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일 태안읍 장산1리 혜성아파트경로당(회장 김홍회) 노인회원들이 경로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일 태안읍 장산1리 혜성아파트경로당(회장 김홍회) 노인회원들이 경로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외로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한다.

봄꽃 여린 잎이 파르르 바람에 흩날릴 때도 애처롭지만 은빛 영롱한 나뭇가지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곱다.

“우리 아파트 노인회장이 최고”라며 입을 모으는 이곳은 태안읍 장산1리에 자리한 혜성아파트경로당(회장 김홍회) 안이다.

지난 7일 꽃샘추위의 맹위를 헤치고 찾아간 곳은 따끈한 온돌방이 반기는 장산혜성아파트 관리동 1층에 자리한 경로당.

관리실 건물 총 50m²(15평) 가운데 약 17m²(5평) 남짓 되는 공간을 이곳 아파트 어르신 40여명이 공동생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999년 태안에 아파트바람이 한창일적 군내에서는 두 번째로 지어진 혜성아파트는 총 156세대 33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세입자의 70%가 임대사업자들로 실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제 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세를 살고 있는 주민이 많다. 그런 이곳에 3년 전인 2012년 경로당이 들어섰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들어선 아파트는 앞뒤로 도로와 면계에 맞물려 읍소재지라고 하기엔 생활여건이 썩 여의찮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갈 곳도 이곳 경로당이 유일하다.

주민의 30%에 가까운 숫자가 독거노인들로 집안에서만 홀로 생활하다보니 혹여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경로당이라는 작은 사랑방이 생겨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사소한 것도 신경써주는 둘도 없는 이웃이 됐다.

주민들은 이 모든 것이 이 아파트의 ‘회장님’ 김홍회(70) 노인회장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권충한(57) 관리소장과 가계로(70ㆍ청소담당) 부회장, 최정순(70ㆍ밥과 반찬담당), 김광옥(66ㆍ관리이사), 김순예(73), 이옥희(80), 황귀녀(82), 김계출(81), 이청옥(66ㆍ설거지담당), 김영순(75), 정 춘(87), 정재동(90), 이정기(85), 이귀임(81) 어르신이 한자리에 모였다.

매일같이 모여 한솥밥을 먹다보니 혹여 안 보이는 이가 있으면 집으로 찾아가는 번거로움도 마다않는다.
이날은 가계로 부회장의 부인 김봉남(64ㆍ총무)씨가 감기몸살로 경로당에 결석을 했다.

어르신들은 무의미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경로당이 생기고 이곳에서 요가를 배우며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노인 대다수는 태안이 고향이다. 하지만 일부는 대전 등지에서 길게는 8년, 작게는 3~4년 사이 새둥지를 튼 귀촌인들이다.

그렇다보니 찾아오는 이가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일.

경로당은 난방비를 포함해 고작해야 1년에 330만원의 지자체 지원금이 전부다. 쌀 140kg(1년 기준)으로는 1년은 고사하고 4개월 먹기도 채 부족한 상황. 이에 김홍회 노인회장은 기지를 발휘해 임미숙(56ㆍ대가 대표) 태안여성라이온스회장으로부터 쌀이며 김치, 떡 등의 부식을 후원받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 경로당의 숨은 공로자는 어찌 보면 제가 아니라 임미숙 회장이죠. 마을 어르신들 배불리 드시고 편안하게 쉴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 아니겠습니까?”

아파트 주변 CCTV설치, 도로방음벽 시공, KT통신시설 이전, 과속방지턱 보완, 주차장 개선, 경로당 확장 신설.

부족하고 필요한 게 많은 아파트에 살지만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 아파트이기에 혜성아파트 주민들은 오늘도 자신들만의 안식처에서 새로운 공존과 또 다른 공생을 꿈꾼다.

누구든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따스한 손길, 진정한 눈길 한번으로 울고 웃는 우리네 아파트. 윤수일이 부른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넌’ 아파트가 아니면 어떠하리.

“우리 회장님이 최고쥬. 사람냄새 나는 우리 아파트로 놀러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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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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