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 안면읍 승언8리 이장
이경신 안면읍 승언8리 이장
명승 제69호 안면도 꽃지 할미할아비바위. 만조 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그만 섬을 볼 것이고, 간조 시 발길이 닿는 사람들은 육지와 연결된 대자연의 황홀경에 감탄할 것이다.

외도, 내ㆍ외파수도, 나치도. 안면도 승언8리는 3개의 섬과 3개의 시선이 머물러있는 곳이다.

이중 천연기념물 제511호인 내파수도 해안지형은 안면읍 방포항에서 남서쪽으로 9.7km 떨어진 무인도 내파수도의 동쪽 해안에서 300m 길이로 자갈이 모여 형성된 자연방파제다. 내파수도의 사취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원마도의 자갈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 분급 또한 매우 양호하다는 점에서 특징적이고 희귀한 현상으로 손꼽힌다.

그래서일까? 승언8리는 그저 평범하고 작은 섬마을이라 치부하기엔 어여쁜 펜션들이 100호 가까이 즐비해 있고, 바다 속에는 16명의 해녀들이 파르르한 모습으로 해삼과 전복을 따며 시간을 보낸다.

한 번의 이장 임기를 끝내고 올해로 5년째 이장직에 재임하며 고향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으로 사로잡힌 이경신(45ㆍ사진)이장. 올해 초 안면읍 28개 마을 이장단협의회 회장 자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승언8리의 위상을 그 어느 때보다 드높이고 있다.

“살면서 소문난 명소도 많이 다녀봤지만, 저는 안면도처럼 아름다운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전에서의 대학생활과 ROTC(육군학생군사학교) 장교생활로 12년을 보낸 이 이장이 고향 안면도를 다시 찾은 건 정확히 13년 전이다.
500여 주민들의 눈짓이 그리웠던 것일까, 해녀들이 직접 딴 전복의 맛이 애달파서였을까. 이 이장의 고향사랑은 타 마을 이장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아 보인다.

“올해 우리 마을이 농촌녹색체험마을로 선정됐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마을 내 체험관이 지어질거고요. 섬(외도)와 연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진행될 공산입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해변길과 이어진 스토리텔링 사업에도 큰 변화가 기대됩니다”

마을소개를 묻는 취재진에게 기다렸다는 듯 마을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이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꽃지의 전경 속 소나무와 모래언덕에서 볼 수 있는 수려한 자연경관은 단연 안면도의 자랑이자 이 이장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보물 1호다.

"꽃지 등 곳곳이 보물…가슴 뿌듯"

마을 평화ㆍ주민화합 조성 '한창'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구 훼손에 대한 보전방법으로 석축을 올곧게 만들고 싶다는 이 이장은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전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순리고 진리며,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 이장이 마을 내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장소가 있다는데 다름 아닌 방포해수욕장과 방포전망대.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곳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약간의 부연과 함께 이 이장의 눈이 빛난다.

“방포전망대는 많이들 모르시더라고요. 전망대에 올라서면 할미할아비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마치 제 눈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 한 착각이 들만큼 벅찬 감동을 선사하죠”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사촌이 더 좋은 법.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이 이장이 소개한 방포전망대에서의 여행이 펜을 든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지난 71명의 방포어촌계 사건이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면서 마을 내 인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안타깝고 답답한 속내도 내비친 이 이장은 하루빨리 마을의 평화와 주민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방포해수욕장이 요동칠 날만을 염원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모교인 안면고등학교를 찾아 아는 선배님을 대신해 장학금을 전달한 이 이장.
자연은 그대로 놔둬도 우리가 언제고 그곳과 동화되듯이, 모교도, 소나무도, 모래도, 해녀들도, 그렇게 눈물겹도록 안면도를 그리는 자들에게 추억처럼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 마지막장을 장식했다.
부인 김윤자(45)씨와 대학교에 다니는 딸,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이렇게 네 가족이면 충분한 행복을 누리는데, 뭘 더 바랄게 있느냐며 넉넉한 훈남미소 뒤로 하고 홀연히 약속장소를 빠져나갔다.
승언8리의 2013년과 이 이장의 내일이 사뭇 궁금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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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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