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엽 전 군의원.
박상엽 전 군의원.

지방자치시대가 포문을 열면서 이전보다 일반인들의 정치참여 기회가 많아졌다.

민정당 근흥면협의회장 출신으로 근흥면을 대표해 초대 군의회에 입성한 박상엽(67ㆍ근흥면 도황리ㆍ사진) 전 군의원.

이제는 군의원이라는 수식어보다 농부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런 그를 추석을 앞둔 지난 6일 그가 일하고 있는 근흥면 배추밭에서 만났다.

한창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만 해도 태안군 이곳저곳을 누볐던 박 전 군의원. 언제 의원 배지를 달았을 때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정말 여러 해가 지났다.

작업복차림으로 머리에는 뽀얀 먼지를, 장화에는 흙을 덕지덕지 붙였지만 환한 웃음만은 그대로인 박 전 의원. 근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고향과 함께 한 시간을 이야기했다.

벌써 8대째 이곳 근흥 황골포구를 지키고 있는 자신과 이제는 동반자에서 동업자로 한층 성숙해진 아내 김명월(66)씨의 손맛이 이젠 전국을 평정할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도 귀띔한다.

서울에 사는 아들과 아내와 함께 13년 전 청정태안식품이라는 공장을 차리고 절임배추와 간장게장, 청국장, 각종 생선에 이르기까지 태안의 자연으로 빚어낸 1ㆍ2차 가공식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석과 설을 앞두고는 예약된 물량을 다 맞추기도 버겁다는 박 대표는 매일 같이 공장을 들르는 택배가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이곳을 거쳐 간다는 말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공개했다.

연간 꽃게만 12톤, 절임배추 3만포기, 고구마 70여톤의 판매고를 올리며 약 80가지의 농수산식품을 전국에 택배판매하고 있다. 몰려드는 주문세례로 유명 백화점과 인터넷 홈페이지가 연일 매진행렬을 기록할라치면 게장을 담는 아내 김씨와 박 대표의 손도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한다는데 이제 추석을 쇠면 오는 11월 절임배추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치를 그만두기까지 그의 고된 노고보다는 현재 건강하고 신의를 지키며 사는 자연인의 삶이 더없이 귀하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보기에도 정치라는 옷보다는 농부 겸 사업가라는 옷이 더 잘 맞는다고 말한다.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가라면 아마 못할 것 같습니다. 허허허”

전국에 50여곳의 협력업체와 무진장지역 한우갈비 직송업체 등 사업전력이 이렇듯 화려하다보니 벌려놓은 일을 추스르기에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그였다.

새벽 4시 30분이면 그는 어김없이 간밤에 쌓인 피로를 풀고 낮은 운동화를 신는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키워준 바다는 또 어떤가.

가끔은 가뭄과 풍랑으로 가슴 졸이게도 하지만 이제 어엿한 중견 농어촌기업인으로 우뚝 선 그의 얼굴엔 여유로움과 삶의 향기가 묻어난다.

젊은 시절 그는 그의 말대로 정말 안 해본 단체장직이 없었다. 스물다섯부터 새마을지도자, 이장, 수리계장, 정당협의회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함으로 고향의 소식을 듣고 배우려 애썼다.

초대 군의원직도 어찌 보면 무보수명예직이라는 봉사활동적 측면이 강해 더 끌렸는지 모른다.

지금은 군의원들도 월급이 있는 하나의 직업이지만, 지방자치 1세대들에게 군의원은 이장과 부녀회장처럼 마을의 소소한 일을 다루는 어버이와 같은 존재였다.

박 대표의 요즘 꿈은 근흥면 신진항부터 이원면 만대항까지 연결되는 지방도 603호가 국도로 승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친한 후배 20명을 모아 603지방도국도승격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직접 위원장도 역임하고 있다.

“1970년대 포장된 이곳(도로)은 처음 만들어진 선형과 커브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활어와 무기류 등이 지나간 흔적에 비해 턱없이 낙후된 도로 여건이죠. 준국제항에 버금가는 신진항의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도 승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군의원에서 배추아빠, 간장게장엄마로 거듭난 그의 창창한 앞길처럼 그가 소망하고 추진하는 일들도 언젠가 그 빛을 바라길 바라본다.

SNS 기사보내기
이미선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