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정(44ㆍ니욤펀ㆍ태국ㆍ사진 왼쪽)씨와 남편 조한섭(48ㆍ이원면 포지3리ㆍ사진 오른쪽), 시아버지 조완호(80), 시어머니 김순수(72), 아들 천상(10), 딸 현진(5)이.
안유정(44ㆍ니욤펀ㆍ태국ㆍ사진 왼쪽)씨와 남편 조한섭(48ㆍ이원면 포지3리ㆍ사진 오른쪽), 시아버지 조완호(80), 시어머니 김순수(72), 아들 천상(10), 딸 현진(5)이.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한 노래가사의 말대로 말보단 하나의 눈짓이 더 중요한 언어가 될 때가 있다. 바로 이 부부처럼 말이다.

조한섭(48ㆍ이원면 포지3리ㆍ사진 오른쪽)ㆍ안유정(44ㆍ니욤펀ㆍ태국ㆍ사진 왼쪽) 부부.

사업차 남편 조씨의 태국방문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지인소개로 만나게 됐다는 이 부부는 그야말로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훈훈한 두 남매의 부모가 됐다.

4년제 정규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니욤펀(안유정씨의 태국이름)씨는 남편이 좋아 생전 생각해보지도 않던 국제결혼을 택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에는 안정된 직장도 그랬거니와 몇 년 직장생활을 하다 좋은 태국남자 만나 시집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때 저와 함께했던 동기들이 지금은 다 교감이 돼있으니까요. 저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교장쯤은 돼있지 않을까요?(웃음)”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태안에서의 생활도 퍽이나 재밌고 유쾌하기 때문이다. 그녀 특유의 긍정에서 오는 설렘도 클 터인데 아이들도 그녀의 그런 순수성을 제대로 배우며 실천하고 있다.

집 앞 모래는 아이들의 놀이터고 풀이며 나무는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초록의 공간. 또 눈이 오면 추위도 잊은 채 마을 언덕에서는 썰매를 탄다.

“마을에 아이라고는 우리 천상(10ㆍ이원초4)이 뿐이더라고요. 너무 외롭겠다싶어 둘째 현진(5ㆍ어린이집)를 낳았죠. 근데 나이차이가 나다보니 생각처럼 잘 어울리진 못하더라고요.(웃음)”

유정씨의 낯선 한국생활은 2000년부터 시작됐는데 처음 3년은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워낙 한국말이 서투른 터라 남편 한섭씨가 야간에 공장 일을 나간 어느날 시부모님이 신접 집을 들렀단다.

“잘 때 ‘안녕히주무세요’라고 해야하는데 ‘잘자’라고 해서 어머니, 아버지가 멍했던 기억이 나요. 그땐 그게 틀린 말인지 몰랐으니까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하면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는 듯 유정씨는 신혼 당시 기억을 토해낸다.

깔깔깔 이라는 우리나라 형용사가 이렇게 어울리는 여자가 있을까? 유정씨는 취재 당시도 한참을 그렇게 웃었다. 그러면서 집을 보러 온다는 한 중년여성의 전화에도 실수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워낙 말이 없는 남편에게 ‘걷다’가 뭔지를 물었는데 성의 없는 한섭씨.

구두소리를 의성화한 ‘똑똑똑’이라고 알려줬단다. 집을 보러오겠다는 그 여성에게 유정씨는 전화로 “똑똑똑(직진해오세요)”를 연발했다고.

그렇게 타향살이 젖어들기 시작할 무렵 임신중독증을 앓던 유정씨는 임신 6개월만에 첫 아이를 유산해야했던 아픔도 거쳤다.

그래서 천상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남편과 함께 곧바로 친정집을 향했단다. 그곳에서 천상이가 돌을 맞을 때까지 기거했다는 유정씨는 다시는 임신을 못할 줄 알았지만 천상이가 태어나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 후 남편의 고향인 이곳 태안 이원면에 터를 잡고는 시아버지 조완호(80), 시어머니 김순수(72)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욕심 많은 유정씨는 시골에서도 자신만의 수련을 키워나갔다. 읍내 다문화센터에 나가면서 제과제빵과 요양보호사, 한국어자격증 2급, 컴퓨터자격증 C급, 운전면허증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다 기초적인 단계지만 틈틈이 꾸준히 배워 아이들에게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도 들려줬다. 그 중 태국어로 딴 운전면허증이 그랬다.

“천상이 학교가 멀어 태어주고 태워오다보니 3년 전 운전면허증도 따고 차도 샀어요.”

이런 엄마의 마음을 눈치챈걸까? 천상이도 파워포인트 등을 곧잘해 학교에서 칭찬받는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취재진이 방문한 16일은 천상이가 해미읍성에 체험학습을 다녀 온 뒤였는데. 그곳에서 얻은 방패연을 띄우기 위해 집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한국 해물탕을 보면 고향의 똠얌꿍이 떠오른다며 한국과 태국 언어는 달라도 정서와 음식이 많이 닮았다고 했다.

그런 유정씨는 요즘 이원면지역 다문화모임에 푹 빠져 지낸다는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주민자치센터에 모인 10여명의 이주여성들이 타향살이의 어려움과 현지의 정을 느끼며 매달 한집씩 돌아가며 고향음식을 선보이는 자리도 갖는다고 한다.

“아직 제 차례는 안 왔는데, 필리핀과 베트남 친구들에게 우리 태국 음식의 맛과 멋을 보여줄 작정이에요.”

주말이면 자신과 같이 한국말이 서툰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다는데 그 나름의 보람에 본인이 생각해도 태안여자가 다 됐단다.

시부모님 모시며 사는 시골 삶이 행복하다는 유정씨 내외.

앞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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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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