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필서예가 림성만
▲ 문필서예가 림성만

바다 저 끝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아무런 상심없이 지낸다는 건
바닷가에서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그리움이 앞에 있는 건 어찌할 수 없는 것
전설속의 바다 한가운데 두 바위섬은
무슨 사연 그리 많아 파도에 휩싸여 있을까
남쪽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속의 그녀
생각속의 망각은 아니기에
오늘 하루도 철없는 그녀를 생각하지만
바닷가에 서있는 고독의 사내가 기억되는가
더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면 이루어지겠지
처연한 마음으로 또 그리워하리라

칼바람은 쉬지 않고
겹친 눈꺼풀은 세상을 포효하며 몰아친다
아득한 지난함속에 땅은 굳게 얼어
솔숲은 소리내어 크게 울어대면서 서있지만
춤추지 못하는 하루의 끝자락
견딜 수 없는 형용 속에서 지치지 않는 파도
겹겹이 토해내어 세상을 녹인다
은빛모래 좌우로 쌓이는 흔적속에서
철없는 눈물바람은 켜켜이 잠겨
쏟아내고 밀어내도 서럽도록 그리운 바람이여
서서히 쟂빛으로 물든 바다와 솔숲이
숨을 멈춘 채 내게로 다가온다

포말 세차게 밀려오는 흰 거품 속엔
수많은 사연 배어있겠지
하늘 맞닿은 수평선 저 멀리
작은 배 한 척 갈매기 벗 삼아 출렁거린다
검센 팔뚝의 어부는 보이지 않지만
그물 속 엉킨 사연은 얼마나 파리할까
바다를 파도의 포말을 보았는가
생각을 들여다보라 아무 생각하지 말고
먼 빛이면 가까이 올 수 있는 빛이기에
우린 항상 참고 견디며 기다리는 거다
아픔으로 점철된 것들을 잊어버리면
생기 넘치는 세상이 돌아오겠지

수평선 너머엔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새들의 날개짓
생명의 색깔들이 겨울을 나고
눈발 가득 않은 고고한 솔숲을 보라
길 위의 흔적도 추위를 이기는 소나무도
침묵한 채 눈 속에 섬이 되었지만
뚝심 있게 공유하는 흙냄새 비릿한 갯냄새
힘든 삶 지켜내는 섬 사람들의 순박함 속에서
곰삭힌 육자배기 가락처럼
성실한 오늘이 모여 풍요를 모으는 사람들
살을 에이는 칼바람 불어도
파아란 실핏줄 튕길 듯 솟아도 오늘 또 웃음이다

가슴에 바다 한 줄기 흘러내려
온몸이 고독으로 건조해져 푸석거릴 때
실핏줄 하얗게 터지듯
내 몸이 눈물로 젖어있어도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기다림을 향해 흐른다
푸른 파도가 되어 가고 싶은 간절한 욕망
어쩔 수 없는 운명같은 파도가 되어
선홍빛 포말 부서지는
그녀의 찬란한 하얀 생애에 뛰어들어
허전함이 뼈속까지 파고들어도
에메랄드빛 바다가 되고 싶다

보아라 하늘과 흰구름을
먼길이어서 그리움은 더욱 애절하지만
구부러진 그 길 찾아서 다가오듯이
우리 인생도 한 번은 썰물이지만
또 한 번은 밀물로 돌아오지 않던가
가고오고 오고가고 그게 삶인데
아무런 기약 없어도 우린 희망의 꽃이 있다
바다가 내게 던져주는 밀어의 흔적
가슴속에 가만 가만히 챙겨야겠지
아무도 모르는 세상살이의 흔적 속에서도
나혼자 그녀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숨 막히는 행복감인가

※사람 없는 빨간색 등대, 밤길을 잡아주는 저 등대처럼, 나 또한 그녀에게 환한 등대가 될까. 밝게 밝혀주는 길이어도 조심스런 길, 한 걸음씩 걷다보면 언젠가 그 길 보일텐데, 그 때가 언제일지 아직은 모르는 길이어도 묵묵히 다가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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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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