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교(51ㆍ지방행정주사ㆍ6급ㆍ사진) 원북면사무소 주민복지담당.
함인교(51ㆍ지방행정주사ㆍ6급ㆍ사진) 원북면사무소 주민복지담당.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취미생활 중 하나인 원예특작으로 주민들의 마음까지 사르르 녹여버린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함인교(51ㆍ지방행정주사ㆍ6급ㆍ사진) 원북면사무소 주민복지담당이다.

지난 25일 태안군 원북면 이화마을(태안화력사택) 공원에서는 아주 특별한 국화전시회가 열렸다.

올해 처음 민과 관이 합작해 개최한 ‘행복한 국화향기 나눔전’이 그것.

지난해 7월 이곳에 부임한 함 담당은 주민들을 위해 여러 사업을 구상하던 중 평상시 취미로 길렀던 국화를 한 주 한 주 기르기 시작해 올해 2만여주의 국화재배에 성공했다.

면사무소 인근 주민들의 협조로 총 3곳의 경작지를 얻어 국화를 색깔별로 종류별로 가꿔 개화시킨 함 담당은 원북면 전체를 향긋한 국화향내로 물들이고 있다.

손끝에는 피멍과 상처가 가시지 않아 손 이곳저곳이 성할 날이 없지만 묵묵히 주민들의 정서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 근사한 축제로까지 이어져 더없이 행복하다고 입을 열었다.

서산농림고 토목과를 졸업한 함 담당은 전공인 토목보다 농업에 더 관심이 가고 취미가 있었단다. 언젠가는 태안군농업기술센터에서 키우던 대국을 보고 온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마음이 가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집에 와 부엌에다 국화를 심어보기도 했다는데.

그렇게 국화와 인연을 맺은 함 담당은 주민들 각 가정에 국화향을 전파하기 위해 원북면 반계1리와 2리 전 가정에 2개씩의 국화화분을 배달했다.

이런 함 담당의 노력과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걸까. 주민들도 그의 국화사랑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국화로 한껏 멋을 낸 나비니 우리나라전도니 별이니 하는 모양으로 그의 국화특작을 돕기 시작했다.

이번 행복한 국화향기 나눔전의 마지막 날에는 국화전시장 내 있던 국화 2만주가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함 담당이 곱게 키워 시집을 보내는 딸처럼 국화 화분을 전 면민과 관광객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단 화분대금은 2천원을 따로 받고 1인 2점에 한한 무료 나눔이었다.

원북면주민자치위원회와 태안화력, 원북농협, 원북새마을금고도 함 담당의 이런 주민사랑정신과 함께하면서 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사실 이번 축제는 축제라는 대규모 행사보다 인근 독거어르신들을 모시고 국화꽃과 함께 점심식사를 대접해 드릴 양이었습니다. 헌데 내년 지방선거다 뭐다해서 선거법 제재로 행사가 다소 확대된 경향이 있죠.”

사람 좋기로 소문난 함 담당이 담백한 말로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몸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꽃구경 한번 못가는 이웃 어르신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그였다.
이에 꽃과 음식으로 자리 한번 대접해 보겠단 취지였지만 오히려 더 많은 군민과 관광객들이 함 담당과 주민들이 만든 국화특작과 다양한 체험행사를 엿볼 수 있어 당초취지보다는 더 좋은 자리가 됐다.

“왜 하필 국화였냐”라는 엉뚱한 취재진의 질문에 함 담당은 함박웃음으로 이렇게 답했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란 시를 보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라는 낱말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멋쩍은 웃음의 의미는 아마 쑥스러움 속 감춰진 주민을 향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애민이 아니었을까.
‘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진한 가을, 노란 국화꽃의 지독한 향의 그의 웃음 속에 그렇게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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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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