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생활체육바둑연합회 정천호(66ㆍ소원면 파도리ㆍ사진 왼쪽) 회장과 한성덕(58ㆍ태안읍 동문리ㆍ오른쪽) 사무국장.
태안군생활체육바둑연합회 정천호(66ㆍ소원면 파도리ㆍ사진 왼쪽) 회장과 한성덕(58ㆍ태안읍 동문리ㆍ오른쪽) 사무국장.
열아홉 개의 줄과 선이 만나 361개의 점이 만들어 진다.

흔히들 이 점을 집으로 표현하는데 흑과 백, 두 개의 돌이 361개의 집에 채워지면 비로소 우리네 인생이 완성되어 진다.

치밀한 계획을 통해 첫 바둑알을 놓는 순간부터 이미 361개의 집을 간파해야만 진정한 고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바둑.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을 것 같은 이 바둑의 깊고도 오묘한 세계에 빠져 태안군생활체육 바둑협회를 이끌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정천호(66ㆍ소원면 파도리ㆍ아마3단ㆍ사진 왼쪽) 회장과 한성덕(58ㆍ태안읍 동문리ㆍ아마4단ㆍ오른쪽) 사무국장이 오늘의 두 주인공이다.

사뿐히 올곧이, 아니 확신에 찬 바둑알이 노란빛 바둑판에 채워지는 순간의 짜릿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예비 바둑광이거나 바둑마니아일 가능성이 높다.

짙은 눈매를 더욱 또렷하게 하는 바둑. 이런 바둑은 흔히들 훈수를 두는 장기와는 다르고 멋진 말의 모양을 한 체스와도 틀리다.

생활체육이라는 꼬리표에 바둑이 사뭇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것 또한 분명 잘못된 선입견. 바둑은 흔히들 선견지명의 스포츠라 일컫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바둑처럼 정신력을 요하는 운동도 드물다. 물론 모든 운동에는 집중력과 지구력이 겸비되지만 정적의 스포츠라 불리는 바둑의 집중력을 따라갈 스포츠는 드물다는 말이다.

태안군바둑협회는 지난 2009년 8월 정우영(72) 전 태안문화원장을 중심으로 발기인모임을 갖고 태동을 시작했다.

초대 정우영 회장과 34명이 회원들이 태안군바둑연합회의 힘찬 소식을 알렸다. 전 집행진이 출연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의 경기장을 마련한 이후, 2010년부터 매년 태안군민바둑대회를 열며 바둑의 저변확대와 희소성 있는 바둑마니아들의 전문성 신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40에서 80여명의 이 바둑대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명지대학교 바둑지도사 겸 대한바둑협회 바둑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성덕 사무국장은 태안읍 동문리에 위치한 바둑협 사무실을 영재바둑교실학원이라고 명명하곤 어린 유치원생부터 학부모, 일반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바둑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일일 한시간을 기준으로 매월 12만원의 회비를 받고는 있지만 재능기부나 무료강의를 자진해 열다보니 생계 수입으로는 바둑은 영~아니 올시다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제5회 군민바둑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올해는 특별히 ‘유류피해 태안군 경제살리기 전국 정서진바둑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이미 태안군에 3천만원의 예산을 지원 요청한 상태로, 군 지원이 확정되면 만리포관광협회와 함께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꿈과 야망, 도전정신이 제대로 깃든 협회는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도 많다. 전국체전과 도민체전에 참가하기 위한 선수 발굴 및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연습공간이 부족한 선수들의 환경개선을 위해 기원을 설립하는 것도 올해 목표다.

현재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바둑의 열정과 이들의 열심을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바둑협에 거는 군민들의 기대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다.

바둑협은 성인을 기준으로 18~1급, 1~10단에 이르는 아마추어 집단 중 회원 대부분이 유단자다. 현재 5급인 정용준, 이태주, 가각현 선수가 최고 유단자 격. 프로선수들이 1~9급으로 나누어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급이 다른 실력일 테지만 바둑에 대한 열정만큼은 잣대로 잴 수 없을 만큼 열정이 대단하다고.

바둑판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삶과 너무도 닮아 인간관계의 정과 생사고락의 고초가 느껴진다는 정 회장. 군 생활 중 어깨너머로 배운 바둑이 인생 끝자락 가장 절친한 친구로 남을 줄은 몰랐다고.
하나뿐인 아들과는 수산유통업을 함께하며 동업자로 때론 부자지간으로 바둑담화를 즐긴단다.

정 회장은 재치와 두뇌가 절묘하게 배합된 바둑예찬에 한참을 기분 좋은 설명을 곁들였다. 한 사무국장은 “바둑처럼 핸디캡을 주는 운동도 드물다”며 운을 뗐다. 실력이 약한 선수가 흑, 한수 위인 선수가 백을 택하고, 치수별로 못 두는 사람에게는 1점을 미리 얹어 주며 시작하는 경기라는 것이다.

“만약 3단과 1단이 만났다면 1단이 2개의 돌을 미리 선점해가며 경기를 풉니다” 퍽이나 이상적인 경기방식인 것이다. 이런 바둑은 또 사고력을 깊게 해 인간 내면의 품성이나 인격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하니 어릴 때 배울수록 좋다는 부연이다.

한 사무국장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송암초등학교를 찾아 2~3학년 학생들에게 바둑강의 재능기부도 하고 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전교생이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2011년에 이어 어머니무료바둑교실 참가자도 상시 모집 중이다.

“어머니의 영향력은 실로 위대하죠. 어머니가 바둑의 가치를 먼저 체험해봐야 아이들에게 바둑의  한 수 한 수 우리네 인생사가 깃들여져 있다는 바둑, 흑과 백에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이 두 사람의 바둑예찬에서 스며드는 바둑바람. 태안에 신세계를 몰고 올 바둑협에 관심의 박수와 응원의 메시지를 띄운다.

 

<태안군바둑협회 수상이력>

제23회도지사기대회 종합우승

제24회도지사기대회 일반부3위, 원로부 8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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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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