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옥 (42ㆍ태안읍 동문리) (사)전통공예문화협회 예사랑 태안지부장
박희옥 (42ㆍ태안읍 동문리) (사)전통공예문화협회 예사랑 태안지부장

만지면 꺾일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색처럼 곱디고운 우리 종이 한지와의 인연도 벌써 17년째다.

고향 제주도에서 바람처럼 이곳 태안에 시집와 터를 잡고 보니 마땅한 취미생활 하나 변변하게 없던 터. 1997년 서울을 오가며 배운 한지가 생업이 될 줄은 몰랐다.

한지에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한지의 따스함과 온화함이 몸으로 먼저 와 닿는 법. 박희옥 (42ㆍ태안읍 동문리) (사)전통공예문화협회 예사랑 태안지부장도 맨 처음 한지공예를 접했을 때 이러한 새로움과 탄성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한 땀 한 땀 그야말로 수공예의 정석이라 일컬을 한지공예의 맥은 서산과 태안을 합해서도 이곳 예사랑(태안읍 동문리 송월타월 맞은편)공방이 유일하다고 하니 왠지 모를 자부심과 함께 한지 하나에도 장인의 깊은 품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일 코끝 살랑이는 붉은 단풍잎도 고이 접어 한지공예 속 한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오전. 일찌감치 예사랑공방으로 향했다.

이날은 4일부터 7일까지 태안군청 로비에서 열리는 예사랑 회원들의 다섯 번째 작품전시회를 앞두고 전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줄 쿠키와 연필통 포장에 회원 다섯 명의 손이 다 모자랄 정도였다.

보기만 해도 따스함이 묻어나오는 한지공예 작품과 작은 기름난로가 단출한 공방 안으로 밝히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소음은 없었다.

현재 태안에만 20여명의 작가들이 한지공예 작품을 연간 1~3작품씩 만들며 한지공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 중 몇몇이 지금 취재진과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다고 하니 우쭐함마저 들어 혼자 피식 웃어버렸다.

예사랑은 한지와 가죽을 이용한 다양한 공예품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단체다. 2004년 방과후학교 수업시간을 통해 한지공예를 아이들에게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한지공예는 이듬해  태안문화제 초대작가전을 통해 공식적으로 태안에 얼굴을 알린바 있다.

이어 군내 초ㆍ중ㆍ고교까지 확대해 한지수업을 계속해 이어나갔고 현재까지도 태안여고와 안면고, 태안고 등의 학교와 인근 당진시의 한 학교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만큼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안면초, 방포초, 백화초, 태안초, 대산 명지초 등에 이르기까지 방과후학교로 교육 일선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박 지부장은 군내에서는 이원면 내리와 포지리 등에 생활개선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벌써 7년째 어르신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언제 한지로 팔각대상을 또 만들어 보시겠어요? 다들 수업시간 만큼은 진중하고 고우세요.”

지금은 박 지부장에게 한지공예를 배우고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한지전담 교사들이 군내 노아의 집, 아이원, 벧엘요양원 등을 돌며 한 달에 한 곳씩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실용적이고 보기도 좋아 한지의 매력에 푹 빠지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는데. 태안문화원에서 시행하는 한지공예교실에 참가한 수강생들이 수강 연장을 요청할 정도라고.

“처음 한지를 배울 당시만 해도 한지공예가 주변에 많지 않았고 혹, 유행에 민감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현잰 2월을 뺀 나머지 달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쁠 정도로 한지공예의 주가가 상승하는 중이에요 .”

예술과 문화를 사랑한다는 의미의 예사랑. 올해 작품전시회 때 첫 선을 보인 박 지부장의 작품은 ‘갈빛의 노래’다. 고향 제주도에서 즐겨 입던 갈옷의 감색을 작품에 오롯이 새겨 고향에 대한 향수를 고스란히 작품에 담았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 진다.

연간 초대작가전과 매년 8~9월에 있는 안산공모전, 태안군지부전 등을 거치면 한 해가 간다.

집 한 공간을 공방으로 쓰고 있는데 자유스럽게 회원들이 모여 작품을 구상하고 손질하는 시간이 박 지부장에게는 늘 새롭고 가슴 벅찬 작업의 연속이다.

휴대폰케이스부터 지갑, 가방, 장식장, 속옷정리대에 이르기까지 전 소품에 한지가 스며있다.

최근에는 아토피에 효능이 좋다는 연구결과까지 알려져 한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발효식품 덮개에 쓰일 정도로 한지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니 올 겨울에는 한지공예로 자기만의 작품 하나씩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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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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