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식(50ㆍ사진) 안면읍 정당1리 이장 겸 어촌계장.
류현식(50ㆍ사진) 안면읍 정당1리 이장 겸 어촌계장.

여기 소신껏 살고 싶다 말하는 한 남자가 있다.

지금껏 고향을 지키고 살면서도 금전문제와 신뢰만큼은 객지라고 생각하며 성심성의껏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속내도 밝혔다.

안면읍 정당1리 류현식(50ㆍ사진) 이장 겸 어촌계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봄, 가을 농사일과 생업전선인 건축사업 일도 모자라 마을 이장직과 어촌계장직을 겸하며 올 한해는 무던히도 바쁘게 살았다.

류 이장이 이장직을 맡은 지도 올해로 4년째다. 안면읍내에서도 유별날 것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지만 고향을 위해 또 후대들을 위해 류 이장의 꿈은 실로 원대하다.

이 마을은 앞으로는 천수만을 뒤로는 서해를 끼고 있다 보니 수려한 경관만큼이나 인심 또한 좋다.
정당1리는 총 157세대. 남자 162명과 여자 177명 등 모두 339명의 주민들이 알콩달콩 살고 있는 마을이다.

안면읍내에 있지만 휴양지라 대표할만한 관광자원이 딱히 없다보니 다들 생업에 종사하며 지내고 있는데 류 이장은 마을 내 꽤나 저돌적인 혁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마을에 인접한 넉섬을 활용한 농어촌체험마을구상이 그것.

넉섬은 정당4리의 여수해 아랫말에 위치한 섬으로 네 개의 섬들이 연결된 형태다.
과거 사도라고도 불렸는데 농경지 확장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으로 큰 섬은 진대섬과 함께 육지로 편입됐고, 나머지 3개 섬만이 남아 분리돼있다.

이 섬은 4개의 도서중 제일 큰 섬으로서 육지로 변하게 된 넉섬을 일컫고 있는데 문헌상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정텃골 동쪽 작은 섬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태안의지명’에 의하면 이 섬은 바닷물이 빠져 나간 뒤에 가까이서 살펴보면 섬이 4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편의상 넉섬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설명한다.

류 이장의 머릿속은 이 넉섬이 자리하고 있다.

비교적 조건이 좋은 해수욕장 인근 마을들과는 대조적으로 심심한 마을에 관광자원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천수만의 넉섬과 서해의 환상적인 낙조를 보다 많은 관광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희망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내 리더교육과 마을학교 운영, 귀농자격증, 친환경교육 등을 토대로 자투리가 모여 큰 성과물을 낼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어져 가고 있다.

관광자원이란 게 뭔가 있는 것을 변형시키기 보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인지라 류 이장은 넉섬으로 가는 천수만 인근 제방을 돌담으로 짓고 마치 물 위를 걷는 듯 한 착각에 빠질 듯 바다 위 친환경 데크 설치로 풍부한 어족자원과 맞물린 농어촌체험마을 관광을 준비 중이다.

사실 생각은 더 크고 방대하지만 지금은 소규모 작업에만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라 류 이장은 오래도록 이 작은 마을이 사람들의 뇌리에 추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일환으로 정당1리 마을 안길 조경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을이면 감이 열려 풍족하고 넉넉한 주민들의 인심을 먼저 알아보게 했고, 계절마을 피고 지는 꽃들로 고즈넉한 마을은 금세 향기에 찬다.

“오늘 우리가 하는 마을 안길사업은 그저 꽃에 물을 주고 나무를 심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역사죠. 마을의 역사 말입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쓰던 흙과 산, 바다를 지금 우리가 쓰는 것처럼 말이죠.”

마을 제방부터 천수만 넉섬에 이르는 직선거리는 약 400m. 불과 200m 거리면 육지와 바다를 잇는 친환경 테크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류 이장은 마을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다려진다.

“25년간 건축 일을 하며 한길을 걸었듯이 마을 일도 차곡차곡해낼 생각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도 말하죠. 낮게 느리게 걷기. 다만 우리 마을이 군내 제일의 고추작목반이 입지해 있는 것 등을 참고해 보다 효율적이고, 공동체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농어촌체험마을에 열과 성을 다할 계획입니다.”

안면읍 정당1리의 낮고 희망적인 변신은, 올 겨울 다소 빠른 추위도 잊게 하는 힘이 서려있다.

한편, 류 이장의 아내는 가영숙(51) 여사로 슬하 2녀 1남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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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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