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ㆍ전복 양식하며 매일 4시간 마을 순찰활동 펴

안종진 파도자율방범대장
안종진 파도자율방범대장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 아~아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것을’

구성진 노랫가락처럼 아득하리만큼 멀리 보이는 수평선. 그리고 바다 위 전복과 굴 양식장에서 온전히 하루해를 넘기는 안종진(38ㆍ사진) 파도자율방범대장.

낮엔 바다에서, 밤엔 육지에서 그렇게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어촌총각이다.

태안군 소원면 하고도 파도리.

이름도 곱디고운 이곳 작은 어촌마을을 일년 열두달 삼백육십오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어 오늘도 서쪽 가장 끄트머리 통개항의 아침이 밝다.

28명의 대원들이 똘똘 뭉쳐 여름 해수욕철에는 ‘파도인명구조대’로, 야간에는 ‘파도자율방범대’로, 마을 행사시에는 ‘파도청년회’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파도자율방범대.

마을 구성원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보니 집에 숟가락, 젓가락 수 세는 것은 기본. 방범대 사무실은 조금 어수선하리만큼 난잡해졌다.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허허) 청소를 못해 많이 지저분하죠?”

누가 어촌총각 아니랄까봐 금세 얼굴이 새빨개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익숙한 솜씨로 넥타이를 매고 야무지게 정복을 갖춰 입고 선다. 파도자율방범대는 대원 거의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부들이다.

이렇다보니 물때에 따라, 또는 날씨 변화에 따라 대원들이 시시각각 분초를 달리 움직이고 있다는데.

하지만 매일을 하루같이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야간 도보 및 차량 순찰은 빼놓지 않는 하루마무리. 올해 파도초등학교 폐교와 함께 인근에서 몰려든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는데 고군분투한다.

한 개의 조에 5명의 대원이 활동하고 대장은 특별히(?) 요일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데.

그래도 고향이라~ 어릴 적 코찔찔이때부터 함께 해온 동네 형, 아우들이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보니 힘든 일도 고단한 하루도 늘 고맙기만 하다는 안 대장.

여름을 겨냥한 파도해수욕장 순찰을 비롯해 통개항은 대원들끼리 돌아가며 수시로 들러 공중화장실을 청소한단다.

사실 이곳은 민간업자에게 청소권한이 주어지는 곳인데, 방범대 자체 기금마련을 위해 방범대원들간 적어도 이틀에 한번 꼴로 돌아가며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고.

안 대장은 이런 일들에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역에 봉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새로워요. 생명이 소생하는 모습이 감격스럽듯 저희도 마을과 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게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평생 순둥이인줄만 알았던 막내아들이 이렇게나 듬직하게 커준 걸 아버지 안영호(70)씨와 어머니 강춘애(66)씨 눈엔 대견할 따름.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던 안 대장이 고향으로 돌아온 건 2006년. 이듬해 1월부터 시작한 방범대 활동에서 남는 거라면 뭐니 뭐니 해도 정겨운 동지들이다.

마을 어업 대부분이 양식업이고 이곳에선 다른 바다에서 보다 더 맛있는 전복과 굴, 미역들이 넘쳐나 지금부터가 바빠질 때라고. 

아버지 가업인 굴 양식장(1ha)과 자신이 운영하는 전복양식장(1ha) 모두를 총괄하는 손길로 안 대장의 포용력이 바다를 넘어 육지로 뻗어 나간다.

그래도 총각대장님, 올해는 장가 꼭 가셔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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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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