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상 서부여성자율방범대장(좌), 이미자 동부여성자율방범대장(우)
김영상 서부여성자율방범대장(좌), 이미자 동부여성자율방범대장(우)

굳이 서둘지 않아도, 따스한 눈빛하나면 족하리라. 차분한 어투와 공손한 마음가짐이 어우러질 때 야지만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

태안읍 여성방범대를 책임지고 있는 이 두 여성대장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강인하지만 섬세하고, 때론 여리지만 누구보다 끈질긴 집념으로 거리에 나서는 김영상(50ㆍ태안읍 동문리ㆍ백옥생화장품태안지사ㆍ사진 왼쪽) 태안읍서부여성자율방범대장과 이미자(44ㆍ태안읍 동문리ㆍ사진 오른쪽) 태안읍동부여성자율방범대장.

역사로 보나 규모로 보나 서부여성대가 동부여성대에 비해선 좀 더 길고 크다. 하지만 아성만큼은 두 여성대 모두 태안읍 아동ㆍ청소년들을 책임지고 선도하는 야무진 단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여성인데다 대부분이 자녀를 둔 주부인 까닭에 두 여성대 모두 방범활동시간대는 오전 내지 한낮. 서부여성대가 태안초등학교 일대와 인근 태안중학교 순찰을 책임지고 있다면, 동부여성대는 백화초등학교와 태안여중을 비롯한 학원가 일대를 전체 총괄하고 있다.

범위야 어쨌든지 간에 태안읍내 초ㆍ중학생들의 귀가 및 학원가 인근을 순찰하다보니 다들 ‘내 자식 보듯 하는 엄마 마음’이랴 꼭 캐묻지 않아도 가늠이 된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하교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귀가를 뒤에서 지켜볼라치면 괜히 눈시울도 붉혔다가 여중생들의 풋풋한 수다를 들을 때면 여고시절 학창시절의 빛바랜 기억도 더듬어 본다.

김영상 대장은 17년여 사회활동으로 숱한 고생도 했건만 인생의 최고 절정기인 요즘도 방범대 활동만은 놓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김 대장과 방범대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걸스카우트충남연맹태안지부연합회 8대회장과 민족통일태안군여성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내 각종 사회단체 활동을 한 김 대장에게 방범대 생활은 사뭇 신선했다.

“어머니라는 단어있죠? 그 말이 딱 여성대를 대표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가 스스로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것만큼 큰 교육도 없고, 또 이 사회를 주부가 앞장서 봉사한다는 측면에서만 봐도 여성대의 가치는 그 어느 단체보다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신에 찬 김 대장의 두 눈이 반짝인다.

‘어머니’. 어쩌면 그 어떤 가치와 이름보다 우위에 설 그 단어에 여성방범대의 가치를 나란히 한 김대장과 서부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김 대장은 올해가 대장직 3년차다. “이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싶다”며 “가정과 지역의 소통을 위해 어머니가 나서 값진 힘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찬 27명의 서부대원들을 태안미래가 응원한다. 김 대장은 남편 서종덕(안면도농협 상무)씨 사이 1남 2녀를 뒀다.

이미자 대장의 방범대 활약기는 김 대장과는 조금 다르다. 고지식하긴 하지만 늘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이 대장의 남편 이종만(43ㆍ다솔조경) 전 태안읍동부자율방범대장. 이 대장보다 한참 일찍 시작한 남편의 방범대 외조(?) 덕분에 이 대장의 활동도 더욱 과감해지고 자신감에 충만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장의 지원군 노릇을 자청하면서 언제고 여성동부대를 찾는 남편 종만씨 덕에 덩달아 이 대장의 명성도 고공행진 중이라는 사실.  또 이 대장은 이러한 남편의 외조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해 태안군자율방범연합대 홍보실장을 지냈다.

동부대는 현재 20명의 대원들이 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학원가 등을 순찰하고 있다. 도보순찰이다 보니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요즘 학교생활에 대한 사사로운 얘기들로 접할 수 있단다.

매사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이 대장은 시간이 좀 더 흘러 나이가 먹으면 남편과 함께 시골 한적한 곳에 집을 지어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며 살고 싶단다. 천상 여자, 봉사가 천직인 대장 중의 대장이다.

자주 웃어 큰 웃음이 없을 듯 해 보이는 그녀지만 앞으로의 과제에서 만큼은 빈틈이 없어 보인다.  “아직은 꿈에 불과하죠. 하지만 언젠가 남편과 약속했어요.

우리 딸이 다 크고 우리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긴다면 꼭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겠다고 말이죠” 쑥스러운 듯 잠시 볼을 매만지는 그녀가 올해는 젊은층 대거 유입으로 대대 기강을 바로 세우고, 태안이라는 제2의 고향에서 마지막 생을 다 바치겠노라 다짐했다.

14년 전 친구들과 함께 만리포해수욕장으로 놀러온 그날이 그녀의 운명이 뒤바뀌는 날일 줄은 아마도 그땐 그녀 또한 몰랐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인생이 그랬듯 태안과 방범대라는 이름으로 빛나는 그녀의 명찰을 카메라는 언제고 기억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이미선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