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교대한성결교회 태안산돌교회 오일석(52ㆍ사진 왼쪽) 담임목사와 김은미(47) 사모.
예수교대한성결교회 태안산돌교회 오일석(52ㆍ사진 왼쪽) 담임목사와 김은미(47) 사모.

오후 12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과 정성가득 반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그 시각.

교회 현관에서 어르신들을 맞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태안산돌교회(태안읍 백교길 49 삼호아파트 앞) 오일석(52) 담임목사와 김은미(47) 사모를 만났다.

이번 달도 어김없이 교회 사랑의 나눔 행사가 치러지고 있는 중이다.

13년 전 서산에서 목회활동을 하다 이곳 태안산돌교회로 건너온 젊은 목회자 부부는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종교인으로서 믿음의 흔적을 찾고픈 마음에 점심식사 봉사활동을 기획하게 됐다.

서산에서 목회활동 당시 행했던 점심봉사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태안에 와서도 나눔을 계속해 행하게 됐다는 게 오 목사의 설명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써 10년째 교회는 낯선 이방인들도 다 같은 가족으로 맞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교회에서 점심을 준다는 말로 찾아온 이도 있었고, 교인이라 해도 쑥스러워 점심나눔에 동참하지 않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젊은 목회자 부부의 마음을 온전히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교회는 점심나눔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행했다.

“사랑나눔행사를 시작하고 한 5년간은 건강세미나도 개최하고 이미용봉사, 태안고 교장으로 은퇴한 모 교장선생님의 강연, 서산지역 봉사팀의 무용공연, 새터민(탈북자)무료공연 등을 보여드렸었는데 최근에는 소재가 떨어져 점심만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연신 쑥스러운 웃음으로 일관한 오일석 목사.

뭐 대단한 봉사도 아닌데 이렇듯 호들갑이냐며 어떤 언론의 취재도 한사코 만류했었지만, 이번에는 이 교회 집사로 봉사하고 있는 전애순 전 삭선7리 부녀회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취재까지 승낙을 얻게 됐다.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기 무섭게 2대의 차량에서 교회 주변 삼호아파트, 신동아아파트, 해송아파트, 부경아파트, 삭선4리, 안기리 어르신 30~60여명을 매달 둘째주 화요일 이곳에 모시고 온다.

취재진이 찾은 10일도 교회의 점심봉사는 사랑나눔의 일환으로 소박한 상차림 속 조용히 행해지고 있었다.

지난 10일 산돌교회(태안읍 백교길 49 삼호아파트 앞)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태안읍 삭선5리 해송마을 어르신들.
지난 10일 산돌교회(태안읍 백교길 49 삼호아파트 앞)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태안읍 삭선5리 해송마을 어르신들.

“우리야 너무 좋지. 음식도 맛있고, 목사님도 너무 좋아. 우리 동네선 다들 우리 교회가 최고라고 해(호호호)”

떡국을 입 안 가득 문 이 교회 교인 박명자(66ㆍ삭선5리 해송마을)씨가 취재진의 사진 세례에 한마디 거든다. 박씨는 10년 전부터 쭉 해송마을 어르신 10~15명씩을 모시고 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봉사를 하다 보니 차량으로, 음식봉사로 매달 10여명의 교인들이 목회자 부부와 함께 어르신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있는데 참으로 의롭고 가슴 먹먹해지는 이들의 봉사에 오 목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시골의 작은 교회가 매달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르신들을 지역에서 대접해 준다는 게 더 큰 의의인거 같아요.”

오 목사는 지역과 사회와 또 이 작은 시골마을의 변화야 말로 어르신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교감하는 일이라며 점심제공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산돌교회 목회자 부부와 교인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한 끼의 밥과 국은 단순히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음식이 아닌 지역의 정이고 존경의 표시며 적절한 언어구사가 필요 없는 제일 따스한 봉사의 의미를 담는다.

“타 시군도 마찬가지겠지만 태안도 매년 고령화돼가고 있잖아요. 시골교회뿐만 아니라 묵묵히 낮은 곳을 향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욱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하진 않지만, 매달 교회의 봉사를 알고 있는 교인 50여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과일이나 계절에 나는 채소 등을 찬조하고 있다.

“사실 우리 교회 교인들은 주로 외지에서 이사 온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교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일도 교회의 몫이죠. 이런 가운데 매달 행해지고 있는 이 사랑나눔활동은 교인들을 ‘우리’로 만들어 준 긍정적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두 아들 모두 성악을 전공하는데 그 중 한명은 현재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아버지와 같은 목회자가 되길 소망하고 있단다. “제 아들도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위로와 정성을 다하는 목회자가 됐으면 좋겠네요.(웃음)”

한편 산돌교회는 1998년 7월 창립한 이래 성도양육과 전도, 선교를 교회 설립목표로 삼고 목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산돌’, 예수를 지칭하는 베드로전서의 말을 온전히 실천하고 싶다는 산돌교회 목회자 부부와 신도들의 소박한 나눔이 지역에 온전히 퍼져 커다란 사랑으로 실천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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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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