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표(43) 삼성초 교사ㆍ전교조태안지회장
홍건표(43) 삼성초 교사ㆍ전교조태안지회장

군인이 되겠다 다짐했던 소년은 교단에 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교대 졸업과 동시 교단에 서게 된 걸 두고 홍건표(43ㆍ삼성초 교무부장ㆍ사진) 교사는 “학교는 제법 잘 맞는 옷을 걸친 것과 같은 일생일대 가장 큰 행운이었는지 모른다”며 20여년간 꼭꼭 숨겨둔 듯 한 고백을 토해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태안지회장이기도 한 그를 만난 건 지난 22일 차가운 바람이 머물고 있는 삼성초 교정 한켠에서다.
홍 교사는 6학년 담임으로 4명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고향이 논산인 그가 초임지인 공주를 거쳐 오랜 시간 천안에 머물었지만, 곧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싶은 욕심에 찾은 곳이 바로 태안이다. 2002년 일이니 벌써 10년도 넘은 얘기다.

“저는 한적한 시골 학교가 참 좋더라고요. 아내도 그런 제 뜻에 따라 이곳에 함께 와 둥지를 틀게 됐어요.”

그런 홍 교사에게 ‘교사’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가르친다는 건 어떤 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죠. 한때는 모든 학생에게 좋은 교사로, 스승으로 남고 싶다는 욕심이 컸지만 모두에게의 만족은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니 이제는 단 하나, 긍정적인 에너지만이라도 아이들이 온전히 배우고 사회에 나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는 홍 교사에게 더없이 좋은 일터이자 그런 그의 생각과 꿈을 실현시키는 공간이다.

홍 교사가 가르치는 6학년 학생들의 급훈은 진실 된 사람이다.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것에 대한 가치와 진실을 말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나눔과 사랑이 온전히 묻어있는 ‘땀’은 그것들의 결정체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이들에게 있어 하나의 장점이지 전부는 아니죠. 축구를 잘하는 아이가 있고,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가 있듯이 그저 공부를 잘하는 것뿐이지요. 헌데 학력으로만 한 줄을 세우려든다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까?”

홍 교사에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교내 동물농장에서 토끼와 닭을 만나며 매일같이 자신의 배추에 물을 준단다. 여름이면 학교 옥상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 물놀이를 즐기고 정성스레 만든 화단에는 향기가 있는 꽃을 심는단다.

또 가을이면 땀 흘려 일한 곡식과 채소를 거둬들이고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면 탁구를 치고 영화를 보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과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단다.

그런 아이들에게 한 줄만 서고 하나만 생각하라는 것은 가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하는 생각들이 모여 다양한 학습 자료들이 탄생되고 어느새 이것들은 아이들과 동화돼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들어 냅니다. 이게 학교고 교육이며 언제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겠지요.”

그런 홍 교사가 가장 안타까운 건 다름 아닌 교사들의 잡무.
위에서 지시하는 실적자료를 만드느라 정작 아이들과 함께 할 수업시간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해보기 어렵게 된단 얘기다.

“교사가 가져야할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적위주 교육정책이다 보니 교사들이 방학기간임에도 각종 연수다 뭐다해서 본의 아니게 반 아이들의 생활에 소홀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요.”

씁쓸하지만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살며 가장 가슴 아팠던 건 교통사고로 아끼던 제자 3명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던 일이고, 보람 있던 일은 그래도 선생님이고 스승이란 이름으로 멀리 타향에서도 안부를 묻는 제자들의 연락이다.

“그래도 교육은 계속돼야 하니까, 학교는 있어야 하니까, 우리 교사들이 힘을 내야하는 이유죠.”
앞으로 홍 교사의 바람이라면 학교가 특색을 살려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찾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노력과 열정, 다양한 활동들이 만나 고유의 색을 찾는 학교들이 좀 더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소규모 학교라도 폐교 위기는 없을 테고요.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 좋은 인재를 만드니까요.”

한편 홍 교사는 부인 한성미(40ㆍ대기초 교사)씨 슬하 1남 1녀를 뒀다.

SNS 기사보내기
이미선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