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도 남면자율방범대장
류영도 남면자율방범대장
“고사를 몇 번이나 지낸 후에야 이 건물이 완성됐죠”

짐짓 먼 산을 바라보는 눈짓이지만 그의 이야기에 온 몸의 체온이 상승세를 타는 기분이다.

2010년 완공된 남면자율방범대 건물에 대한 일화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사뭇 이방인의 방문에 그리움과 고요함, 그리고 남면 특유의 지역정서를 상세히 반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기순씨와 서산경찰서, KT에서 땅을 시사해 지금의 자리에 방범대 건물이 지어지게 됐다.

없는 돈을 쪼개 벽돌을 올리고 시멘트를 바르다가 예산이 바닥나면 어김없이 고사를 지내 차후 공사에 쓸 자금을 조달한 웃지 못 할 사연도 꼼꼼히 털어놓는다.

“고사를 지내면 돼지머리에 돈도 들어오고, 또 오랜 공사로 지친 인부들의 허기진 배도 채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죠.

(웃음)어디그뿐인가요? 지역 유지들이 삼삼오오 후원금을 내 오래지만 완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죠”

그렇게 해서 수년에 걸쳐 지어진 남면방범대 건물은 1층은 온전한 방범대 사무실로 사용하는데 반해 2층은 올해 전역한 6명의 선배들과 부인회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남면은 여성대가 따로 없는 대신에 매달 15일 회의에 부인들과 동행해 총회를 벌이고 소량이지만 대원들 간 음식의 정도 나눈단다.

도심 속 방범대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 할 수 있는데, 류영도(42ㆍ남면 달산리ㆍ남면가스ㆍ사진) 대장이 20년 남짓을 방범대에 몸담게 한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겠다.

류 대장은 남면 달산리에서 낳고 자란 지역 토박이다. 서울 마포에서의 의경생활 이후 이듬해인 94년 1월 남면자율방범대에 가입한 이래 벌써 19년째 방범대 일이라면 제 일 젖혀두고 달려든다. 26명의 동지애로 똘똘 뭉친 사나이들의 냄새가 그에게서도 난다.

“실제 사는 곳이 태안읍낸데 왜 남면방범대에서 활동 하냐고요? 제가 여기(남면)에서 돈 벌어 먹고사는데, 고향에서 봉사해야 안된대유?” 소박하지만 그 어떤 수학공식보다 똑떨어지는 답변이 마음에 든다.

류 대장의 부연을 조금 더 보탠다면 남면대는 26명 중 절반 이상이 젊은층으로 읍내나 심지어 서산거주자가 꽤 된단다. 하지만 부모님이 현재 남면에 살아계시고, 고향을 지킨다는 의협심 하나로 야간 방범순찰활동과 남면중학교 11명 학생들의 귀가서비스에도 빈틈이 없다.

거기다 타 지역대와는 달리 여름이면 더욱 바빠진다는데. 6월 중순부터 2개 지역으로 나눠 남면 전역을 방역하는 까닭이다.

대원들은 조를 이뤄 방역활동을 하다 아이들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9시 전에는 학교 앞으로 집합해야 한다. 여름방학이면 그나마 수월할 테지만 6월에서 7월 이 두 달간은 대원 모두가 긴 하루의 해와 마주해야 한다.

남면대만의 특별한 전통이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31조’문화다. 한 달을 31일로 쪼개 이 중 하루치 임금을 방범대에 기부해 어려운 대원들을 돕는 일종의 십시일반 개념으로 이해해도 좋다.

“대농을 하는 대원들은 많게는 50만원에서 중장비를 하는 대원들은 20~30만원, 이렇게 서로 자신이 버는 것의 하루치를 방범대에 기부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돈은 형편이 딱한 대원들의 가정에 희망이 되죠”

이제 막 중3이 되는 큰딸과 갓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딸,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6살 셋째딸. 또 이 행복한 가정을 위해 묵묵히 참고 견뎌준 부인 이재경(39)씨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으로 살고 싶다는 류 대장.

앞으로도 그의 가정과 남면대가, 몇 해 전부터 그가 아이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가꾸기 시작했다는 이 이팝나무의 싹처럼 설렘과 기대로 아름답게 꽃 피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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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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