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의 구로시오시장은 옛 상점과 전통가옥을 그대로 재현한 내부 인테리어로 고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의 구로시오시장은 옛 상점과 전통가옥을 그대로 재현한 내부 인테리어로 고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옛 장시의 풍경은 우리를 늘 들뜨고 설레게 했다.
멋쟁이들에게는 새로운 패션을 선사하고, 엄마 손을 꼬옥 잡고나온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맛의 신세계를 보여주기도 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시대적 영화 속 배경에는 꼭 장시풍경이 나올 만큼 장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렇게 포근하고 친근했던 장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풍성하기만 했던 정은 메마른지 오래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서구화, 도시화되면서 재래시장은 이제 더 이상 풍요와 패션의 장이 아닌 덥고 춥고 불편한 공간이 됐다.

시장으로의 발길이 뜸해지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빨간불을 직시한 지자체들은 보다 새로운 재래시장 만들기에 너도나도 올인 하고 있다.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특화시장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지역의 설화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이 자원의 주된 무기가 됐고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특산품의 반열에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천혜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인공적인 랜드마크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젠 단순히 깨끗하고 저렴한 것만이 다가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구로시오시장의 특산품 야채과자. 연근, 당근, 콩 등을 그대로 말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구로시오시장의 특산품 야채과자. 연근, 당근, 콩 등을 그대로 말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도시락카페로 기성세대는 물론 10대와 20대 젊은층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5천원어치 엽전 10개면 시장안 반찬가게와 분식집, 떡집 등 18곳의 가맹점에서 반찬을 구입해 먹을 수 있다. 일회용 식판에 가득 담긴 반찬과는 별도로 밥과 국은 따로 1천원씩을 내야 되는데 반찬을 3천원어치만 구입하고 밥과 국을 사 모두 5천원에 한 끼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도시락카페의 도입취지며 목표다.
 

통인시장 중심에 자리한 도시락카페 2층 내부모습.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골라온 반찬과 밥, 국을 사가지고 와 먹는다.
통인시장 중심에 자리한 도시락카페 2층 내부모습.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골라온 반찬과 밥, 국을 사가지고 와 먹는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은 시장 내 반찬가게와 분식집, 떡집 등 18곳의 가맹점을 두고 일회용 식판과 5천원어치의 엽전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에게 엽전을 반찬과 교환하는 방식의 도시락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은 시장 내 반찬가게와 분식집, 떡집 등 18곳의 가맹점을 두고 일회용 식판과 5천원어치의 엽전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에게 엽전을 반찬과 교환하는 방식의 도시락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통인시장의 젊은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상인회가 주축이 돼 ‘통인시장 판을 벌이다’를 주제로 체험프로그램도 대거 유입했다. ‘나도 상인 아나바다 벼룩시장’, ‘가면만들기’, ‘나무목걸이만들기’, ‘천연화장품만들기’, ‘김밥만들기’, ‘DIY(목공방체험)’, ‘전통시장체험’에는 어린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매일 3차례의 고정적 참치해부쇼로 시장관광의 새 지평을 연 일본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의 구로시오시장. 참치해부쇼를 선보이는 일본의 여느 시장들과 비교해 이곳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는 ‘늘’, ‘항상’이라는 상시개념이 관광객들과 지역소비자들에게 인지됐기 때문이다.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참치해부쇼를 볼 수도 있고 싱싱하고 맛있는 참치를 구입할 수도 있는 곳이다. 오전 11시와 오후 12시 30분,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시장 입구 참치 해체쇼 무대 아래는 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19년간 참치해부쇼에 공을 들인 로얄바인즈주식회사 전 직원들이 노력한 공로다.

이 시장은 로얄바인즈주식회사가 직영으로 맡아 운영하고 있어 150여명의 상인들 모두가 같은 회사 직원이다.
이곳 시장의 주종은 참치. 참치하면 구로시오, 구로시오하면 참치가 떠오른다는 관광객들은 이밖에도 호텔과 마리나요트, 온천, 유원지 등을 즐기며 바다를 앞에 두고 음식을 바비큐로 먹을 수도 있고 한 끼 식사로 포장돼 나온 각종 해산물덮밥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연간 시장을 찾는 순수 관광객만 180만명. 보여주는 관광으로 참치의 신선함과 이해도를 높이려 애쓴 이들의 땀은 관광객 수 증가라는 결과를 나았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만든 정선아리랑 책자(왼쪽)와 정선시장안내도(오른쪽).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만든 정선아리랑 책자(왼쪽)와 정선시장안내도(오른쪽).

아리랑을 사랑한 한민족. 남녀 간의 사랑과 고부간의 갈등, 산골마을의 힘든 삶, 뗏목 타는 일의 고단함과 유희 등의 내용을 솔직하게 담은 아리랑은 이제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오일장의 순수성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정선군은 시장 내 업종의 특수화와 문화를 결들인 연중 상시 장날 문화도입으로 매월 10회 이상의 장날이 운영되고 있다.

또 시장에서 10~20분 거리 내 화암동굴 공포체험과 삼탄아트마인미술관, 레일바이크, 익사이팅레포츠, 타임캡슐공원,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라리촌, 하이원리조트 등을 만들어 놓고 정선에서의 1박 2일을 유도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시장은 올해 정선아리랑시장협동조합(이사장 이윤광)을 만들어 볼거리와 연계한 먹거리를 접목시키고 있다.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 모둠전으로 대표되는 시장 먹거리와 정선에서 자란 산나물들의 택배서비스로 품질을 높였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아리랑 전수교육으로 상인들의 자부심도 함께 높이고 있다.

시장 내 165개 상가와 60여개의 향토식당, 신토불이어머니(노점상을 지칭하는 단어)100여명, 외주상인 50여명 등이 똘똘 뭉쳐 지역의 풍류와 문화를 노래하는 것이다.

또한 향토음식점 대다수가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만을 전문으로 하면서 정선만의 대표 먹거리 구축에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시장 내 골목에는 뭉크의 ‘절규’를 패러디한 ‘와우! 정선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벽화와 아리랑의 가사를 적은 쉼터 바닥 및 관광안내책자는 정선을 찾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정선의 아리랑문화를 익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선아리랑시장 골목 안 바닥과 벽면에 그려진 정선아리랑 가사와 뭉크의 ‘절규’를 패러디한 그림이 정선시장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정선아리랑시장 골목 안 바닥과 벽면에 그려진 정선아리랑 가사와 뭉크의 ‘절규’를 패러디한 그림이 정선시장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경북 경산시 하양공설시장 1층에는 오로지 하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하양 돔배기’가 판매되고 있다. 돔배기는 사시사철 나오는 귀상어를 가리키는 말로 얼핏 참치를 닮았고 이곳 제사상에 오르는 귀하지만 흔한 생선이다. 줄당(약 5덩어리) 손질해 판매하고 있는데 1줄당 싼 건 6천원부터 비싼 건 1만2천원까지한다.
경북 경산시 하양공설시장 1층에는 오로지 하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하양 돔배기’가 판매되고 있다. 돔배기는 사시사철 나오는 귀상어를 가리키는 말로 얼핏 참치를 닮았고 이곳 제사상에 오르는 귀하지만 흔한 생선이다. 줄당(약 5덩어리) 손질해 판매하고 있는데 1줄당 싼 건 6천원부터 비싼 건 1만2천원까지한다.

가족관광의 대명사 태안과 서부상설시장

태안은 안면도 송림과 함께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과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의 신비로운 절경, 할미 할아비바위와 몽산포의 아름다운 낙조 등 천혜의 풍광과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계절별로 다양한 수산물이 매일 같이 축제를 벌이고, 무더운 여름밤이면 낭만적인 여름철 피서지로 제격인 32곳의 해수욕장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거기에 몇 해 전부터 인기몰이 중인 캠핑문화는 안면도를 비롯한 남면, 소원면, 원북면 등이 선두지로 급부상한 가운데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군내 크고 작은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카라반과 인디언마을에는 끝 모르는 긴 줄의 차량들이 몰렸고 맛조개를 잡는 체험장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태안읍 서부상설시장만큼은 예외였다.
볼거리와 쉴거리, 살거리가 마땅찮은 사람들은 시장에서라도 뭔가 그 지역의 특별한 문화와 만나기를 원한다.

하다못해 특산품이라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길 선호하며 태안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맛은 관광의 절대적 판세를 바꾸기도 한다.

학창시절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팔던 싸구려 햄버거는 영양면에서는 제로일지 몰라도 맛을 추억하는 기억면에서는 늘 앞서 그 시절을 회상한다.
태안을 추억하는 향수를 싸구려 햄버거에 비한다기보다는 태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수로 자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첫째는 시장의 맛이다.

뭐니 뭐니 해도 시장은 먹거리 천국이어야 한다. 골목골목 그 지방의 특산품을 만날 수 있는 옛 시골 장터는 언제나 정겹다. 봄에는 주꾸미튀김과 꽃게탕거리, 여름에는 갑오징어구이와 붕장어거리, 가을에는 대하튀김과 전어거리, 겨울에는 생굴물회밥과 물메기탕거리가 어떨까? 시즌별로 축제랄 것까지야 없지만 넓고 길게 쭉 빠진 상설시장 구조상 청주의 육거리시장 내부와 같은 일정한 규격 및 규모의 가설매장들이 들어서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젊은이들은 서서먹고 마시며 거리를 누비는 문화에 익숙하다. 꼭 식탁의 정석 의자가 필요한 법은 없다. 태안을 마음껏 저렴하고 다양하게 즐기면 그만인 셈이다. 상설시장 내부에서는 돈과 함께 사용할 지역화폐를 구매해 가령 1박 2일권, 2박 3일권식으로 밥과 반찬을 구입해 먹을 수 있을 만한 배낭족들을 노려 보는 건 어떨까?

가맹점을 모집해 상인 서비스전수교육과 친절마인드 함양교육을 병행한다면 언제고 ‘기쁜시장’은 다시 또 ‘찾고싶은 시장’으로 이어진다.

시티투어 운행코스와 연계한 문화유적지, 체험마을과 연계한 시장투어도 기획해보자.
일단 주차장 활용에 대한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할 부분이지만 다양한 품질을 값싸고 싱싱하게 판매한다는 일념으로 지역 특산품판매소나 관광안내소 운영에 전담인력을 투입하는 방법도 좋다.

떡볶이를 파는 분식점 앞에 드럼과 기타, 마이크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이 기분 좋은 음악을 생생한 라이브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주말 프로그램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곳은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상시 열린 공간으로 활용돼 청소년 문화부족문제 해결에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태안 유일의 도예체험장 ‘한국 나오리(대표 양승호ㆍ이원면 원이로)’를 태안시장으로 옮겨 누구나 도자기를 빚어 볼 수 있고 관찰할 수 있는 추억도 안긴다.
태안의 끝과 끝을 연결하는 고리도 시장이면 좋겠다. 태안의 북부에 위치한 이원면과 원북면, 서쪽에 위치한 소원면과 근흥면, 남쪽에 위치한 고남면과 안면읍의 문화를 가장 중심인 태안읍 그것도 시장에서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먹거리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문화와 사람의 소통, 공간과 대화의 만남. 그것이 시장이고 태안시장이 꿈꿔야할 숙제다.
태안의 시장은 사랑스러워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 청소년들의 꿈과 상인들의 믿음, 주민들의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한데 어울림의 문화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 모든 군민들이 바라는 태안시장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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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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