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석만
문필서예가 림석만

꽃지에서

 

문필서예가 림성만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그렇게 안면도 꽃지에 내가 서 있다

 

바다 가까운 곳 꽃지 해변에서

고독을 삭히는 사람들 속에

외로운게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는 거지만

비바람으로 다가와도 이 땅 안면도는

올곧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작은 신념인데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섬으로 버텨낸 것은

때론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거다

삶은 버텨내는 거라고 쉽게 말할지 몰라도

어찌 그것이 그렇게만 다가올 것인가

 

안면도는 말이 없고 다만 잊지 않으려 함이다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서러운 그리움처럼

꽃지는 초연하면서 묵묵할 뿐인데

안 되는 줄 알면서 머물러야 하는 건

견고한 자존의 커다란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묻지 않아도 화려한 봄빛 바닷가 솔내음

그대로 그 느낌으로 살아가는 거다

단절된 유배지처럼 보이지만

안면도는 아직 그대로 이곳에 멈추어 있다

 

마냥 채워지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인간의 무지막지한 탐욕일 뿐인데

익숙한 것에서 이젠 멀어져야한다

달콤한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곳

이곳은 안면도 꽂지가 아니던가

현실에선 아득한 미로여도 이제

안면도에선 가슴에 두 손 올리고

천천히 꽃지 해변을 걸어가면서

안면난초 꽃몽울진 이곳을 기억해보라

 

한 뼘의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여

주저하지 말고 지금 안면도 꽃지로 오거라

외롭게 이 땅 지키고 켜켜이 고스란한

아무런 조건 없이 날숨으로 숨쉬는 곳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도 곱게 보듬어주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그렇게

안면도 꽃지 해변에 내가 서 있다

거칠게 다가온 해초의 바람결 그리고 서늘함

안면도 솔밭 사이엔 시공간이 있다

 

바다를 배회하는 어쩌면 외로운 갈매기처럼

와보지 않고서는 감히

안면도 꽃지를 말하지 마라

솔바람불어 풀잎 한쪽으로 누워있을 때

그 사이를 거침없이 누비고 다니는

귀여운 청솔다람쥐 스삭거린다

내 가슴 이내 서늘하게 저며놓는

봄의 시작 안면도 꽃지엔 어부의 손길도 바쁘고

소나무 새잎 존재가치를 표시하는

눈 감으면 아스라한 이곳엔 꿈이 있기에

원하지 않아도 나는 바닷가에 서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 남겨 두었지만

그 상처 보듬을 수 있는 곳 안면도 꽃지

삶이 고되고 심란하며 처연할 때는

안면도 솔밭과 꽂지 바다를 찾아와보라

소나무로만 광활한 언덕이 펼쳐지고

해안선으로만 마음 속 응어리를 풀 수 있으며

펼쳐진 모래만 밟아도 평정이 도출되는 곳

수억 년의 신비함이 고스란하게 축적된 곳

지금 남녘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이

풀잎 스치듯 시원하게 스쳐 지나간다

 

밀려오는 저 포말의 바다를 보아라

누구에겐 거침이 없는 격노의 바다였겠지만

다른 이에겐 작지만 치유의 바다이기에

안면도 꽃지는 마음속에 계속 남아 숨쉬는 거다

짙푸른 소나무와 바다를 유유히 유영하는

바닷새들은 정말 평화로운 것일까

한때 안면도는 핵폐기물 저장 논란에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아픔으로 점철된 곳이었다

땅의 역사가 그렇게 기억하며 남아있듯

자연이 숨쉬는 공간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안면도에 오거든 부디 꽂지 해변에서

날숨 그리고 들숨을 잠시 멈추어보라

빨간 등대섬 하나 가둬둔 넓디 너른 바다

조가비 하얗게 부서진 해안선 뒤로 하고

발자국 남긴 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지만

왜 회한이 없으랴만은 이곳 안면도에선

마음 풀어헤치고 그냥 천천히 걸어가보라

꽂지에서 할미 할아비 바위가 눈에 보이면

크게 심호흡 하면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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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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