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산문집 ‘흐르는 것은 물 뿐이랴’를 낸 박풍수 태안향토문화연구소장이 7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 ‘구름 따라 세월 따라’를 출간했다.

17 편의 수필과 단편소설, 신문기고문을 모은 신간은 꾸준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박풍수 소장의 필체와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이 80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작가의 고백은 “큰길 옆 담장에 피어 있는 덩굴 장미꽃은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이름 없는 야트막한 산자락에 외로이 피어있는 들국화 같은 심정으로 책을 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길을 바라는 마음으로”라는 글로 이 산문집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성균관대 공학박사 명예교수 이종태 교수가 추천사를 쓴 이 책문 ‘용왕님께 비나이다’로 시작해 소년 낚시꾼, 그리고 소설 이루지 못한 사랑의 기억 등 많은 작품을 통해 박풍수 소장의 면면을 느끼게 하는 신간이다. 그 가운데 한 편을 소개한다.

 

‘사과껍질을 두텁게 깎는 이유’

 

정치권이 너무 어수선하여 뉴스를 보기 싫어 역사, 문화기행이나, 테마 여행을 방송하는 채널을 많이 시청하고 있다. 시시각각 터져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 뉴스를 보노라면 정권잡기에 급급하여 국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매일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작태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화가 나서 방송을 끄든가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곤 한다. 자유당 시절의 정권부터 보아온 나로서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EBS방송을 보고 잇는데 우리나라의 여배우가 외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의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의 일상을 촬영하면서 그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의 호의로 어느 가정으로 초대받아 과일을 대접받는데 우리나라의 사과와 매우 흡사하였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은 과일을 깎는데 껍질을 두껍게 깎고 있었다.

한국의 여배우는 과일껍질을 얇게 깎아 보이면서 과일껍질을 너무 두껍게 깎아 버릴게 많다고 하자, 마음씨 좋아 보이는 집주인은 과일껍질을 얇게 깎으면 닭이 먹을 것이 없다고 웃으며 과일껍질을 닭장에 있는 닭에게 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서는 닭에게 과일 껍질을 준다. 신선한 배춧잎 등과 함께, 하지만 닭을 주기 위하여 사과의 껍질을 일부러 두텁게 깎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늦가을에 감이나 사과 등을 수확할 때 까치밥이라고 몇 개 따지 않고 남겨놓는다. 지나는 길에 남의 감나무 끝에 빨갛게 달려있는 감을 보노라면 보기에도 좋고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위의 두 이야기는 각박한 삶 속에서도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예다.

가까웁게 지내는 친구가 보내준 글을 읽은 일이 기억 속에 남아있어 써보려 한다. 그 친구는 국립대학교에서 공과대학 교수로 반평생을 보낸 능력 있는 친구다. 지금은 명예교수로 외국어 공부와 학교도서관에서 역사서적을 탐독하는 부지런한 친구다.

내가 지역의 역사문화연구소에 나가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좋은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보내주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의 내용을 복사해 보내주는 고마운 친구다. 그 친구가 대학교 근무시절 학술세미나 때문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머물며 느낀 점을 보내와서 읽었는데 기억 속에서 꺼내어 인용해본다.

그 나라에는 상수리나무와 도토리나무가 많은데 나무도 크고 열매도 커서 그곳 주민들은 이를 먹지 않아 다람쥐나 청설모 등이 맘껏 먹으며 공원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주워 먹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아보였는데, 몇 년 후에 다시 그곳을 가보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내용인즉슨 한국교민들이 그 나라의 도토리나 상수리로 묵을 만들어 먹어보니 열매도 크고 맛도 좋아 만들어 먹더니, 급기야는 자루를 들고 온산을 다니면서 도토리와 상수리를 주워서 한국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챈 그 나라에서 도토리와 상수리를 사람이 줍지 못하도록 했다는 내용이었고 도토리묵은 사람에 좋은 많은 영양소가 있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기록해 놓은 것이 없어 그 내용을 쓰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이면 공원이나 어디든지 도토리와 상수리를 줍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도 먹어야겠지만 다른 것으로 대체할 식품도 있는데 청설모나 다람쥐 너구리 등의 겨울 주식인 도토리와 상수리를 사람이 다 주워오면 그들은 추운 경울 어떻게 지내란 말인가?

위에서 말한 두터운 사과껍질이나 까치밥의 경우처럼 사람도 타 동물들에게 양보하고 사는 법을 배워 우주 속에 만물이 공존하는 시대가 되길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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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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