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주정팔(77)씨, 시어머니 김연화(70)씨, 아들 한태(10), 딸 사랑(1)이. 주칸냐본출(37)씨네 가족이 지난 9일 단란한 오후시간을 함께했다.
시아버지 주정팔(77)씨, 시어머니 김연화(70)씨, 아들 한태(10), 딸 사랑(1)이. 주칸냐본출(37)씨네 가족이 지난 9일 단란한 오후시간을 함께했다.

태국의 동북쪽에 위치한 건겐.

2002년 한국으로 시집온 주칸냐본출(37ㆍ안면읍 중장3리ㆍ사진)씨의 고향이다.

한국남자가 친절해 좋다는 친구의 말에 주저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주칸냐씨. 남편 주성섭(40ㆍ목축업)씨와의 결혼이 꽤나 순조로웠다는 얘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남편이)처음엔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살다보니 좋아지더라고요.(웃음)”

주칸냐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시부모님을 잘 봉양해 주변으로부터도 칭송이 자자하다는데. 그래서일까? 지난해 태안군여성대회에서는 모범시상을 받을 만큼 주칸냐씨의 삶은 대외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제 막 1살인 딸 사랑이와 한창 게임에만 열중해 속을 썩인다는 한태(10ㆍ안중초4년)의 뒷바라지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정작 그녀의 직업은 따로 있다.

펜션청소부.

한 달 세 번을 제외하곤 꼬박 펜션청소 일을 한다는데. 이 일이 조금 힘들기는 해도 한태와 사랑이를 키우는 데는 꼭 필요한 일자리라고 거듭 강조한다.

한태는 한국의 한과 태국의 태자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아들 이름을 너무 성의 없게 지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뜻이 있는 귀중한 한태 큰고모의 선물이다.

한태는 엄마 주칸냐씨를 닮아 달리기도 잘한단다. 운동회 날이면 어김없이 1등을 해 공책을 타온다고 주칸냐씨는 자랑한다.

“한태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운전면허를 따려고요. 중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이 있잖아요. 운전을 할 줄 알면 한태를 데리고 올 수 있으니까요.”

생김새는 조금 달라도 엄마는 엄마다. 사실 태국에서는 운전면허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운전할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그녀는 일터로 나갈 때 면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탄다.

이런 그녀가 고향 태국에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회계학도라는데. 한국에서도 전공을 살린 직업을 찾고 싶지만 아직은 한국인과의 대화가 서투른데다 시골이라 직업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아 전공 찾기는 꿈도 못 꾼다는 그녀. 

한태가 사랑이를 업어주자 사랑이가 좋아하고 있다.
한태가 사랑이를 업어주자 사랑이가 좋아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9일 오후는 봄의 아쉬움을 접고 여름을 알리는 촉촉한 단비가 대지를 적시는 날이었다.

이 집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사랑이와 한태에게 먹일 저녁거리를 챙긴다며 시아버지 주정팔(77)씨는 씨암탉을 잡았고, 그 옆에 시어머니 김연화(70)씨는 나물을 해먹을 각종 채소를 뜯고 있는 중이었다.

고향에서 주칸냐씨의 종교는 불교였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교회에 나갈 것을 권유해 지금은 종교도 기독교로 바뀌었단다. 이토록 결혼이 자신의 종교를 바꿀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지만 일요일이면 시어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나가는 것도 며느리인 주칸냐씨 몫.

요즘 주칸냐씨는 한국 드라마 시청에도 푹 빠져있다. 무슨 드라마를 즐겨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최고다 이순신’을 외친다. 또 한국 가수들은 잘 모르지만, 다들 예쁘고 날씬해 음악프로도 즐겨본다고.

“둘째 사랑이를 낳고 남편이 꽃다발을 사왔더라고요.”

“와~우 대단히 좋으셨겠어요?”

“아녜요. 왜 돈 아깝게 꽃을 사오냐고 뭐라고 했어요. 그냥 돈으로 주지”

주칸냐씨 한국여자 다 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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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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