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 시집 온 며느리의 음식 솜씨가 시원치 않아 시어머니가 음식 맛을 보고 불평을 놓았다.

시어머니: "개갈 안 나네"
며느리: "네? 어머니 뭐라고요?"
시어머니: "개갈 안 난다니께!"
며느리: "네? 무슨 양념이 빠졌나요?"
시어머니: "어허, 당최 말귀를 못 알아 먹네... 개갈 안 난다니께"

'개갈 안 난다'는 충청도 전역에서 통용되는 일상 용어와도 같은 사투리다. 태안에서는 더 많이 쓰는 표현으로 보인다.

'개갈 안 난다'의 뜻은 '야무지지 못하다', '매사에 엉성하고 뜨끈미지근하다', '일의 끊고 맺음이 정확하지 못하다', '흐리멍텅하다'라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예산 출신 개그맨 최양락씨가 방송에 "개갈 안 나유~"라는 표현을 하여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충청도 사투리다. 사투리이기는 하지만 그 어원이 명확하다. 사투리가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고 어원을 찾기가 힘든 반면에 '개갈 안 난다'라는 표현은 윷놀이의 말판에서 나왔다.

윷놀이에 등장하는 가축 중에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한다.

한자로 거세(去勢)한 숫양을 '갈(羯)'이라고 하는데, 윷놀이에서 '걸'은 '갈'에서 변화된 발음이다.

윷놀이에서 확률적으로 개와 걸이 가장 많이 나온다. 말판에서 개나 걸이 나오면 상대방 윷패를 따먹거나 이길 수 있는데 계속 도가 나와 윷패가 꼬이면 '개갈(걸) 안 나네'라고 했던 표현이다.

요즘, '개갈 안 나는' 지방정치인 참 많다. 주민대표로서 지역의 이익이나 주민들의 의사를 대신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들이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분명한 소신을 밝히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개갈 안 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면 똑 떨어진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주민들의 삶과 관련한 분명한 소신들은 곧 주민들의 의지와도 같다고 할 수 있으나, 소신 없는 지방정치인들은 스스로 주민대표이기를 포기한 것이고, 정말 소신이 없다면 선출직 공직자로서 자질이 없다.

'개갈 안 나는' 지방정치인들이 '가문의 영광'을 위해 주민들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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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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