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태안군의회 본회의장 앞에는 내년 ‘해상풍력 단지개발 연구용역’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려 모인 태안 어민들과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찬성하는 지역 주민, 그리고 출동한 경찰 등 500여 명이 모여 군의회 출입구와 복도에서 대치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지난 12일 제292회 태안군의회 제2차 정례회(2023년도 예산안 의결)가 어민들의 강력 항의로 저지되고, 이 와중 김진권 의원이 병원에 호송되는 등 파행을 거듭한 가운데 내년 예산을 15일 임시회에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부터 군의회 진입로와 출입문을 검은 복장의 경찰과 군 직원들이 둘러싼 가운데 태안 어민과 김진권 의원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국민의 충복이어야 할 공무원이 왜 군의회 출입을 막고 있느냐? 공무원 시험 보고 들어와 하는 일이 이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태안 주민 B씨는 “군 직원들이 어떻게 의회 경호에 동원되느냐? 군수가 시킨 것이냐”며 “군수가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이요 모른다면 무능한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반면 태안군의회 신경철 의장은 오전 10시 본회의장 입구 계단에서 “지방자치법상 회계연도 시작 1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나 지금 이 상태로는 정상적인 의회 진행이 불가함에 따라 태안군 조례 제73조에 의거해 경호권을 발동한다”면서 태안군의회 사상 첫 의회 경호권 발동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후 제2차 정례회 임시회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태안군의회 예산결산특위 위원들과 회의실에 입장해 2023년도 예산안 의결 과정에 들어갔다. 
태안군 조례 제73조 1항은 “의장은 의회의 경호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관할경찰관서에 경찰관의 파견을 미리 요구할 수 있으며, 의회의 경호가 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의장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경찰관의 파견을 즉시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이날 신경철 의장의 태안군의회 사상 첫 경호권 발동으로 출동한 경찰은 대형 버스 3대, 100여 명에 달했다. 
태안군의회가 생긴 이래 의회 경호권 발동은 처음이며, 태안군의회는 경찰을 동원해 군민과 기자들의 방청을 불허하고, 비공개로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불미스러운 사례를 역사에 기록하게 되었다.  
해상풍력 단지개발 연구용역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려 군의회를 찾은 반투위 소속 어민과 지역 주민 약 200여 명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된 채 군의회의 2023년도 예산안 처리를 무기력하게 지켜봐야했다. 
이날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전재옥 부의장) 심의 결과, 제출된 2023년도 예산안 가운데 23억 3,725만 9천 원이 삭감된 6,856억 1,610만 2천 원의 심사보고서를 본회의에 제출했다. 
본회의에서 심사보고서의 예산안을 의결하는 과정에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표결을 진행했으며, 신경철 의장과 김진권 의원은 불참하고 5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4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이목이 집중된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 예산의 경우, 단지개발 연구용역 등 4개 사업 부분에서 일부 삭감된 14억 9561만 6천 원이 통과됐다. 
삼엄한 의회 경호권이 발동된 가운데 오후 2시 경 신경철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이 먼저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태안군의회 사무과장이 복도에서 태안군의회 정례회 폐회를 알린 후 해산을 안내하는 것으로 이날의 사태는 막을 내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태안 어민 K씨는 “국회도 예산안 의결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군의회는 군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견지할 줄 알았는데, 어민 생계에 관한 민원을 이런 식으로 무시하고 묵살하는 폭거는 군사정권에도 없던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태안 정치가 30년 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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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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