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저녁 8시 투표함이 개봉되기 전까지 태안군 6.1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대선 이후 발표된 태안지역 여론조사 후보 경쟁력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오차 범위 안팍으로 항상 앞서 있었을 뿐 아니라 정당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두 배 넘는 지지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전 2월 20일 발표된 태안방송과 태안반도신문이 충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후보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가세로 태안군수 32.7%, 국민의 힘 김세호 전 태안군수 29.4%, 국민의힘 한상기 전 태안군수 23.4%로 나타나 가세로 군수의 현직 프리미엄이 근소하나마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태안의 정치지형은 급속히 변하여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태안군민의 선택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56.4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0.07%였다.

이 격차는 전국 평균 0.73%를 훨씬 웃도는 압도적 차이였고, 이를 통해 태안군민의 정서가 민주당 정권을 떠나 보수성향으로 회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입증하듯 태안미래신문이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3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차기 태안군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세호 예비후보가 35.6%의 적합도, 한상기 예비후보가 33.4%, 현역 태안군수인 가세로 예비후보가 25.7%의 적합도를 보였다.

또한 양자 대결에서는 김세호 50.6%, 한상기 44.8% VS 가세로 29% 내외의 오차 밖 격차를 보였다.

이후 태안신문이 의뢰해 이루어진 3월 31일~4월 1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한상기 전 태안군수와 김세호 전 태안군수가 각 32.9%와 31.0%를 기록해 1.9%p차 접전을 펼쳤고, 민주당 가세로 현 태안군수는 22.7%, 김관섭 후보는 8.1% 지지율을 보였다.

태안반도의 의뢰로 4월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세호 후보 36.9%, 한상기 후보 34.3%, 가세로 후보 20.8%, 김관섭 후보 4.8%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60% 내외, 더불어민주당은 20% 초중반을 보여 언제나 국민의힘이 두 배 이상 앞서 있었을 뿐 아니라 다자 대결이 아닌 가상 양자 대결은 한상기, 김세호 전 군수 누구나 늘 큰 격차의 우세를 보였다.

이렇듯 6.1지방선거는 누가 나와도 이기는, 국민의힘 측에선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국민의힘 후보 공천 번복 사태의 전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4월 1일 6.1지방선거 공천기준 ‘동일지역 3번 이상 낙선자 공천배제, 지난 5년 간 경선불복 탈당 경력자 10% 감산점 적용’ 등을 공표했는데, 이와 관련해 김세호 예비후보는 경선불복 탈당 경력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4월 5일 김세호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실에서 충남도당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을 들려주며 “김세호는 3연속 출마자가 아니고 경선불복 탈당도 아니기 때문에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4년 전 민선 7기 6.13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는 김세호 예비후보자는 “스스로 경선에 나간 것이 아니라 성일종 의원의 권유로 나간 것이고, 단수 공천이 이루어지지 않아 탈당한 것”이기 때문에 경선불복 탈당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이는 자신의 의지를 성일종 의원 권유 뒤에 두는 이상한 논리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편 한상기 예비후보자는 김세호 예비후보 공천 10% 감산점 적용은 명백한 것으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상기 후보는 주장하길 "김세호 후보는 우리 당을 세 번이나 탈당한 전력이 있고 열린우리당과 무소속으로 3번 출마한 해당 행위자"라며 비난해왔다.

4월 12일 국민의힘 김세호와 한상기, 김관섭 세 예비후보는 충남도당에 경선을 신청했고, 그 중 김세호 예비후보는 합의서약서 8항 하단부에 자필로 '단 김세호는 공천에 불복하지 않았으므로 감산점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문장을 적시한 후 이를 제출했다고 했다.

4월 27일 아침 국민의힘 사무총장 명의로 충남 공천위에 공문 한 장 내려왔다. 그 공문에는 “충남 태안군의 경우, 탈당 경위 및 본선 경쟁력 등을 고려해 공천기준 예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명시되어 있어 이를 근거로 충남도당 공천관리위는 김세호 45.3%, 한상기 43.66% 차이를 발표하며 1위를 차지한 김세호를 국민의힘 태안군수 후보에 공천했다.

국민의힘 태안군수 후보 공천이 결정된 다음날 1.64% 차이로 패한 한상기 예비후보는 즉각 중앙당에 항의하고, 법원에 공천효력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상기 후보는 서울남부지법에 29일 공천효력 가처분 신청의 소를 제기하며, 김 후보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업무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김세호 측이 중앙당에 제출한 소명서에 성일종 의원 명의를 허위로 도용했다는 것이다.

 

뒤바뀐 국민의힘 태안군수 후보

 

5월 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한상기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태안군수 후보 공천에만 감산점 예외를 둔 사안은 부당성에 해당된다는 결정”으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에 이르렀다.

인용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국민의힘 중앙당 최고위는 태안군수 후보를 김세호에서 한상기 후보로 바꿔 의결해 국민의힘 태안군수 후보는 한상기로 확정지었다.

이에 김세호 측은 후보 공천자격을 되돌려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을 통해 제기하였으나 5월 12일 오후 기각되었다.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김세호 예비후보는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불출마를 선택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날 가세로, 한상기 후보는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쳤고, 13일은 후보 등록 마감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행으로 치달은 국민의힘 태안군수 선거

 

태안 민심은 공천 번복 사태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명하지만 뭔지 모를 분열과 파국의 전조가 태안 정가에 스며들었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저마다의 논리를 펴며, ‘이럴 바엔 차라리 가세로 찍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설상가상 김세호 캠프 관계자 20명은 “태안군수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공작에 환멸을 느낀다”면서 가세로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 지지선언 자리에서 가세로 후보는 “여러분의 정의로운 행동에 거듭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면서 김세호 지지층을 적극 흡수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이후 또 다른 김세호 캠프 관계자 모임은 한상기 후보와 가세로 후보 측을 지지선언하는 등 혼전과 분열의 연속이었다.

이때부터 태안의 보수세력은 사라지고 자기 살 깍아먹는 식의 이전투구만 계속되었다. 오월동주 고사성어도 모르고, 또한 태안군민 70%대가 보수를 지지해주는 의미도 내팽개친 채 오로지 자기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추한 모습을 군민에게 보여주기만 했다.

 

전 군민 연간 100만원 지급 공약 내건 가세로

 

그리고 이 시기에 가세로 후보는 새로운 현수막을 거리마다 내거는 새로운 선거전략을 구사했다.

‘자연에너지 생산 전 군민 연 100만원 지급 추진’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은 태안 군민의 심리를 술렁이게 했다.

전 군민 연 100만원 지급 추진이라는 공약을 가능하게 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2018년 10월 경 서부발전 등 5개 법인과 해상풍력발전단지 추진 MOU가 체결되어 추진되고 있었다.

이는 주민 수용성 평가 및 환경영향성 평가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 단지 조성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작년 총 5개 단지 조성으로 확대된 예산계획안( 총 예산 약 12조 원)이 수립된 상태였다.

이 사안은 전문가 그룹의 오랜 검토와 신중한 추진이 요구되는, 급격한 환경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가세로 측은 이 사업에 군민 수익분배 방식을 선전하며 전 군민에게 년간 100만원 이상의 연금형 지급을 약속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공약이 지켜질지 파기될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한상기 후보는 법률에도 맞지 않는 용어를 사용해 “자연에너지라느니 전 군민 연간 100만원 지급이란 말은 선거용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격했고, 가세로 후보는 세수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분배하는 공익형 방식이라며 긴급맞짱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선거를 위해 전 군민 100만원 지급이라는 공약을 내건 측이나 그 사안을 정교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포퓰리즘이라 공세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전 군민 100만원 지급’이라는 공약만 더 크게 부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어느 기업 경영진이 운영 수익의 상당 부분은 순순히 군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또한 정부 여당이 아닌 야당 군수의 힘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완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마침내 개표함이 열렸다.

 

개표는 6월 1일 저녁 8시 경에 시작되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오직 군수 개표기 앞에만 사람들이 몰렸다. 그곳에 모인 이들에겐 다른 곳 선거는 관심권 밖이었다. 그만큼 태안군수 개표에 이목이 집중되었고 그만큼 박빙의 선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첫 개표함 결과는 가세로 후보 4표 우세였다. 사전투표이니만큼 그럴 수 있다고 여겨졌으나 이후의 개표함이 거의 같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2표, 많게는 수백 표의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가세로 후보의 우세로 판가름났고, 선거 결과도 17.486표를 얻은 가세로 후보가 16.374표를 얻은 한상기 후보를 3.28% 차이로 이겼다. 이 1112표 차이는 국민의 힘 김세호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 가세로 지지선언으로 돌아선 숫자와 비슷하다. 특히 태안읍에서 1705표 차이를 보인 것은 보수 성향의 한상기 후보로부터 가세로 후보로 옮겨간 투표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태안읍내는 김세호 지지세가 강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선거 끝났으나 달라진 것이 없는 태안

 

선거 결과가 전해진 아침 태안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군민들은 이럴 줄 알았다며 비분강개하는 듯 보였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도 해야 할 판에 분열과 갈등만 키우고 선거관련 고소고발에 배신자 낙인찍기 등 파국으로 치달은 한상기 노욕(老欲)과 김세호 과욕(過慾)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며 성토하는 이들이 많았다.

문제는 6.1전국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부분 승리한 가운데 태안 보수 후보가 참패했다는 것이다. 이길 수밖에 없는 좋은 조건의 선거에서 패배한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고고한 성인(聖人)이나 최고의 지식인과 같은 A급 인간이 아닌 B급 인물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다. 정치란 선악을 함께 다루어야 하는 일이고, 전술전략에 뛰어나야 할 뿐 아니라 악(惡)이라도 또는 적이라도 내 편으로 써야할 때는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결과로써 말을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가세로 당선인은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보다 훌륭했고 또한 민심을 얻는 민주당 방식에도 부합했다.

이제 태안군수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이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들의 노욕과 과욕이 불러온 이 참사를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태안의 보수를 지켜온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세대교체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태안 지역 소주 삼겹살집의 여론이다.

이들의 여론은 정광섭 3선 당선인, 윤희신 당선인, 김진권 당선인들이 차기주자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전통적 가치관과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태안 정통 보수를 재건하는 새로운 주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는 과거의 실패를 되돌아볼 때 희망을 갖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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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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