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환 태안읍장
유연환 태안읍장

통계상 태안읍의 저소득층 인구는 4월말 기준으로 2,303명이다. 군 전체 저소득층의 약 52%가 태안읍에 거주를 하고 있다. 올 8월경 공공임대주택의 입주가 시작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고 복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더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1월 태안읍장으로 부임한 후 4개월여 기간동안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씩 저소득층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부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포함하면 주 3회를 넘어설 때도 있다.
그동안 생계가 어렵거나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분, 심한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을 150여 명 만났다. 처음에는 읍장이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보여 가슴이 너무 아프다. 대부분이 빈곤의 쳇바퀴에 갇혀 사는 분들이라 속상하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맞닥뜨리는 원초적 불안이 다섯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생계불안, 주거불안, 의료불안, 금융불안, 교육불안이 그것이다. 이 불안은 저소득층이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문제라 쉽게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중 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생계, 주거, 의료문제였다.
이분들이 받는 기초수급비는 말그대로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수입의 거의 절반이 주택 임대료로 지출된다고 보면 된다. 병원을 오가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정기적으로 서울 등 대도시 종합병원을 다니는 분들은 숙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주거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우선 저렴한 전셋집, 사글세, 무허가 쪽방, 심지어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 사시는 분들도 계시다.
방문한 가정들을 보면 벽지가 누렇게 색이 바랜 채 군데군데 뜯겨 있고 좁은 방에는 필수 생활용품과 온갖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어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환기가 잘 안돼 특유의 냄새가 가득찬 집도 더러 있다.
하수구에서 쥐가 들락거리고 쓰레기로 가득한 저장강박증 가정도 있다. 심지어 집 수리를 위해 방문한 어느 집에서는 장판을 걷어올리자 바퀴벌레가 떼를 지어 어지럽게 돌아다니기도 했다.
방문가정에서 하는 일은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일들이다. 안부를 물어보고, 건강상태를 살펴본다. 또한 이분들이 힘겹게 살아온 과정을 듣고 준비해간 생필품을 나누어드린다. 얘기를 듣다보면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였거나, 가난을 대물림 받은 사람,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 등 모두가 사연이 딱하다.
문제는 이분들이 스스로 자립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릴 수 있는 것은 힘내시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과 그분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읍장 재량껏 해결해 드리는 정도가 전부다.
지금까지 저소득층을 방문하면서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애절한 사연을 몇가지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A씨는 25년전 결혼을 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살 배기 딸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상심이 컸다. 이 사고로 23년 전에 아내와 이혼을 하였고 딸과도 그 즉시 헤어졌다. 이후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B씨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청년이다. 태안으로 일을 하러 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이곳에 눌러 앉았다. 다리 수술을 무려 17번이나 했고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정강이뼈는 움푹 파였고, 괴사된 피부는 당시 사고가 얼마나 끔찍하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시종 밝게 웃는 모습에서 마음이 놓였다.
C씨는 부부가 시각장애인이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이 시각장애인이라 얼마나 불편하실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활동보조사께서 챙겨준다고 하지만 답답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상담시간 내내 두 분께서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누추한 집에 찾아주셨다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D씨 가정은 저장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집앞 골목길이 온갖 쓰레기와 잡동사니로 가득차 있다. 집안의 쓰레기는 말할 필요가 없다. 팀장과 담당직원이 상담을 하면서 우선 쓰레기부터 치우자고 설득하였다. 알았다고 대답을 하였으나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아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걱정이 된다.
E씨와 F씨 두 분의 어머니는 슬하에 각각 4남매와 5남매를 두고 계신 어르신이다.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필자도 어머니가 생각나 울컥했다. 두 어머니가 겪었을 고통과 아픔. 31세와 33세에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되어 어린 자녀들을 키우면서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감당하고 사셨을까? 
특히 5남매를 키우신 어머니는 토지를 임대하여 농사짓느라 죽을 고생을 하면서 살았다고 회상하였다. 그러면서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게 한이 된다고 하셨다.“남편이 있어 자식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였다면 지금 기초수급자는 면하였을텐데”라며 마음 아파하셨다. 정말 어머니가 왜 강하신지 이 어르신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태안읍에서 추진하고 있는「연합모금 릴레이 사업」이 저소득층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해는 11개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3천여만 원의 성금이 답지되었고 물품후원도 1700여만 원에 이른다. 
이 후원금품으로 가전제품을 지원해 주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요구르트 배달과 긴급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저소득 가정 어린이 44명에게 이번 어린이날을 맞아 개인별로 8만 원 상당의 소원 물품을 전달하였다. 착한 냉장고 사업은 홍보가 잘돼 하루에 평균 70여 명, 많을 때는 100명이 넘게 이용을 한다.
모금활동을 하면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삭선리 농공단지에 찾아가 홍보를 하였더니 3개 업체에서 5백만 원을 기부해주셨다. 2개 업체에서는 기부를 약속하였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셔서 고맙다.  
성경에 보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제사장이 예수께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예수께서는 자비를 베푼 자라고 하였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많다. 문득 내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강도를 만난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서 모를 뿐이다. 그렇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은 누굴까? 사랑을 가지고 돌보고 나누는 사람이 진정한 이웃이고 선한 사마리아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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