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시집가는 날’의 마지막 리허설이 한창인 지난 5일 태안문예회관 대강당 무대에 선 ‘아!’줌마들의 힐링캠프(캠프장 이경옥) 단원들의 모습이 밝다. 사진 왼쪽 앞줄부터 차례로 이경옥 캠프장, 이소영, 이민주, 뒷줄 안기주, 임덕신, 김도연, 명지현, 권춘희 예총 총괄실장, 맨뒷줄 서승희 연출가, 이혜숙.
연극 ‘시집가는 날’의 마지막 리허설이 한창인 지난 5일 태안문예회관 대강당 무대에 선 ‘아!’줌마들의 힐링캠프(캠프장 이경옥) 단원들의 모습이 밝다. 사진 왼쪽 앞줄부터 차례로 이경옥 캠프장, 이소영, 이민주, 뒷줄 안기주, 임덕신, 김도연, 명지현, 권춘희 예총 총괄실장, 맨뒷줄 서승희 연출가, 이혜숙.

여름내 땀범벅 열정 하나로 극복…이젠 1인 3역도 거뜬

"연극 후 잠재돼 있던 자아를 찾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

 

태안 아줌마들의 이유 있는 반란. 비상하는 그녀들이 아름답다.

지난 5일 무대 위 찬란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문예회관 대강당.

점심식사를 마친 9명의 단원들이 내일 이 무대에서 있을 연극 ‘시집가는 날’ 공연 막바지 준비로 분주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가을,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을 맞아 올해 3월 (사)한국예총태안지회(회장 문연식ㆍ이하 예총)가 군내 최초 여성극단모임인 ‘아!’줌마들의 힐링캠프(캠프장 이경옥)를 만들고 지난 7개월간 연습과정을 거쳤다. 드디어 디데이 -1일. 평범했던 아줌마들의 작품이 무대 위 날갯짓에 한창이다.

결혼해 아이 낳고 집안살림하기 바빴던 그녀들. 뒤치다꺼리로 젊디젊은 청춘을 보내고 나니 ‘나 갈 곳 어딘가’를 고민하며 외로움과 고독 속에 가슴 치길 여러 해. 밤잠 못 자가며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순간들. 하얀 밤을 꼬박 새가며 울분을 토해낼라치면 하늘이 밉고 집안의 쾌쾌한 공기가 싫었었다.

한평생 가슴 속 내재된 끼와 꿈을 모르고 살았더라면 이 얼마나 허망할 뻔 했겠는가. 무대 위 최종 리허설에 임하는 아줌마들의 눈에는 한가득 부푼 희망과 낮은 한 켠에 자리한 설렘이 다시금 찾아왔다.

“우리 연극명이 ‘시집가는 날’인데, 내일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니 정말 예전 결혼하기 전날이 떠오르네요. 내일 혹여 웨딩드레스를 밟으면 어떡하지? 실수해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곤란한데 하며 밤잠 설치던 기분말예요”

임덕신(48ㆍ아가씨, 숙부, 동네아줌마역)씨의 재치 있는 일성에 모두들 흥미로운 얼굴을 하곤 잠시 무대 아래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명 ‘시집가는 날’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

여름내 선풍기 앞에서 식힌 땀이 얼마며, 점심 도시락으로 훈훈한 정 나누던 시간 또 얼마던가. 뜨거운 여름 일주일의 반은 함께 모여 연습에 또 연습을 더한 결과 이제는 가족만큼 친근한 분위기 속 연극이 펼쳐진다. 광기어린 몸짓과 신들린 연기력이 아니면 어떠하리.

태안 유일의 순수 아마추어 여성극단이라는 의미가 그녀들의 자부심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아!’줌마들의 힐링캠프는 예총 문연식 회장과 권춘희(52) 행정실장이 기획 및 총괄진행을, 연극인 서승희(48ㆍ서산시)씨가 지도강사 겸 각색ㆍ연출을 맡아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연극을 준비해왔다.

공연에 다다르면서 지난달부터는 월ㆍ수ㆍ금요일 3차례씩 연습에 매진해 어느 날은 하루 7시간도 연습한 날이 있을 정도라니 그녀들의 열정이 실로 놀랍다.

처음 모임 때만 해도 서먹해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수개월동안의 연습시간을 회고한 단원들은 다행히 깊은 자기성찰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제는 1인 3역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단원 이소영(50ㆍ한씨부인, 맹진사아내역)씨는 “애들도 다 (외지)나가 생활하고, 텅 빈 집에 있을라치면 어느 땐 간 참 외롭다고도 느껴지더라고요. 연극을 하고 제일 많이 달라진 건 바로 제 자신이에요. 이름처럼 정말 힐링(치유)이 되더라고요.”

이번 무대를 통해 그동안 흩어져 생활하고 있던 여주, 대전, 천안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객석을 채울 생각에 공연준비 전 시계바늘 소리도 소영씨에게는 달콤한 희망가일 뿐이다.

이혜숙(38ㆍ맹노인, 삼돌역)씨도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땐 막막했는데, 육아에 살림에 힘들었던 전업주부로서가 아닌 아마추어 연극배우로서의 몇 개월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번 연극은 내 안에 그동안 잠재돼 있던 그 무엇을 끄집어내준 계기이자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와 같은 탄성을 알게 해 준 무대였다”고 덧붙였다.

연극 준비기간 내내 단원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바리바리 싸오며 단원간 친목 쌓기에 한몫을 담당한 캠프장 이경옥(50ㆍ입분, 길보, 근흥댁역)씨는 “군내 최초 여성극단의 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도 참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며 “우리 단원 모두에게 이번 연극은 힐링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 캠프장은 “아줌마들의 ‘시집가는 날’은 예총과 여러분들의 숨은 공이 없었다면 빛을 바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좋은 기회에 지역의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설렌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악과 소품, 미술, 분장 등 무대 위에서 보여 지는 것 모두가 단원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름보다 ‘살구’라는 별명으로 팀내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한 김도연(김막내ㆍ51ㆍ갑분, 소원네역)씨는 “이런 기회를 통해 주부들이 아줌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돼 기분좋다. 앞으로도 이런 아줌마들의 가능성이 클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안기주(39ㆍ맹진사역)씨는 “함께 웃고 땀 흘리며 노력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멋지게 무대를 장식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만난 마음 속 이 보물이 훗날 태안 여성 아마추어 연극의 힘으로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할 수 있길 기도한다”고 거들었다.

끝으로 단원들은 입을 모아 “태안의 천혜자원과 어우러진 문화카페나 길거리공연 등의 문화가 상시 열릴 수 있는 문화의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며 누구나가 주인공이 되고 꿈이 가능성으로 승화될 수 있길 바랐다.

올 여름 유난히도 뜨거운 태양 속에서도 단원들은 6월 제31회 홍성에서 열린 전국연극제를 관람하고 8월 냉천동에서 삼겹살파티를 하며 더욱 돈독한 팀워크를 키웠다.
그녀들의 작품은 6일 저녁 7시 문예회관 대강당서 그 비밀의 장막이 걷혔다.

4일 진태구 군수, 김한국 문화원장과의 오찬자리를 통해 단원들은 “어렵게 얻은 연극공연 기회를 상시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하는 등 연극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엿보였다는 후문이다.

한번 이번 사업은 예총 내 공모사업으로 국비 900만원과 군비 900만원 등 총 1800만원이 투입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충청남도, 태안군이 주최하고,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한국예총충청남도연합회, 한국예총태안지회가 각각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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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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