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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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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대(夢垈)
태안미래  |  t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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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08  10: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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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필서예가 림성만

무엇을 감추려는지
이쪽 바닷가 깊숙이 들어앉은
몽대포구는 아무것도 보여주질 않았다
바닷새들이 버리고 간 텅 빈 저녁
깊게 깔린 어둠도 부족해
바다안개는 한 치 앞도 허락하지 않고
방파제 들머리에서 들리는 건
나지막한 파돗소리 뿐이다
바다안개 속에 그녀가 서 있는데
지친 하루 자신을 위로함인가
그녀가 택한 몽대 포구였지만
밑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밤바다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의 그녀를 보았고
그녀의 가녀린 작은 손마디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속마음을 바다안개 속으로 숨겨야했다

얇게 깔린 물비늘 초닷새 달과 별이
설움 겹도록 바다는 초연한데 별빛
저렇게 밝아 보이는 건 달빛의 넉넉함인가
열흘 지나면 서서히 달은 몰락하겠지
내 생 언젠가 달처럼 스러질텐데
별처럼 빛나는 날 있으려는지
전설, 바다처럼 여름 다가와
등 뒤로 햇볕 무섭게 내려오고
썩은 심장의 아픈 산물인 땀방울은
처절하게 느림으로 흘러내려
소금기 하얗게 꽃으로 피어남은
아물지 못한 나의 상처인가
상처도 아름다울 수 있으련만
못다 핀 꽃처럼 애처러운 건 무슨 까닭일까

칠흑의 어둠 내려와 늙은 달빛
턱밑까지 차오른 저 바다
고요 속에 평화롭게 춤추던 바닷새들
밤엔 모두 어디로 숨은 것인지
그 새들 떠올리며 막소주 한 잔 따라놓고
껍질 벗긴 날생선을 바라본다
갯바람 무서운 포구에서 따뜻함 고여 있는 건
너른 바다가 있어 춤추면서 걷고 싶은 것일까
그리움 없었다면 어찌 사랑빛 있었겠는가
작은 포구에서 이제 허튼 걸음을 걷고 싶다
늙은 달빛은 아직 보이지 않고

출렁이는 파도 어둠에 묻혀 있다
비릿한 갯내음이 숨쉬는 몽대 포구에서
삶을 진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꿈속에 나타나 마을을 이룬 터전 몽대
거친 바람 불어와 파도 노래할 때
사람들은 쓰디쓴 막소주 몇 잔으로
검게 타다가 하얗게 변해버린
쓰린 가슴팍을 달랜다
깊은 상처 가슴에 품어서인가
웃고 있어도 눈물 나는 세상살이
지친 몸 견뎌내는 것은 고문이지만
상처를 희망으로 보듬고 사는 것이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부딪치고 깨어져 아름다운 것이 있다
천 번 만 번 시퍼렇게 멍들다가
물거품만 남긴 채 부서지는 파도
어둠 헤치고 거대한 바다를 가르는 구릿빛 어부
거친 바다와 싸워 이긴 댓가로
비린 생선 넉넉히 건져 올려지면
하늘 멀리 나는 바닷새들이 있어
몽대포구의 저녁은 또 다른 시작이 되고
불빛 밝혀져 삶에 지친 이들이 모여
한 잔 술로 목마른 하루를 삭혀낸다
포구 앞가슴에 징표처럼 떠 있는 안목섬
바다에 달빛 하얗게 부서져내려
졸고 있는 작은배들 외롭지 않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익숙해진 모습으로
갯냄새 아늑한 몽대포구를 뒤로한 채
그들만의 풍경 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녀는 내게 오는 바다였다
비오는 날 은빛 비늘을 세우고 역류하는 것처럼
머물지 못하고 흐르는 것은
내게로 오는 그림움의 빈자리이며
그 파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니코틴 색소로 말라버린 목덜미에
소태같은 외로움 나눠 마시지만
어느 누구 거들떠도 안 보는 작은 안목섬
새들 다가와 따라놓은 소주잔에 무지개 떠올라
청춘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늙어
몸 풀어놓은 소금에 절인 빈 배
물살에 부대끼다가 밀려 흔들린다

지워진 날을 거슬러 오르면 옆구리 어디쯤
칼끝같이 찔려오는 통증
수신호 같은 파도 따라 옛 일도 헤아려보는
바다가 옆에 있어도 물빛 그리웁고
섬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
몽대포구에선 비린내로 다가온다
이젠 잊을 수도 없고 가슴에 새겨둔 채
남은 그림자를 끌고 텅 빈 저녁
막다른 방파제 길목으로 노을빛이 스러진다

버려진 것들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시선
깊게 박힌 갯벌에서 벗어날 길 없어
둥지를 틀고 나보다 나약한 것들에게
생명의 길로 인도한다
버팀목이 되고 길 안내자 되어
돌아올 것에 자신을 내맡기는 숭고함 속에
어디서 왔는지 바닷가에 떠밀린 찢어진 그물
뱃머리에 매달려 있어야 할 닻
그것들도 한때 쓸모 있는 생명으로 
제 몫을 했으리니 그래 그대로 놔두어라
몽대포구에 버려진 그것들도 생명 있으리니

※몽대포구 : 태안군 남면 몽산리 

※몽대포구 방파제 : 테트라포드(tetrapod)는 파도가 쓸려나갈 때마다 물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글부글 흰 포말로 스러지던 파도가 빠져나갈 때마다 네 개의 뿔을 가진 정사면체 콘크리트가 이상(異常) 증식하는 생물체처럼 무한으로 생성되어 있었고, 직립한 안벽(岸壁)을 넘을 기세로 마을은 안벽 안에 숨죽이듯 몸을 움크리고 있다.
방파제는 파랑(波浪), 해일과 고저 등 포구와의 해상 조건을 차단함으로써 포구내에서 안전한 선박의 항행과 정박, 원활한 하역을 지원하고 또 포구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포구라는 공간적 영역은 이 방파제가 결정짓는다. 바다로 배를 타고 나아가면 갑자기 시계가 트이면서 망망한 대양 속에 내던져닌 느낌이 드는데, 그 감정의 변환점에 방파제가 있는 것이다.
방파제는 야생의 자연과 대치하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이 자신의 숭고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언제나 아름답다면, 태풍 속 방파제는 충분히 아름답다. 방파제가 우리에게 아름다운 감정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경관미학자 제이 애플론은 <풍경의 경험>에서, 안전한 곳에서 위험한 광경을 볼 때 미적인 경험을 한다고 했다. 그것은 원시의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한 시각 행동이었던 것이 현대인에게는 미적인 기준으로 치환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구의 배후에서 테트라포드에 부딪혀 먹구름 낀 하늘 위로 퉁겨 오르는 거대한 물보라를 보며 대자연의 경외감과 함께 뭔지 모를 쾌감이 전신에 퍼졌던 것도 그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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