활이죠.”

그런 그녀의 봉사활동은 두 아들들의 눈에 고스란히 담겨 거제도에서 살고 있는 첫째아들 내외와 이곳 근흥에서 함께 살고 있는 둘째아들에게도 기분좋은 바이러스로 퍼지고 있다.

올해 초 그녀의 둘째아들인  김영우(32)씨는 제14대 근흥서부자율방범대장에 취임하며 엄마 수자씨와 함께 지역봉사대에 이름을 올렸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 언제부턴가 시작하게 됐다는 봉사. 이제는 그간 여유를 부리지 못한 여행을 하며 사서오경을 배우는 걸로 노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년 임기까지 대장직분에 충실하자는 게 가장 가까운 목표라면, 65살 이후에는 향교에 가입해 사서오경과 서예로 점잖은 노년을 즐기고 싶네요.”

안개가 자욱하거나 큰 풍랑을 만날 때면 ‘이게 끝인가’ 싶었던 기관장 시절을 이제는 추억으로 곱씹으며 창창한 50대는 지역을 위한 작고 소소한 봉사활동에 시간을 쓰고 싶다는 그녀의 아름다운 젊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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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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