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실천해온 한상대씨.
기부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실천해온 한상대씨.
“기부는 여유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야박하고 철저한 노력의 결과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웃들에게는 오히려 따뜻해 보이지 않는다는 오해만 쌓이게 됐습니다. 그간 수년간 알리지 않고 해온 이 일이 지면을 타게 돼 부끄럽지만, 더욱 정진할 수 있는 기회로 알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부드러운 눈매에 동글동글한 얼굴이 인상적인 한상대(51ㆍ안면읍ㆍ사진)씨. 날씨가 꼬물꼬물하더니 곧 빗방울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방포항에서 만난 한씨는 연신 쑥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롯데슈퍼안면도가맹점, 킹스마트. 안면도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대형할인점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귀가 얇아서’란 다소 우스갯스런 대답을 하더니 고향 안면도에 대한 얘기에는 심히 열중한 모습이다.

많이 배우지 못해, 더 배울 날이 많고, 더 푸짐하게 베풀지 못해 아직 해야 할 봉사가 많다는 한씨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늦깎이 고등학생이기도 하다.

안면도에서 낳고 태어나 서울생활 8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안면도에서만 살고 있다는 한씨는 소문내는 봉사는 진정한 봉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억지 취재요청도 만류했었다.

그랬던 그가 부인 김영례(44)씨를 소개하고 싶었는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봉사활동 소식을 알리고 싶었는지 아내의 고마움을 내비치며 취재에 흔쾌히 응해줬다.

고남면이 고향인 부인 김씨를 만나서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며 터를 일구고 이젠 안정적인 자기 사업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그가 꾸준함으로 실행하고 있는 일이 또 있다.

바로 지역에 대한 기부봉사활동이다. 

어느 날 딸이 다니는 학교에 돈이 없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서글픈 얘기를 접하곤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시작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꾸준히 학교와 지역에 기부봉사를 하던 그가 이제는 중증장애인 1,2급 거주시설인 아이원(원장 손진성ㆍ태안읍 안면대로 208-53)에 까지 기부를 해오고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남을 돕는 일은 순수한 마음 하나면 족하다는 생각에 기부봉사를 시작했다는 한씨. 마을에 큰 행사라도 있는 날이면 손수 물품봉사도 마다 않는 그지만 이름 내세우기에는 영 젬병이다.

아이원에 기부하게 된 연유를 묻자, 아침마다 태안으로 시장을 다니다보니, 그 시간대 자주 눈에 띄던 차량이 있더란다.

“황토방이라는 목욕탕 앞에 매일같이 아이원 차량이 서 있더라고요.지인한테 물어보니, 아는 사람 자녀가 그곳에 있기도 했고 해서 기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씨가 기부라는 이름으로 돈을 쓰게 된 것은 ‘사랑의 전화’라는 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였다.

이후 기부가 나눔이고 그 나눔은 꼭 본인이 넉넉해야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이 깨지면서 기부가 자연스러워졌다.

“아내가 반대했다면 아마 기부는커녕 조그만 한 봉사활동도 못했을 겁니다. 뭐든 제 일이면 잘 따라와 주고 응원해주는 아내가 있어 행복할 따름이죠.이제는 두 딸도 남을 돕는 일에 선뜻 응해줘 기쁜걸요”

세상을 다 가진듯한 선한 얼굴을 하고는 나눔의 진정한 미덕을 앞서 시행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지역에서 살다보니 다 같은 가족이고, 이웃사촌이라는 생각에 어떤 부탁도 이젠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넉살좋은 농담을 던지는 한씨는 매년 안면고등학교에 100만원의 장학금과 익명으로 100만원의 정기후원을 돕고 있다.

“누가 줬냐고 물으니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정기후원을 시작했는데, 신문에 나가면 이제 그 사람이 전 줄 알테죠. 참, 쑥스러운 일이네요” 

야무진 말투가 아니어도 곧장 응해줄 것 같은 천진함 속에 영원히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싶다는 기부철학을 공유한 한씨는 고향을 지키면서 물품기부와 정기장학기부를 꾸준히 할 계획임을 알렸다.

“방포항, 너무 좋죠? 이 지역에는 아름다운 곳도 아름다운 사람도 많다는 걸 알리고 싶네요”

언제 안면도를 찾는 이가 있다면 방포항에 서서 뱃머리를 쳐다보니 한씨의 따스한 마음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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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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